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TX그룹이 잇단 루머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룹은 10월25일 자금악화설을 유포한 루머 배포자를 신용훼손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까지 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STX를 바라보는 주주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한 속내 아니겠느냐”란 풀이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한 STX의 현재 속내를 알아봤다.
10월 중순 이후부터 증권가에선 STX그룹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등의 주가는 10월21일 5~11%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월 하이닉스 인수 검토가 시작되면서 그룹의 유동성 우려가 불거졌다. 기존 사업부문과 시너지가 없는 데다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9월 중순 그룹은 하이닉스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자금여력과 관계없이 무리한 M&A를 추진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게다가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의 선박수주계약 지연이 루머에 힘을 실어줬다.
◆잇단 루머에 ‘불안한 주주들’
증권가에 STX조선해양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롤오버에 문제가 있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올해 수주실적이 대형 3사에 비해 저조한데다 갑자기 불어 닥친 유럽 재정위기에 선박수주계약이 지연됐다.
STX그룹은 조선·해운업으로 수직계열화 된 사업구조로 다른 계열사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다 보니 하이닉스 인수 검토가 재무구조 부담이라는 악재를 만들었고, 여기에 루머가 더해지면서 주가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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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그룹 강덕수 회장 |
또, 10월25일에는 자금악화설을 유포한 루머 배포자를 신용훼손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루머 배포자는 허위사실의 유포로 그룹의 직·간접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 및 정신적 상처를 줬으며, 그룹은 막대한 경영상 손실과 대외신인도 하락을 겪고 있다.
◆그룹 “신성장동력 간과 아니다”
상황은 이렇지만, STX그룹의 “대형 M&A는 없다”는 입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칫 신성장동력 부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낳았다. STX그룹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플랜트·건설, 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사업 외에 사업 다각화를 위한 M&A를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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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남산타워. |
이에 대해 STX 측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대형 M&A는 절대 없을 것이며, 기존 신성장동력 사업인 에너지와 자원개발 등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이번 하이닉스 인수전에서 보여주듯 시장에서 M&A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시장이 좋아졌다고 해서 바로 M&A를 진행한다면 시장에 신뢰를 주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분간 M&A는 없고, 하더라도 대형 M&A는 피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STX그룹은 지난 4월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10년을 위한 2020년 그룹 매출 1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비전 2020’을 선포했다. 플랜트·건설과 에너지 사업을 집중 육성해 매출 40조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