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근로자파견 우수기업 인증제’가 올해 사업시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고용노동부의 일방적인 인증제 시행중지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는 것. 3년간 운영을 해오던 인증제를 갑자기 업계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지한 것에 대해 업계들은 ‘파견업계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자파견 우수기업 인증제’ 시행 중지에 대한 고용노동부와 업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파견근로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됐으나 근로자파견은 대부분 비서, 사무직 등 저임금 단순직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파견사업주는 사용사업주와의 관계에서 협상력 부재로 저가입찰 방식이 관행화돼 있었으며 파견근로와 관련해서는 고용불안, 과다한 중간수수료 공제, 열악한 근로조건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부정적 이미지가 보편화돼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고용노동부는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 건전한 파견근로시장 질서 형성에 기여한 우수 기업을 정부가 공식 인증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통해 근로조건 개선을 촉진하고, 사용사업주 및 파견근로자의 올바른 선택을 지원하는 한편, 파견업의 건전화ㆍ대형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파견업계 ‘정부정책 일관성 필요’
![]() |
||
고용노동부는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 건전한 파견근로시장 질서형성에 기여한 우수기업은 정부가 공식 인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
하지만 올해 인증제 사업이 중지되며 2008년 인증기업들은 내년부터 인증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올해 재심사를 받지 못하고 사업이 중지되면서 내년부터 자연스럽게 인증혜택이 사라지게 됐기 때문. 업체들은 당장 내년부터 사업장의 ‘정기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8년 A파견업체 관계자는 정기감독이 업체들에게 큰 혜택은 아니지만, 하나뿐인 인증제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인증제 자체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기감독이 큰 메리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100% 점검한다고 해도 모든 사업장이 완벽할 수 없으며 그 준비기간이 업체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B파견업체 관계자 “입찰 시 사용사업자들에게 가산점 대상이거나 ‘믿을 수 있는’ 인상을 줄 수 있었는데 당장 내년부터 이런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며 “파견업계에는 하나밖에 없던 인증제였는데 업계와 논의 없이 정책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업계 내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가 나서 진행한 사업이 3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아무런 공지 없이 사업을 접는 다는 것 또한 업체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우수업체, 자정적 노력 필요”
고용노동부는 ‘근로자파견 우수기업 인증제’ 사업 중단에 대해 사업 목적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 인증을 획득한 15개 업체 중 6개 업체는 근로자들로부터 10건 이상 진정서가 접수됐으며, 이중 제일 많은 곳은 29건의 진정서가 제출됐다고 밝혔다. 이외 6개 업체는 10개 미만으로 진정서가 접수됐으며 단 3군데만이 한 건의 진정서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 수치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2년 반동안 접수된 진정서를 조사한 것이며, 2009년과 지난해 인증을 받은 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송범식 사무관은 “근로자들의 진정서 제출 건수를 조사한 결과 의외로 많은 근로자들이 ‘파견 우수업체’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사업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고 내년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송 사무관은 “우수업체라고 인증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던 인증업체들도 진정한 파견 우수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파견업계 비전, 노동부가 외면”
하지만 파견업계는 3년간 운영했던 인증제를 노동부 스스로 중단함에 따라 ‘업계 비전을 노동부가 꺾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증제를 중단하는데 있어 당사자인 업계와 공청회 한번 없이 결단을 내리는 것은 파견업계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C파견업체 관계자는 “인증 받은 업체와 이를 준비하는 업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건너뛴 것은 고용노동부가 행정 편의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부가 ‘근로자파견 우수기업 인증제’ 자체를 버거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09년 인증을 획득한 D파견업체 관계자는 “파견은 비정규직의 5%도 되지 않으며, 90% 이상이 4대 보험과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생산직과 건설 쪽에 비정규직이 더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파견업계만 ‘비정규직’과 관련해 제약을 받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파견이 정규직으로 가져갈 수 없는 고용논리 안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는 등의 노력을 하는 만큼 정부 측에서도 파견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업체들은 직업소개사업, 직업정보제공사업 분야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고용서비스우수기관인증’과 같이 파견우수기업인증 또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용서비스우수기관인증’은 직업안정법 제5조의5, 시행령 제2조의5, 시행규칙 제1조의3에 근거해 운영 중이다. C업체 관계자는 “현재 파견우수기업인증제는 법에 근거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을 중단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파견업체를 대상으로 한 인증제도 좀 더 확실한 기반위에서 짜임새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사업중단 보다 업계 지표 되는 업체 발굴해야
한편, 노동부의 사업 중단 주장에 대해 B파견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을 이어간다 해도 사실 ‘근로자파견 우수기업 인증제’에 추가될 기업은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의 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을 진행해 기존 업체들의 지표가 되는 업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상당수의 기업이 ‘우수기업’으로 인증 받은 만큼 기존의 기업을 솎아내고 추가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며 인증 사업을 유지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는 근로자 고용안정화와 고용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식으로든 근로자파견 우수기업 인증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남창우 국장은 “인증제가 시행되면서 크던 작던 간에 파견근로자 보호와 근로자파견사업의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와서 정부가 폐지 운운하는 것은 현 정부가 대외적으로 외치는 고용안정과 다른 행보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 국장은 “기존 인증기업들의 법위반 발생 등 문제가 발생했다면 철저한 보안을 실시하고 예산확보나 공무원들의 업무과중이 문제된다면 협회에 위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