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 회장이 ‘가불인생’을 산다고? 언뜻 보기에도 ‘뻥’ 같은 얘깁니다. 하지만 실제 그런 ‘회장님’이 있다고 하니 ‘놀랄 노’자인데요.
이 같은 사실은 금융당국이 최근 전국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내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 회장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제2 금융권인 저축은행서 높은 이자를 내고 거액의 돈을 꾼 ‘동화 같은 얘기’가 사실로 드러난 거죠.
그중에서도 단연 국내 굴지의 A그룹 회장의 대출 사례가 눈에 띕니다. A 회장은 M저축은행에서만 1000억원을 빌렸고, 다른 2~3개 저축은행에서도 수백억원을 꿔갔다고 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A 회장은 본인과 측근들 명의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150억~200억원씩 빌렸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더 가관입니다. 바로, 증권거래 중 선물(先物)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찼다는 게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소문입니다.
남의 돈까지 빌려 위험자산에 베팅했다, 이쯤 되면 ‘투자’를 넘어 ‘도박’이라고 할 수 있겠는 데요, 이밖에도 B갤러리 대표 역시 M저축은행에서 160억원가량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명인사들이 굳이 비싼 이자를 물고 시중은행 대신 저축은행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은행 신용대출 이자는 연 6% 안팎이지만 저축은행은 최소 연 12% 이상인데 말입니다.
제2 금융업계에 따르면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기업오너들은 비밀스럽게 개인적으로 쓸 돈이 필요할 경우 저축은행을 노크한다고 합니다. 저축은행 거액대출의 경우 대주주 혼자 결정하는 구조기 때문에 담당직원을 포함해 2~3명만 대출과정에 개입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비밀이 유지되는 셈이죠.
반면, 은행의 경우 거액대출을 받으려면 여러 심사와 결재 과정을 거쳐야 해 ‘단돈 100억원(그들 입장에서)’만 빌려도 금새 소문이 난다고 합니다.
참, 아까 말한 A 회장의 경우 올해 영업정지사태로 저축은행이 여론의 주목을 끌자 대출금을 거의 갚았다고 하네요. 돈 많으신 양반들이 비싼 이자를 내면서 또 돈을 꿔댄다 하는데, 대체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 건지 그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