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언제부터 의사들이 환자 걱정에 그렇게 애틋했나.", "연말정산 자료 제출에 손사래를 치는 곳은 의사들 뿐이다.", "전공의 폭력은 의사들 권위 의식 표출의 바로미터다."
전공의 폭력과 함께 도마 위에 오른 의사들의 '도덕성' 논란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전공의 폭력, 연말정산 자료 제출 거부, 진료비 과다 청구 등 최근 줄줄이 터지고 있는 잇단 악재로 의사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L 교수는 7일 "의사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은 자꾸만 의사들이 엄살을 피운다고 한다"며 "이런 불협화음이 지속되면 환자와 의사간 신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일선 현장에서부터 환자들의 질타가 거센데다 의사들이 여론 집중포화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주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는 더욱이 "올해 수가 협상을 둘러싸고 의료계는 상당한 진통을 겪은 터라 겹겹의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좌우에서 모두 협공을 받고 있는 형국"이라고 일축했다.
환자들의 못마땅한 시선은 가장 큰 부담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시각은 최근 의료계가 처해 있는 어려운 현실과도 맥을 같이한다.
연말정산 제출 자료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강남구 한 병원장은 "국세청의 잇단 세무조사와 국민정서에 기댄 시민단체의 무차별 공세 등으로 의사를 비롯 병원이 탈법적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상당 부분 제도 시행을 두고 첨예한 마찰을 빚어왔지만 결국 의료계의 '희망'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탄식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마당을 쓸지 않는 법"이라면서 최근 의료계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의사들이 마치 범죄자로 매도되는 느낌이 들 정도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더 이상 대항할 여력조차 없다"는 것이다.
수가 협상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진료비 과다 청구라는 논란에서도, 전공의 폭력이 회자됐을 때도 비슷한 양상을 띄었다. 그 진의와는 상관없이 음해성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성모병원 K 교수도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무조건 잘못됐다고 야단치는 여론을 향해 제대로 해명할 수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진료하기 좋은 환경의 첫째 조건은 의료계 불신의 제거이며 이를 위해서는 즉 누구나에게 보편 타당한 제도가 우선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