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실물위기와 금융위기가 동시에 작용하는 이른바 ‘복합불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식 장기불황을 기억하는 이들은 복합불황 가능성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본의 거품(버블) 붕괴는 중소 부동산업자들이 원흉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불패론에 따라 움직이는 가계 수요가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 상황과 다르고, 그간 우리의 부동산 버블의 크기는 일본의 그것보다는 작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이 만만찮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경제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맞으면서 복합불황론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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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선제적 인상하는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위기가 심화되는 경우다. 이 경우 대출자 소득 감소와 이율 상승 부담에 따른 연체율 급증→금융권 대출 전격 회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더욱이 개인파산 증가→내수 위축→금융기관 건정성 악화와 병행돼 나타나, 결국 금융과 실물이 모두 어려움에 빠지는 복합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전부터 우려돼 온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과도하게 안은 하우스푸어 때문에 금리 카드가 묶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면 그 위기의 분출구는 특히 어느 세대가 될까? 최근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특히 베이비 부머의 취약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에서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한 세대)가 본격적으로 연금 수령층으로 편입되는 2014년이 오면 재정위기가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베이비 부머발 주택대출 붕괴 우려가 국가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위험이 몇 년 이내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흥미를 끌고 있다.
◆금융권 선제적 리스크 관리…안심할만하나?
25일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이 주택담보대출판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발표된 ‘주택담보대출 부실 가능성’ 연구는 주택담보대출자 292만명 중 약 10%인 30만명을 추출해 시나리오별로 대출 연체율이 얼마나 늘어날지 분석한 것이다.
물론 연구에서도 지적됐듯이 수도권, 우량신용등급군, 고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 연구보고서의 견해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또 다른 문제 역시 언급하고 있다. 미시적 관점에서는 차주의 금융 부담이 증대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특히 △제2금융권 대출비중 증가 △복수 주택담보대출자 및 여타 대출보유자 비중 확대 △이자만 납입하는 차주의 비중 확대 △DTI 40% 이상 차주 비중 확대 등을 감안할 때 더 문제라는 해석이다.
연체 문제는 고령층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61세 이상 70세 이하 고령층에서 연체율은 0.8%을 상회했다. 41~50세 구간과 51~60세 구간에서는 0.6%을 밑돌았다.
연체율은 금리가 높아질수록, 소득이 줄어들수록 비례해 높게 나타났다. 71세 이상 고령층에서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연체율이 0.27%포인트 증가했고, 금리 3%포인트 상승 시 연체율이 0.8%포인트 급증했다.
소득 감소에도 취약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소득이 무려 20%나 감소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고령층 1만명 중 54명이나 추가로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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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시작된 베이비 부머들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아, 이들의 경제 사정이 부실화될 경우 큰 혼란이 올 것으로 보인다. 표는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
저소득층(하위 20%)도 위기로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경우 받을 타격이 심각했다. 소득이 5% 줄어들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1%포인트 늘었고, 소득이 20% 감소하면 연체율은 0.54%포인트 늘었다.
◆‘고령층’만 주택담보대출 연체 심각? 베이비부머 은퇴 시작되면 더 끔찍
결국 소득이 작거나 또 불안정해지는 경우,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는 베이비 부머 연령대로 넘어가 보자.
주택담보대출 차주 비중에서, 2010년 9월 기준으로, 베이비 부머에 해당하는 51세에서 60세 사이에 해당하는 세대의 차주 비중은 20%를 상회한다. 참고로, 41~50세 비중은 35%선이다. 연령대별 주택담보대출 평균잔액을 비교해 보면, 이들 세대에서 공히 대체로 9000만원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총잔액 비중으로 넘어가면 각각 24.53%, 36.68%가 된다.
베이비 부머가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이들의 은퇴 후 주력 관리자급 경제활동 연령층이 될 41~50세와 비교할 때).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현재 70세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연체 상황이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거나, 급격한 세계경제 침체 등 상황 악화시 복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현재, 베이비 부머 세대에 해당하는, 1955~1963년생의 퇴직이 현재 본격화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취업자 532만명 중 급여소득자 320만명이 2010년부터 은퇴(한국 평균 은퇴연령 55세)를 하기 시작했으며 오는 2018년까지 매년 30만~40만명이 은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문제는 베이버 부머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정에 빠져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뇌관이 언제고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19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베이비 부머 퇴직급여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1월~2011년 9월에 퇴직급여를 받은 1만2727명을 분석한 결과 퇴직금 지급시점에 연금수령 조건에 부합하는 1575명 중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은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이는 연금으로 받을 경우 세제에서 불리하다는 문제도 있지만, 일시금을 ‘당겨 써야 할 만큼’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방증도 된다.
실제로, 같은 연구소 연구 결과를 더 살펴보면, 베이비 부머가 실제 받은 퇴직급여 금액도 1인당 3103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퇴직급여 금액은 더욱 낮아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준비가 더욱 취약했다. 이처럼 퇴직급여 금액이 적은 이유는 많은 가입자들이 퇴직금을 중간에 정산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른 자료를 더 참고해 보자.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여름, 통계청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은퇴 빈곤층의 추정과 5대 특성’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은퇴 빈곤층은 101만5000가구로 전체 고령 은퇴 가구 264만3000가구의 38.4%에 달했다(은퇴 빈곤층은 은퇴 이후 소득 인정액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생활비 보다 적은 가구를 의미). 특히 오늘날 은퇴 빈곤층의 자산 대부분은 거주와 관련돼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베이비 부머의 앞날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특히 참고할 만하다.
은퇴 빈곤층의 평균 자산 7000만원 중 거주 주택과 전·월세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6.7%에 달해 처분 가능한 다른 자산은 거의 없었다. 은퇴자 가운데 주택을 소유하고도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가구는 51.7%로 절반을 넘었다.
다시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의 ‘주택담보대출 부실 가능성’ 보고서로 돌아가 보면, 주택담보대출 외 여타 대출이 많을수록, DTI가 높을수록 주택담보대출의 연체 가능성은 악화된다는 것인데, 베이비 부머가 겉으로 고소득, 자산안정층에서 이 같은 불안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문제가 된다고 하겠다.
그런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주택시장 변화’ 보고서(금년 7월 발표)를 보면, 실제로 KB경영연구소는, 베이비붐 세대의 67~71%가 평균 7513~8806만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의 44.2%가 만기 일시 상환방식이어서 향후 가구의 소득감소시 상환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며 △90% 이상이 자녀 대학교육비 및 결혼비용을 지원할 예정이어서 지출은 크게 늘 것이 예상 △이들의 노후 대책 준비 수단 중 38.5%를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빠른 고령화 및 재정구조 취약성으로 지급율 하락이 우려됨에 따라 보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의 축소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하면, 베이비 부머가 언제고 현재 고령층 이상의 위험층으로 변신할 가능성과 전제 조건이 충분한 셈이다.
◆베이비부머 폭탄 제거 위해서라도 점진적 개선 견인 필요
결국 충격 가능성을 분석해 볼 적에,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고소득층, 우량 신용등급군을 중심으로 대출이 느는 등 리스크 관리 역량이 강화돼 가동 중인 점은 시장에 반가운 신호이다. 아울러 이 같은 리스크 관리 강화는 급격한 금리 상승이나 소득 감소가 발생하지 않는 한,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부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작성자 측의 해석이다.
다만, 문제는 급격한 금리 변동 등 외부 충격이 어쩔 수 없이, 또 여러 건이 겹쳐서 오는 경우인데 이런 상황에서 베이비 부머라는 층이 언제고 현재 고연령층이 보이는 부실 상황 못지 않은 곤란한 경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음은 살펴본 바와 같다.
이에 따라 여타 대출이 동시에 주는 부담을 경감한다든지 하는 차원에서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일시상환방식 중심에서 분할상환방식으로 변환토록 유도할 필요가 높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를 급격하게 시도하는 경우 부실 가능성 또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의 구조개선은 점진적으로 실시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베이비 부머는 10여년 전 IMF 때 입은 내상을 미처 다 치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은퇴와 자녀 교육 및 결혼 등을 한꺼번에 맞게 돼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은 경우가 많은 만큼 복합불황이 올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복합불황을 가져올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못지 않게 이들의 은퇴 이후와 주택담보대출 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번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의 연구에서 제시된 시사점은 이전의 베이비 부머 관련 연구들의 경고음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복합불황이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볼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