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식시장에 상장한 금융사 29곳의 올해 예상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20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금융 상장사의 순이익이 전체 금융권 순익의 2/3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금융권이 거둬들일 순이익 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적자기업이 속출하고 있지만 금융권은 ‘나홀로 호황’을 누린 셈이다.
특히 대출금리를 올린 은행권과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손해보험사들이 금융권 ‘대박’의 주인공으로 꼽혔다.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면서도 금리와 보험료 인상에 나선 이들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금융회사 29곳(은행·금융지주 9개사, 보험사 9개사, 증권사 10개사, 카드사 1개사)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20조7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이들 상장사의 순이익은 14조9000억원이었으며 같은 기간 금융권 전체는 21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분야별 예상 순이익은 △은행 16조원 △보험사 6조4000억원 △증권사 2조8000억원 △카드사 1조4000억원 △할부금융사·자산운용사·신협 1조4000억원 등이다. 특히 은행과 손보사의 이익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9조3000억원의 순익을 올린 은행들은 올해 16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건설 지분매각으로 3조원의 이익을 거둔 것도 일조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대출금리 인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권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올려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2.85%였던 예대마진은 올해 상반기 3%를 넘었다.
손보사 역시 지난해 2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3조원 넘는 순익을 거둘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고 제도 변경으로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린 덕을 톡톡히 봤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넘어 적자가 너무 심각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하반기 일제히 자동차보험료를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교통사고 운전자의 자기부담금과 교통법규 위반자의 보험료 할증률을 대폭 높였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급격히 낮아져 2월부터 8개월째 70%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보험료 인상과 제도 변경 효과까지 가세해 손보사들의 이익이 급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사상 최대 이익에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은행들과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할 줄만 알았지 인하할 줄 모르는 손보사, 수수료를 내렸다고 카드 혜택을 대폭 줄여버린 카드사들 모두 서민을 ‘봉’으로 아는 것 아니냐”며 “금융권은 말로만 사회공헌 강화를 외치지 말고 대출금리와 자동차보험료를 내려 서민의 가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줘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