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09년경 금융권의 관심을 끌었던 ‘위젯뱅킹’ 서비스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위젯(widget)의 사전적 의미는 ‘소형 장치’로, 이용자와 응용프로그램·운영체계와의 상호작용을 보다 원활하게 지원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그래픽을 통한 작업 가능 환경)를 뜻한다.
다시 말하면 날씨·계산기·시계와 같은 유용한 기능과 각종 정보를 담고 있는 작은 크기의 애플리케이션을 바로가기(단축) 아이콘 형태로 만들어 PC 또는 모바일(스마트폰)이나 블로그·카페·개인 홈페이지 등에 다운로드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금융과 접목하는 것이다. 인터넷뱅킹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컴퓨터 바탕화면을 통해 환율정보, 금융계산기 등 정보와 날씨, 시계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금융권에선 이러한 위젯뱅킹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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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위젯을 가동 중인 모습. 위젯을 사용하면 은행 창을 띄우지 않은 상태에서도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이러한 위젯뱅킹은 2009년경 관심을 모아 외환은행 등에서 서비스가 시작됐다. 물론 현재로서는 스마트폰 열풍에 밀려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업계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 가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위젯뱅킹은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핵심적인 기능만 인터넷뱅킹으로 연동해 넘어가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빠르고 편리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인터넷뱅킹 부분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이다. 또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일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PC에서도 이 같은 간편한 장치를 다운받아 놓고 작업할 수요는 존재한다는 시각이다. 예를 들어, 포털 다음(www.daum.net)에서 제공하는 ‘마이피플’은 PC 버전이 따로 있다. 즉 PC에서도 이러한 아이디어는 충분히 경쟁력과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위젯에 진출한 은행 등 금융기관은 시장 선점과 블루오션 개척 등을 위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막상 외환은행 위젯뱅킹은 이러한 선점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구문만 잔뜩 보여주는 외환은행 위젯 공지창
외환은행 위젯은 금융 계산기 등 편의성을 염두에 둔 기능과 함께 환율, 베스트 상품 추천 등 여러 정보 제공의 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돼 있다.
특히 은행에서 제공하는 여러 새 소식이 눈에 띈다. 하지만 정작 이 은행 새 소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오래도록 ‘구문’이 방치되면서 외환은행 이미지를 오히려 실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10월31일 현재 이 란에는 영업소장 채용 공지, 동시통역 전문가 채용 공지와 easy-one 외화송금서비스 등 세 가지 소식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막상 이 소식들을 클릭해 들어가 보면, 지난 6월 소식인 것을 알 수 있다.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실제로 이 은행에서는 많은 뉴스들을 업데이트했는데, 결론적으로 가장 발 빠르게 정보를 받아 보고자 위젯을 까는 층의 니즈에는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서비스 상황인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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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소식이 아직 새소식에 떠 있는 외환은행 가젯창. 지난 상반기에서 멎어버린 외환은행 가젯과 지난 10월26일 재보선으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뉴스가 옆 포털화면에 동시에 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
◆가입 불가 상품, 손실 상품 등 버젓이 추천? 위젯 믿고 펀드하면 망해
여기까지는 업데이트를 게을리했다거나, 링크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수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위젯 뱅킹의 꽃인 금융상품 정보 제공에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상황은 임계점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외환은행 위젯창에서 베스트 추천상품이라는 코너를 볼 수 있다. 예금이나 펀드, 신탁 등에 있어 외환은행이 ‘주력으로 미는’ 상품들을 볼 수 있는 코너로, 고객 입장에서는 이 같은 정보가 제공되면 아무래도 한층 더 손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외환은행 위젯 베스트 추천상품에서 펀드 번호 1~3을 보면 이것이 과연 어떻게 추천상품으로 선정됐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No. 1은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증권투자신탁1호이고, #2는 신영고배당 증권 투자신탁(주식) A형이다. #3은 슈로더 브릭스 증권 자투자신탁A-1(주식)이다(10월31일 위젯 기준).
그런데, 문제는 이들 상품을 클릭해 보면, 실제 외환은행 홈페이지에서 보여지는 정보들과는 이들 위젯 추천 정보가 상당히 다르다.
위 3개의 상품 중 신영고배당 증권 투자신탓(주식) A 형 상품은 막상 클릭하면 은행 홈페이지에서 이 상품은 가입을 할 수 없다는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추천을 해서는 안 되는 상품을 버젓이 보여주는 셈인데, 이는 단순히 판매순위가 높은 상품의 정보를 보려 했을 때 가입이 안 된다는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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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위젯의 추천 펀드인 신영고배당 증권 상품으로 이동하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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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을 받은 펀드 상품이지만, 막상 소개란을 보면 가입이 제한된 상태다. 추천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동시에, 빠른 정보 업데이트를 포기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
또 다른 상품인 슈로더 브릭스 증권 자투자신탁A-1(주식)의 경우에는 근래 손실을 많이 봐 고객 원성이 자자하다. 고객들은 홈페이지에서 이게 어떻게 추천 상품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모 은행에서는 외환은행 위젯과 달리, 여러 불안 요인 때문에 브릭스(특히 중국) 펀드의 가입을 자제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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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추천 펀드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혹평이 붙고 있다. |
◆송금해도 알리미 안 떠 무용지물 논란
계좌 알리미 역시 많은 관심을 모은 기능이지만, 기능 제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많은 실망감을 주고 있다.
위젯을 깔아놓고 알리미 지정을 해 계좌의 변동 내용이 실시간으로 뜨면 인터넷 뱅킹에 눈을 고정하고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당한 편의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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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알리미에 등록된 대상 계좌에서 타 계좌로 이체를 진행한 상황. |
실제로 외환은행 위젯을 가입하고 알리미 대상 계좌를 등록해 본 상황을 보자. 보통예금 통장인, 620-***387-503 계좌와 외화계좌인 650-008***-690 등을 알리미 대상 계좌로 등록한 경우에, 실제로 이 620-***387-503에서 다른 계좌(620-******-777)로 송금을 해 보면 잔고의 변동(감소)이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10월31일 오후에 계좌로 송금을 해 보고 위젯으로 접속해 본 바로는, 증가 알림이 뜨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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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체로 자금이 일부 빠져 나간 상황에서도 알리미 설정에는 아무런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
결국 위젯이 존재할 기반인 브라우저 비종속 상황에서도 각종 사소한 정보의 신속하고 정확한 제공이 가능하다거나, 금융정보 공급을 통한 고객 유인 효과 등이 모두 의문이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상황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중심의 금융에서 하나은행 등 선두주자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은행이 위젯을 잘 관리하면 향후 스마트폰과 PC를 넘나드는 융합 사정에서 역전도 가능할 가능성은 없지 않지만, 현재 방치에 가까운 위젯 운영 상황은 이러한 뒤집기 여지를 점차 줄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