EZ EZViwe

中 경제 연착륙, 마지막 허들은 ‘부동산’

[심층진단] 은행 자본적정성 상향 등 이미 미세 조정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1.03 08:35:4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안 승인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해 유로존 위기가 재부상한 가운데,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 1일과 2일 양일간 열릴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중요 정책 관련 발언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중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연착륙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금 회수 조절 등 긴축 정책 변화를 추진 중이며,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자금난과 비제도권 금융 창궐, 은행 부실화 등에 관한 우려는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 요인이 되어 왔다. 이는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높여 왔고, 당국이 쓰고 있는 통화 긴축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요인이 돼 왔다.

중국 은행권의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을 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은행들은 상당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중국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지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난 544억위안(9조5000억원선)을 기록해 순익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중국은행(BoC)의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297억9000만위안을 기록했다. 농업은행의 3분기 순익은 전년보다 40% 증가한 340억9000만위안, 교통은행도 지난 3분기 순익이 120억위안 순익을 올렸다.

기업 자금난 등 요소 숨통 틜 조짐

이런 가운데, 중국은행은 39억5000만위안의 자금을 대손충당금으로 책정했으며 농업은행의 대손충담금도 전년보다 6% 증가한 137억4000만위안을 기록하는 등 선제적으로 부실화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방송 CNBC도 HSBC 도나 궉 중화권부문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중국 경제가 연착륙을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궉 이코노미스트는 자금 경색으로 인한 소규모 기업의 자금난이 일부 선택적 완화 조치로 해소되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산업생산이 13~14% 이상 증가하고 있고, PMI(구매관리지수)가 50이상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현재로서는 성공적으로 연착륙을 꾀하고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중국 제조업분야의 소규모 주체들도 중국 정부가 최근 취한 선택적인 완화 조치의 혜택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정책에는 중소기업 대상 우대 대출 정책과 서비스 분야 기업 세금 경감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HSBC의 PMI 또한 이 같은 상황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HSBC의 10월 PMI는 51로 9월 49.9보다 개선됐다. 50 이상은 경기의 확장을, 50 미만은 위축을 나타낸다.

수출 감소 가능성과 연착륙 문제의 연관성은 어떨까? LG경제연구원 이철용 연구위원은 31일 “선진국 경기 악화 시 중국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도 “하지만 GDP 대비 수출 비중이 감소하고, 선진국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소비 증가가 수출 감소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우고 있는 점을 볼 때, 이것을 중국 경제 연착륙에 결정적 위협요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국 부동산 외인 이탈 ‘단순 차익 실현’ 혹은 ‘엑소더스’?

이에 따라, 현재 거의 유일하고 위협적인 경착륙 유발 요소로 남은 것은 부동산의 폭락이라고 할 수 있다.

2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다국적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지난 9월 상하이의 채널1 쇼핑센터 지분 95%를 14억6000만위안(2580억원)에 처분했는데, 신화통신은 블랙스톤이 2008년 10억위안에 이 쇼핑센터를 사들여 3년 만에 임대율이 90%까지 올라 성업 중임에도 지분 처분에 나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어떤 추세를 보일지를 예견케 하는 것이라고 신화통신은 분석했다.

아울러 10여 명의 미국 투자가들도 최근 상하이 모 호텔 객실 70여개를 1억2000만위안에 매각하는 등 외국계 개인 투자가들의 중국 부동산 시장 이탈이 눈에 띈다는 소식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100대 도시의 지난 10월 주택가격이 전월 대비 0.23% 하락했다고 전했고, 같은 날 중국 21세기비즈니스헤럴드는 1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차이나반케가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의 집값을 낮췄다고 보도했다.

요는, 이러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시장에서의 투자자 이탈이 관리 가능한 수준의 범주 내에 있느냐가 될 것이다.

올 3월 말 각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보고한 집값 억제 목표를 살펴보면, 베이징의 경우 ‘안정 속의 일부 하락(稳中有降)’, 충칭 등 일부 도시들은 ‘PIR(집값소득배율) 6배 안팎’이었으며, 기타 대다수 도시들은 ‘가처분소득 증가율 이내’로 관리 목표치가 나와 있다.

이 같은 맥락을 고려해 추정하면(LG경제연구원 ‘경착륙 논란 중국경제, 정책 운신 여지 충분’ 보고서),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 투기지역(PIR 15~20배)에서는 앞으로 일정기간 집값 하락세를 유도하고, 그 밖의 지역(PIR 6~10배, 평균 8배)에서는 집값 상승률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는 가처분소득증가율 이내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또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긴축 정책 완화를 시사하면서도 부동산 고강도 대책은 유지하려 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 등 정책 상황도 감안해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3분기 부동산 투자 지표에서 보더라도, 당국이 이른바 상품방(민간 건설업체가 지어 판매하는 주택) 투자 감소를 사회보장방(사회보장 차원에서 정부가 지원, 건설하는 주택) 투자 증가가 상쇄하면서 비교적 높은 증가세(+34.5%)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의 규제 조치에 따른 부진 가능성을 다른 한편에서는 역시 당국의 힘으로 제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방정부의 수입이 토지 가격 동향에 상당부분 달려 있고, 집값 안정과 지방정부 재정 건전성이 모순 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집값 안정에 매달린 결과가 현재 가격 하락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중국 당국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의 고삐를 놓칠 가능성, 즉 경제 관리 능력의 존재 여부 문제로 귀착될 것으로 보인다.

리다오쿠이 중국 통화정책위원회위원도 최근 ‘2011년 HSBC 재부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 경제가 토지 매각과 부동산 개발에 의존해 발전했던 방식은 이미 과거의 일”이라고 설명해 중국 부동산 가격과 경기의 상관 관계가 과거와 다른 ‘대전환’ 필요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아울러 이 같은 문제는 현 상황에서 겪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경우, 경착륙을 막을 방안으로 자산유동화 채권 발행이나 비교적 탄탄한 중앙정부 재정 투입 등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이런 사태 악화에 대비한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이 예측되고 있는 대목과 그 성공 가능성은 중국 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하겠다. LG경제연구원 ‘경착륙 논란 중국경제, 정책 운신 여지 충분’ 보고서에서 이런 신뢰 문제에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오랫동안 문제를 묵혀가면서 그 크기를 줄이는 식의 대응에 관한 한 중국 정부는 대단히 탁월하다”면서 이러한 중국 정부 특유의 스타일과 장기를 감안해 연착륙/경착륙 여부를 전망할 필요가 있음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