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조기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여야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31일 오전까지 회의를 열어 ‘최악의 충돌’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민주당 등 야 5당이 공동 행동에 나설 조짐이어서 여아간 대충돌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가 당리당략에 의해 좌지우지될 사안이 아닐뿐더러, 야권연대라는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제물로 삼을 수 없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재재협상을 수반하는 야당 측의 어떠한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한미 FTA 처리에 대해 제시한 전제조건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저지를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은 이미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이 체결했던 조항이며, 우리나라가 맺은 투자무역협정 중 95% 이상이 ISD를 채택하고 있음을 볼 때, 민주당이 다른 속내를 갖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관계자는 “어제(30일) 당.정,청 고위인사들의 회동에서 정부와 청와대는 이달내로 한미 FTA비준안을 처리해달라고 한나라당에 요청했다”면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여야간 협의를 거쳐 비준동의안을 처리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처럼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야권과 견해차가 큰 까닭에 외통위와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단독 표결 처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ISD 폐기’만 받아들여져도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시 결사적으로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앞서 지난 30일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청와대 깃발아래 다시 뭉쳐 한미FTA를 날치기 처리하겠다면 야당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막을 수 밖에 없다”면서 “만약 한나라당이 또다시 청와대의 거수기가 되어 한미FTA를 강행처리한다면 민심은 영원히 한나라당에게 등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선거패배에 책임을 지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한나라당은 혁신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러면서도 한미 FTA를 10월말까지 날치기 처리하겠다고 사실상 공언하고 있으니 도대체 민심을 가슴으로 듣는 것인지 날로 삼켜버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청와대나 한나라당이 진정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려면 국익을 내팽개친 MB FTA를 즉각 포기하고 강행처리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역시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청와대에서는 10월 31일 국회처리를 공식요청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면서 “어떻게 청와대가 이런 요청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지 저는 매우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특히 “10월 28일 본회의를 하면서 11월 2일까지 휴회하기로 정식으로 결의가 되었다”면서 “청와대의 말은 이 결의까지 스스로 번복하고 국회가 10월 31일에 본회의 처리까지 마치라는 요구였는데 국회를 정녕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앞서 28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집회’에서도 “한미 FTA 비준안 통과시키면, 비준에 찬성하면 한나라당 의원들 19대 국회에 들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