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권이 ATM·창구수수료를 사실상 폐지한다.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ATM 설치 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이 제일 먼저 수익감소의 쓴 맛을 볼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은행들은 25일 수수료체계 합리화방안을 확정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신한은행이 타행 이체 수수료를 내렸고 국민은행도 전산 시스템을 고쳐 다음 달 초부터 인하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촉발된 ‘반(反)월가 시위’가 여의도까지 번지자 결정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ATM·창구수수료가 은행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한 탓에 ‘선심성 약속’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영향력 역시 은행마다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인하 정책의 첫 희생타는 국민은행 몫이 될 전망이다.
SK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은행들의 ATM 수수료 인하는 제한적이지만 확실히 영업수익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ATM 설치 대수가 많은 은행일수록 수수료수익 감소가 클 것이므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순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수익 중 ATM수수료는 0.57%”
이번 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인해 은행 수익이 일부 줄어들겠지만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영업수입에서 ATM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0.5~1% 내외로 추정된다. 또 창구와 ATM 이용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장기적으로 은행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SK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영업수익 중 수수료수익 규모는 3.65% 정도다. 이는 수입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수입수수료의 항목에는 창구, ATM·CD, 텔레뱅킹, 인터넷뱅킹 수수료가 포함된다.
이수정 연구원은 “은행별로 영업점과 ATM 의 분포가 다르기 때문에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ATM 수수료가 영업 수익에 차지하는 비중은 0.5~1%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ATM 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2010년 말을 기준으로 약 630억원의 영업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영업수익의 0.9% 정도”라고 말했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사례로 미뤄 대략 ATM 수수료의 30% 가량이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며 “신한·국민 등 대형은행 기준으로 연간 200억~300억원 내외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EPS(주당순이익)의 1% 미만 수준”이라고 말했다.
◆“각종 인하안 한꺼번에 시행되면 부담”
또 인터넷과 스마트폰 대중화로 텔레뱅킹 비중이 높아진 반면 창구와 ATM 이용률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수정 연구원은 “이번 수수료 인하의 주요 할인 항목이 ATM과 창구수수료라는 점에서 이들 수익이 은행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처음부터 자신들의 이익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포기하고 대대적인 홍보수단으로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ATM 뿐 아니라 신용카드 수수료, 각종 이자율 인하 정책이 한꺼번에 예정돼 은행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은행별로 이미 시행됐거나 시행 예정인 방안들은 정기예금 중도해지이자 구간 세분화, 예금담보대출 가산금리 조정 등이다.
이병건 연구원은 “신용카드 수수료는 인하와 함께 낮은 수수료가 적용되는 중소가맹점 범위가 내년부터 매출액 2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확대되는 등 이 같은 요건을 모두 감안하면 대형은행 기준으로 약 1000억원이 넘는 수익 감소가 예상 된다”며 “이는 은행에 있어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수수료율 인하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