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기아자동차 출입기자인 관계로 서초구 양재동 현대ㆍ기아차그룹에 출입하며 기아차사보(11월호)에 실린 글 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가볍게 읽기엔 감동이 있고 무겁게 읽기엔 가볍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한편을 소개한다.
12월 25일 결혼한다는 이선영(인천시 연수구)씨의 아름다운 연애시절 이야기를 재편집하면 감흥이 떨어져 사보에 실린 ‘달콤한 유혹’이란 제목의 글을 그대로 싣는다. /편집자/
사내 커플이었던 우리는 다른 직원들이 모르게 3년을 연애했다.
우연히 상사의 심부름으로 그의 팀을 왔다갔다 하며 눈을 마주치게 되었던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웬지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 팀에 볼일이 있었던 그가 업무를 마치고 나가면서 내가자리에 조그만 봉지를 놓고 나가는 것이었다.
봉지를 열어보니 레이스달린 여성용 속옷이
너무 놀라기도 했고 부끄러워 그 자리에서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 봉지를 열어보니 황당하게도 레이스가 달린 여성용 속옷이 쪽지와 함께 들어있었다.
“사실은요, 제 선배가 00회사에 다니는데요, 이번에 신제품이 나왔다고 품평회 준비를 해야한다는 군요, 일주일 동안 입어보시고 느낀 점을 A4용지 한 장 정도로 써 주실수 있으세요? 제가 꼭 도와드려야하는 선배거든요”
일주일 후 리포트를 제출하듯 그에게 건네자 그는 고맙다며 굳이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그 후에도 그는 종종 샴푸나 화장품 샘플을 갖고 와서는 똑같은 부탁을 했고 일이 끝나면 저녁을 대접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지나면서부터는 나 또한 그와 함께 그런 일을 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졌다.
열쇠고리 생일선물에 목걸이 꿈 이 산산조각
그리고 얼마 후 자연스럽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지난 생일때였다. 업무가 밀려있어 야근을 하고있는데 그가 내 책상에 작은 선물상자 하나를 올려놓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생일선물이구나,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반지? 목걸이?’ 그러나 나의 황홀한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그 안에는 열쇠고리가 들어 있었다. 너무나 화가 나서 그를 사무실 밖으로 불러냈다.
그런데 차마 치사하다고 생각할까봐 아무 말도 못꺼내고 있는 나에게 그가 조용히 말했다.
“멋진 선물 아니지만 열쇠고리에 걸 집을 함께 마련하고 싶어”
“비록 지금은 멋진 선물 하나 해주지 못하지만 꼭 그것에 걸을 열쇠가 있는 좋은 집을 너와 함께 장만하고 싶어, 나와 결혼해 줘”
그말을 듣는 순간 심통을 부렸던 내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려 버렸다.
비록 영화주인공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받은 프로포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유혹으로 느껴졌다.
12월 25일, 우리는 결혼한다. 그 열쇠고리는 지금 내 책상서랍에 소중히 간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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