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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건강 담보로 기업과 윈윈하는 나라

김병호 기자 기자  2011.10.28 18: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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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만큼 담배마케팅이 화려하게 판을 치는 곳이 또 있을까. 편의점에 들어서면 휘황찬란한 광고로 꾸며진 담배판촉물들이 고객들을 유혹한다.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많은 아시아 국가들도 정부 차원의 금연캠페인으로 담배 표지에 흉측한 폐암환자나 초라한 늙은 애연가의 모습 등을 새겨 넣어 담배가 몸을 해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은 법이고, 더럽고 흉한 것은 비위를 상하게 해 입맛을 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담배는 포장만으로 흡연자에게 큰 거부감을 형성하고 있다.
담배가 국민건강을 해치는 최대 주범으로 각인된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 담배마케팅은 갈수록 화려함을 더 하고 있다. 대단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꼭 흡연하세요’라고 부추기는 것만이 광고가 아니다. 미흡연자인 한 블로거는 편의점에 들어서 무심코 담배를 샀다고 한다. 그는 “편의점에 판매되는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레종 그래피티는 그림이나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몰래 집어들었다”고 했다.

레종 그래피티는 올해 3주간 한정 판매됐는데, 홍대 거리의 아마추어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작품을 재현한 것으로 젊은층으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출시된 레종의 신제품 ‘레종 피버(타르 6mg)’를 포함해 ‘레종 블랙’타르 1.0mg), ‘레종 블루’(타르 3.0mg), ‘레종 그린’(타르3.0mg, 멘솔) 등은 각각 주황, 파랑, 회색, 녹색으로 개성을 뽐내며 유혹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이미지 마케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10년 전인 2001년에 출시된 레종은 고양이 로고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로선 매우 실험적인 타르량이었던 3mg의 초저타르 담배가 등장한 것이었는데, 당시 광고마케팅팀에서는 여성들에게라도 인기 끌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화여대 부근을 판매 전초기지로 삼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마케팅팀은 레종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담배냉장고에 이 담배를 전시하는 등의 독특한 마케팅으로 저타르 담배시장의 막을 성공적으로 연 바 있다.

알록달록 새롭게 꾸며진 레종은 10년 전처럼 또다시 많은 젊은이들의 시선을 잡아당기고 있다.
   

담배는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정부에는 상당량의 세금을 건넨다. 국민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치는 담배로 인해 기업과 정부가 서로 윈윈하고 있는 모양새다. 혹시 정부 관계자가 ‘표현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유혹적인 담배광고를 허용하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는지’부터 얘기하는 게 순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