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상이 점점 박복해져만 가는 오늘, 내 몸 하나 간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부모들은 자식 등하교 길을 걱정하는 날이 왔고, 가정 폭력도 이제는 어두운 시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경호업계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경호업체를 찾는 것도 여간 쉽지만은 않다. 이러한 고민을 해소해줄 수 있는 경호업체를 찾았다. 물론, 업계나 현장에서 익히 알려진 곳이다. 해당 기업은 ‘퍼스트레이디’. ‘검은색 양복과 선글라스’의 체격 좋은 남자를 떠올렸지만, 웃으며 걸어오는 멋들어진 커리어우먼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은옥 대표를 만났다.
“유명인의 경호만 하던 시대는 저물었어요. 이제는 어린이 등하교, 가정폭력으로 인한 접근금지 등 일반인 경호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6년째 경호업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는 고은옥 대표. 고 대표는 경호원을 시작한 지 7년째 되는 해에는 26살의 나이로 ‘퍼스트레이디’라는 여성전문 경호업체를 세웠다.
“2003년 창립해 퍼스트레이디도 어느새 창립 8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업계에서는 막내 CEO다”며 “결혼도 해야 하는데 여전히 배우고 도전하는 일상이 너무 즐거워 걱정이다”고 함박웃음을 짓는 고 대표가 걸어온 길을 어땠을까.
◆군인 대신 선택한 경호원 ‘대박 행진’
어린 시절 고 대표는 딸 부잣집의 ‘아들’ 이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까지 여자만 넷만 남은 가정에 아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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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레이디 고은옥 대표 |
하지만 이번에는 받아주는 회사가 없었다. 여성 경호원이 없다보니 업체에서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업체를 찾아가 교육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며 “그 결과 수능시험을 치룬 후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과 함께 시작한 대학생활도 녹녹치 않았다. 회사의 배려로 이틀간 수업을 몰아듣고 나머지 날엔 일을 했다. 주중ㆍ주말, 낮ㆍ밤을 가리지 않고 일이 계속됐다. 동아리 생활과 친구들끼리의 술자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고 대표는 “되돌아보면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이만큼 성장한건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이지만 가끔 남은 것이 일과 사업밖에 없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인력을 찾는 곳이 많아졌다. ‘여성 경호원’으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고 대표는 ‘여성전문 경호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26살 어린나이에 여성가족부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와 언니가 보증을 서 1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고 대표는 “어린나이,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는 것이 당시엔 엄청난 충격이었다”며 “어린나이에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위해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한다.
◆일반인 경호 수요 증가세, 경호원 역량 강화
‘퍼스트레이디’는 순조롭게 사업이 확장돼 갔다. 물론 고객사를 빼 달아났던 직원, 인력을 빼돌린 직원 등 사기도 많이 당했다. 남자들 틈에만 있다 느껴보는 ‘여자들의 세계’도 낯설었다. 하지만 고 대표 자신은 더 단단해졌다.
가족의 도움을 받아 차린 만큼 밤낮으로 뛰었다. 8년이 지난 지금 고 대표는 ‘퍼스트레이디’외에도 6개의 기업을 꾸린 ‘퍼스트 그룹’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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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옥 대표는 유명인의 경호 외에도 이혼, 집단 따돌림 등에 경호의 쓰임새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
고 대표는 “스토킹 피해자, 가정폭력 경험자 등의 경우에는 집 안에서 폐쇄적인 생활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집단 따돌림, 게임중독 학생에게도 언니, 오빠로써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경호원이 갖춰야 할 역량도 많아졌다. 승마, 골프, 와인, 외국어 등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그녀는 “단순 신변보호 역할 이외에 경호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지며 다재다능함을 요구하게 됐다”며 “남들과 같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직원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관련 교육에 참가시키고 자기개발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고 대표는 “직원들의 자기개발은 결국 회사 자산”이라며 “최대한의 기회를 주려고 많이 노력하고 나도 함께 참여해 교육을 듣는 편”이라고 전했다.
◆‘블루오션’ 해외시장 진출 집중
앞으로 퍼스트레이디는 해외시장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포화상태의 국내시장과 달리 아직 성장하고 있는 해외시장을 노린 것이다. 그녀는 “중국, 홍콩, 마카오 등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는 현지 사업자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 정도지만 점차 해외사업의 비중을 키워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노력의 대가는 이유 없이 소멸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평소 좋아한다고 밝힌 그녀는 현재 태권도부터 비서자격증까지 14개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지만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도전 중이다.
고 대표는 “내년에는 경호나 정치를 전공으로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고 현재 여성경호인협회 발족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도 사업가로써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