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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담배 '이건 양담배도 아니고 국산도 아니고'

[심층진단] 원재료 74% 외산잎담배…“이익창출 위해 어쩔 수 없어”

김병호 기자 기자  2011.10.28 08: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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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는 금연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외산담배가 아닌 국산담배를 애용하자는 주장도 함께 하고 있다. 기왕이면 국산담배를 피우면서 ‘애국도 하자’는 명분이다. 하지만 국산담배인지 외산담배인지 헷갈리는 측면도 있다. 국가사업이던 담배사업이 2002년 민영화된 후 국산이나 외산이나 똑같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KT&G의 외국산 잎담배 사용비율은 전체 74%에 육박한다. 흔히들 외산담배를 피울 경우 외화 유출이 동반된다는 우려를 하곤 하는데, KT&G 생산 담배의 원재료 상당량이 외국산이라는 사실을 놓고 보자면 국산담배 기준이 모호해진다. 잎담배 생산 농민들은 지금 ‘생존권 수호 잎담배 생산농민 궐기대회’를 벌이는 생존의 위기 호소하고 있다.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KT&G의 경우 연초경작면적과 경작인원은 민영화 이전보다 80%가 감축돼 이를 생활의 근간으로 삼는 농민들의 어려움은 크다. KT&G가 원가절감을 이유로 민영화 이전 2001년 71%였던 국산잎담배 사용비율을 26%까지 낮춘 반면, 외국산 잎담배 사용비율을 74%로 점진적으로 늘려간 때문이다.

   
잎담배 생산농사 모임 ‘엽연초생산협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국내 잎담배 생산 기반이 붕괴 위기에 빠졌다고 알렸다. 사진출처는 국회의원 정범구 네이버 블로그.
담배와 관련,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국심은 대단해 보인다. 외산담배를 피울 경우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아직 허다하며, 현재도 우리 국산담배를 살리기 위해 국가적인 기관이나 행사 등에서는 외국산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헴시가’ ‘모히또’ 등 KT&G 신제품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아져 편의점 중심으로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그 동안 취약했던 고타르 부문에서 젊은층의 이동이 나타남에 따라 4분기도 시장점유율 상승추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KT&G는 개별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 감소한 6716억원, 영업이익은 21.1% 증가한 3034억원을 시현해 냈다. 또한 내수 담배 시장점유율은 60.9%로 전년대비 1.1%포인트 상승해 시장점유율 60%대에 진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KT&G의 투자의견을 내수시장의 안정화와 시장점유율 상승을 이유로 매수의견을 내놓았다. 경쟁사의 가격인상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브랜드파워 강화 전략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영업현장 인력 강화 등의 효과가 크다고 평가되지만, 이는 전적으로 국산 사랑에서 나온 애국심의 결과로도 해석된다.

반면 외국계 담배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40%대이며, 주주들 또한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어 외산담배의 이익창출은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된다. 하지만 민영화된 KT&G가 국산 잎담배를 사용하지 않고 외국산 잎담배 수입을 계속 늘여간다면 이 또한 큰 국부 유출이 아닐 수 없다.

잎담배 생산농가들은 △잎담배 수매가격 21.1% 인상 △정부 및 재단지원금 잎담배농가에 환원 △2년에서 3년 잎담배 구매계획 예고제 실시 △KT&G 제조담배에 50%이상 국산 잎담배 사용 △신규경작 및 계약대상자 제한폐지 △잎담배 생산량 쿼터제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KT&G가 2011년 잎담배 수매가의 경우 4.5% 인상해 재공고하기로 하고, 2011년도 판매실적의 5.5%에 해당하는 금액을 경작인 매매종료 후 KT&G, 중앙회, 재단이 3등분해 각각 1.83% 장려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KT&G 제조담배에 50%이상 국산 잎담배 사용’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KT&G 측은 이익 창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담배사업이 민영화된 이후, 수출 측면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국산잎담배의 비율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국내 생산되는 잎담배는 해외가격경쟁력에서 2배에서 3배가량이 뒤지는 것이 현실이며, 수출물량에 대해선 원가를 맞추기 위해 수입 잎담배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영화 이후 고령화나 농사 기피현상으로 인한 연초생산면적과 생산량 감소만 있었을 뿐, 제도적인 감축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산잎담배 사용률과 관련해선 “수출되는 담배는 어쩔 수 없이 비율을 줄였지만, 국내 유통되는 담배의 50%는 국내 잎담배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며 “현재 생산되는 국내 잎담배 100%를 1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통해 전량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잎담배를 제조하는 기후나 조건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원하는 맛을 내기위해 수입 잎담배를 써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는 농민들과의 합의점을 찾아 합의한 상태로 더 이상 문제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잎담배가 외국산에 비해 3배가량이 비싸다고 해서 계속해서 국산 잎담배 사용량을 줄여나가면 담배를 근간으로 하는 농민들은 설 곳이 사라지고, 결국 외국산 잎담배와 국산 브랜드만이 남게 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