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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넘은' 위기 3중고 닮은꼴, 英서 배울 점은?

성장 물가 긴축 조율 어려운 딜레마…고부가가치산업 주목

임혜현 기자 기자  2011.10.28 11: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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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핌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세계 경기침체의 위험수준이 ‘뉴 노멀’을 넘었다”며 재정긴축 등의 구조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영국이 유사한 구조의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에 시사점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위기 이후 5~10년 간 세계 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으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시점을 말한다)은 저성장과 고실업, 재정악화 등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맞닥뜨리게 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의미하는데, 지난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로스는 투자전망에서 세계 경제가 2009년 예상했던 뉴 노멀 수준보다 못한 성장세로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세계 각국에 구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물가·긴축 모두 어려워 ‘그래도 저금리는 답 아냐’

현재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성장과 물가, 긴축 관련 지표·전망이 모두 우울한 가운데 방만한 재정과 물가 불안 등에 시달리던 대처 전 수상 집권 전의 영국(이른바 ‘영국병’을 앓던 시절의 영국)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성장했다. 이는 2009년 3분기(1.0%) 이후 21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그간 한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도 부진하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가도 불안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분기 4.5%, 2분기 4.2%에 이어 3분기 4.8%로 정부 물가 달성 목표치인 연간 4% 수준을 사실상 크게 초과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의 80%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을 2008년 금융위기 초기 상황과 비슷(44.8%)하거나 오히려 더 나쁘다(36.0%)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 27일 발표 현장 모니터링).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등장한 점도 부동산 경기 위축 효과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및 뉴타운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할 수 있어,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과 뉴타운 사업은 물론 전반적인 시장 기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사정은 경제정책을 성장 또는 물가안정 중 어느 한쪽의 초점에 집중하기 곤란하게 만든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수요확대 정책 카드를 꺼내면 물가가 급등하고, 물가를 내리려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빚 부담이 늘고 부동산 위축으로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그로스의 발언 내용 중 저금리 유동성은 답이 아니라고 언급한 부분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로스는 “각국 정책입안자들이 저금리를 통한 유동성 순환을 촉진하는 대신 구조적인 해결책 마련에 집중하면 뉴 노멀 시대에도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서는 장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인데, 현재 금리 문제 등 3중고가 겹친 경제 사정 속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정건전성·잠재성장률 밑천 삼아 성장

결국 그로스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상황은 극히 나쁘고 정답이 없지만 ‘온건한 성장 정책’을 쓰는 것이 차선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같은 난국과 타개책 상황은 우리나라에 고유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바 있는 ‘영국경제의 3가지 딜레마와 향후 전망’을 보면, 전반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우리 경제 사정과 흡사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첫째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고(△ 고용 악화로 소비 여력이 약화 △가계의 건전성이 부실한 가운데 실질 가처분소득도 감소 가능성 △ 주택시장에서의 회복 모멘텀이 둔화돼 침체 지속 등), 둘째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서서히 완화되나, 부담되는 수준이 지속된다고 봤다. 아울러 금리 문제도 의견 갈등이 많아 물가를 고려하여 ‘적은 폭으로 서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은행 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 내에서 저금리 기조와 관련한 논란이 치열함을 시사한 대목이다. 넷째, 재정 측면에서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긴축 이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서는 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향후 영국 정부가 성장 측면을 고려한 정책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민간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 따른 것으로 수출 주도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우려 경제에 시사점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영국은 저부가가치 산업 대신 고부가가치 산업에 중심을 두고 있는 만큼, 재정건전성을 달성하면 2025년까지 G7 중 가장 성장률이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영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잠재성장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영국의 중장기 잠재성장률이 1.7%로 독일(1.4%), 프랑스(1.4%) 등 다른 유럽 주요 국가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역시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천으로 삼아 중장기적인 도약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MC투자증권 유신익 연구원은 28일 “내년 한 해 동안은 국내 잠재성장률을 꾸준히 높이는 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미국 경기의 확장국면 진입이 예상되는 2분기에는 한국 거시경제 탄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위기 국면이라는 뉴 노멀 논란에 이어 이미 그러한 우려 수준의 강도가 2009년 뉴 노멀 논의 태동 전보다도 강력하다는 지적까지 나온 상황에서, 저금리를 통한 유동성 대책 대신 온건한 성장에 중장기 목표를 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과정에서 유로존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영국이 단기 위기관리에 실패해 침체로 빠질지, 위기를 타개할지의 갈림길 과정은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