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루 기숙사비 1만7706원, 하루 식사비 7500원(2500×3), 총 2만5206원. 한 달 75만6180원. 운 좋으면 들어갈 수 있다는 서울의 모 대학 기숙사 비용이다. 이 대학의 평균 한 한기 등록금은 416만원. 졸업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학자대출금이라는 빚더미에서 사회초년을 시작해야 하는 88만원 세대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펀드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물자산펀드는 고수익을 내며 인기가 높다. 선박, 에너지, 레저 등의 자산에 투자해 수익금을 현금으로 배당받는 실물펀드는 안정적인 수익금을 낼 수 있다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만기 시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낼 수도 있다. 임대형 민간투자유치사업(BTL)으로 운영되는 대학 기숙사 펀드는 부동산 침체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기숙사 비용을 알고 나면 투자자들도 배당률이 두둑하다고 마냥 콧노래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산업은행, 건국·서강대 기숙사펀드
건국대학교 기숙사 쿨하우스는 지난 2006년 6월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민간자본 유치 기숙사다. 산업은행과 산은자산운용이 공모형 방식으로 자금을 모은 ‘산은건대사랑기숙사펀드’는 기관투자자가 400억원, 개인투자자가 70억원 투자했다. 펀드 만기가 15년으로 꽤 길지만 판매 반나절 만에 매진됐다. 학생들이 지불하는 기숙사비를 재원으로 하고 있어 안정적이고 손실에 대한 우려가 낮다.
![]() |
||
건국대학교 쿨하우스 1인실 내부 모습. |
펀드조성 당시 건국대학교 김종순 기획조정처장은 “아주 양호한 시설을 값싼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학교에서도 일부 출자를 하고 땅을 무료로 제공해 초과 수익이 발생하면 전액 장학금으로 환원하는 기숙사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산은건대사랑기숙사펀드는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 제1-1호는 7.69%, 제1-2호는 7.23%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 제2호는 이보다 수익률이 더 높아 8.35%를 기록하고 있다.(최근 12개월 기준)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 제2호의 운용규모는 102억원으로 작년 한해 8.23%의 수익을 내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는 부동산 펀드로 뽑혔다. 3위는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 제1-1호였다.
산은자산운용에 따르면 기숙사는 학기 중에 거의 만실로 운영되며 방학 동안에 발생하는 공실을 최소화하고 추가적인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연수시설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쿨하우스의 비용은 30일 기준으로 1인실 53만1000원, 2인실 34만7000원이다. 이 금액은 의무식비 22만5000원(A식 기준 2500×90)을 제외한 비용이다. 기숙사비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매년 일정 비율 인상하고 있다. 올해 기숙사비 인상률은 3.9%로, 201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2.9%에 비해 다소 높았다.
![]() |
||
건국대 기숙사펀드의 성공에 힘입어 산은자산운용은 서강대 기숙사 건립을 위해 ‘서강사랑펀드’를 내높았다. 사모형태로 운영되는 서강사랑펀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2008년 8월 곤자가국제학사가 설립됐다. 서강사랑펀드는 20년 만기로 운영되며(설립시간 포함 21년6개월) 7.2%의 수익률이 보장된다.
서강대 곤자가 학사 기숙사비는 현재 2인실 기준 일일 1만5971원, 한달 47만9137원(식비 제외)이다. 2인실이라는 점은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 |
||
BTL 방식으로 지어진 태생적 특성 때문에 지나치게 비싼 기숙사 비용은 학교 자체 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서강대 국문과 재학생 김성하씨는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은 결국 학생이지 고객이 아니다”라며 “상업적인 이유로 고급화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배려하는 기숙사 운영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건축 적립금․입주보장률 등 문제로 지적
기숙사 건립을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는 15~20년 동안 운용권을 갖고 학생들로부터 기숙사비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한다. 계약 기간 내에 투자 금액 이상을 회수하기 위해 기숙사 비용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학교시설은 대학설립자만이 건축할 수 있었으나 2005년 3월 ‘대학설립운용규정’ 개정으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다. 이후 BTO 방식의 기숙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고려대, 연세대, 숭실대, 성균관대 등 서울 대부분의 기숙사들이 이 방법으로 지어졌으며 이중 펀드로 운용되고 있는 BTO 기숙사는 건국대, 서강대, 강남대 등이 있다.
대학은 부족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문제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전가됐다는 점이다. 대학은 건축 적립금 면목으로 수백억원을 쌓아두고 있지만 기숙사는 BTO 방식으로 짓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3일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에 따르면, 사립대학교의 누적적립금은 총 7조6806억원으로 이 중 건축 누적적립금은 전체 적립금의 47.3%, 3조63578억원. 또 최근 5년 동안 누적적립금은 8.4% 늘어났다. 건국대와 서강대의 누적적립금은 각각 615억원, 901억원이다.
이보다 앞서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립대학들이 수백억원의 건축 적립금을 기숙사 건축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BTO 방식 기숙사로 학생의 부담이 이전보다 평균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대학이 민자사업자와 실시협력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입주보장률이 과소 책정돼 학생의 기숙사비 부담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민자사업자와 실사협력을 체결할 때 최소한의 운영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입주보장률을 책정하는데 이를 일부러 낮게 책정해 학생들이 안 내도 되는 기숙사비를 추가적으로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입주보장률이 현실화되면 1인당 1학기에 약 22만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1일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은 “임대형 민자사업(BTL)로 대학 기숙사를 짓다 보니 비용 과다 문제가 생긴다”며 “정부가 (기숙사를 짓는 대학에) 일정 부분을 지원해서 기숙사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 지적되고 있을 뿐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수익률이 보장된 펀드의 수익률을 낮출 수도 없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