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오뚜기를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해 3월 오뚜기의 지휘권은 함영준 회장 손에 쥐어졌다.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 오뚜기 설립 41년만인 2010년 경영권을 모두 외아들 함 회장에게 일임한 것이다.
함영준 회장은 2000년 3월 사장 승진 이후 꼭 10년 만에 수장에 오르며 오뚜기의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회장으로 선임되던 해 함 회장 나이는 52세. 때문에 업계에서 ‘젊은 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10년간 사장직을 맡으며 경영혁신과 신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한 만큼 회사의 기대도 컸다.
◆함 회장, 최대주주 계열사 통해 지배력 늘이나?
지난 1969년 창립한 오뚜기는 41년간 국내 소스시장을 선도해왔다. 기존의 소스와 카레제품에 그치지 않고 M&A를 통해 식품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며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오뚜기의 국내 계열사는 7개. 조흥을 비롯해 △오뚜기제유 △오뚜기라면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삼화식품 △오뚜기SF △오뚜기냉동식품 등이다.
이중 상장사는 조흥 한 곳이다. 조흥은 함영준 회장의 조부 즉, 함태호 명예회장의 아버지인 함형준씨가 설립한 회사다. 2011년 6월 현재 조흥의 최대주주는 29.70%의 지분을 보유한 오뚜기다.
함 회장과 함태호 명예회장이 각각 3.97%, 3.01%의 지분율로 2, 3대 주주에 올라있지만 사실상 오뚜기의 최대주주가 함 명예회장인 것을 감안했을 때 조흥 역시 함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인 것과 다름없다. 조흥은 설립 초기 화학제품과 식품, 식품첨가물 등을 생산했으나 현재는 화학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식품 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오뚜기제유와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회장이다. 오뚜기제유는 풍림상사로 설립해 이름이 바뀌었으며 참기름과 식용유 등을 생산하고 있다. 오뚜기라면은 ‘진라면’ 등 라면을 생산하고 있으며 오뚜기가 이를 유통∙판매하고 있다.
오뚜기 측은 오뚜기제유와 오뚜기라면에 대한 함 회장의 지분율을 밝히길 꺼려하고 있으나 이들 계열사의 2대 주주인 오뚜기가 각각 24.00%, 19.96%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함 회장은 그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오뚜기의 경영권을 물려받았으나 최대주주가 아버지인 점과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가 아버지가 최대주주로 있는 오뚜기인 점을 봤을 때 함영준 회장이 자신의 사업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배력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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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회장은 지난해 3월 아버지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오뚜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함태호 명예회장이 오뚜기 최대주주에 올라있어 함 회장이 회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
한편, 오뚜기 물류부분에서 독립된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오뚜기의 냉동냉장식품 물류대행을 비롯, 식품뿐 아니라 오뚜기 계열사와 다양한 사업군의 물류대행을 맡아오고 있다. 오뚜기가 17.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인 오뚜기삼화식품, 오뚜기SF, 오뚜기냉동식품은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M&A를 통해 설립됐다. 오뚜기삼화식품은 차 생산업체 삼화한양식품을 인수하면서 만들어졌으며, 오뚜기SF는 참치캔 제품을 제조하는 계열사다. 오뚜기는 이들 지분을 각각 80.00%, 26.1% 갖고 있다.
또 오뚜기냉동식품은 냉동만두 전문업체인 삼포만두 인수로 설립됐으며 88.89%의 지분을 오뚜기가 갖고 있다. 함 회장은 취임 후 지난해 4월 오뚜기냉동식품을 기반으로 냉동냉장식품 사업을 본격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냉동냉장식품 통합브랜드 ‘스노우밸리’를 론칭하고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뚜기는 국내 소스시장 80% 이상을 점유한 1위 기업이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안주해서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과거 카레, 소스제품 주력에서 라면, 참치, 최근에는 냉동냉장식품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역량을 보여 왔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해외사업, 성장이 관건
함 회장은 오뚜기 성장동력을 해외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함 회장은 취임 해인 2010년을 “글로벌 식품회사 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오뚜기는 이미 함태호 명예회장 경영시절인 90년대부터 해외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닦아왔다.
오뚜기의 첫 번째 해외법인은 지난 1992년 중국 강소성에 설립한 강소 부도옹식품유한공사다. 중국 강소성은 저임금의 노동력과 아시아시장 진출이 유리하다는 입지조건 때문에 선정된 곳이다.
오뚜기는 이곳에서 농산물을 건조하거나 농축, 냉동 가공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강소 부도옹식품유한공사 설립 초기 오뚜기는 지분을 49%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1년 6월 현재 53.6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강소 부도옹식품유한공사 외에도 중국에는 오뚜기의 현지법인이 두 개 더 있다. 강소 태동식품유한공사와 북경오뚜기다. 강소 태동식품유한공사는 당면류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오뚜기는 설립 초기 25%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현재는 86.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강소 부도옹식품유한공사와 강소 태동식품유한공사가 제조를 위주로 하고 있다면 북경오뚜기는 현지시장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오뚜기는 북경오뚜기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뉴질랜드와 멕시코, 베트남, 아메리카에 오뚜기 현지법인이 있다.
뉴질랜드는 풍부한 목초지와 발달된 축산업이 법인 설립 장소로 선정된 이유다. 라면스프와 사골곰탕, 설렁탕, 갈비탕 등에 사용되는 사골엑기스(농축액베이스), 3분카레 등 레토르트 제품에 들어가는 쇠고기들은 모두 이곳 오뚜기뉴질랜드에서 조달되고 있다. 오뚜기는 지속 투자로 지분을 88.74%까지 높였다.
오텍스(OTTEX)와 오뚜기베트남은 각각 멕시코와 베트남 현지법인이며, 오뚜기아메리카는 북미지역 시장진출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국 현지법인이다. 세 법인 모두 오뚜기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오뚜기는 이들 7개의 해외법인을 통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90년대부터 법인설립을 통해 추진해온 해외시장 진출이 안정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오뚜기 해외매출(수출액)은 신장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함 회장의 숙제가 됐다.
◆2세 경영 바통터치 ‘아슬’
지난해 3월 함영준 회장의 선임으로 회사 안팎에서 ‘젊은 회장’ 함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함 회장의 첫 경영성적표는 한마디로 ‘부진’ 그 자체였다. 함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4% 감소한 3367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89억원으로 1분기 대비 58.6%나 줄었다.
이후 3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회복세를 띄며 함 회장 경영체제가 안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연이은 4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또 다시 하락세를 그리게 된다.
이로써 함 회장 선임 첫 해인 2010년 오뚜기 매출은 1조3730억원으로 전년대비 0.67%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2006년 마이너스 성장을 제외하고 2000년대 들어 가장 저조한 성장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62%, 당기순이익은 10.67% 감소해 각각 551억원, 544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이강훈 사장)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급격한 실적부진은 2세 경영에 대한 불신과 함께 우려를 낳았다. 또 함 회장의 2세 경영이 자리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함태호 명예회장의 입김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함 명예회장이 표면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실제로는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보유율을 보더라도 함영훈 회장 체제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난 올해 6월에도 최대주주는 17.46%의 지분을 보유한 함 명예회장이다. 함영준 회장은 16.83%의 지분으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한편, 함 회장 취임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오뚜기의 분기실적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분기 실적이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는 중에도 전반적으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함 회장이 지난 10년간 사장으로 보여준 역량과 전문경영인 이강훈 사장의 경험이 공조를 이뤄 2세 경영체제가 과도기를 벗어나 탄탄대로를 걸어갈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