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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거래 5000억 달러 달성 ‘이면의 그림자 ’

1조 달러 성장 장밋빛 전망 아직 이르다

이인우 기자 기자  2005.11.30 13: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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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30일 한국의 무역규모가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10년 안에 무역규모 1조 달러와 1인당 국민총소득(GDP) 3만 달러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다음달 5일 달성될 것으로 보이는 무역규모 5000억 달러는 한국경제의 외형적 성장을 상징한다. 특히 올해 무역규모의 내용을 살펴보면 수출 2850억 달러, 수입 2600억 달러로 25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무역규모 달성이 한국경제의 본격적인 비상(飛上)을 보장하느냐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한 분석이 따라야 한다.


초고속 성장의 허점에 눈돌려야


한국 경제는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 1974년 처음으로 무역규모 100억 달러를 달성한 뒤 30여 년만에 50배에 달하는 초고속 확장을 이룬 것이다. 1977년 수출 100억 달러 달성 당시 한국은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첫 계단에 올라섰다며 전국적인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무역규모 1000억 달러를 기록했고 1995년 2000억 달러, 2000년 3000억 달러, 지난해 4000억 달러를 달성한 뒤 불과 1년만에 5000억 달러로 올라서게 됐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성장인데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현재 제시되고 있는 낙관적 전망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전망을 내놓으며 무역규모 5000억 달러에 대한 여러 비교대상을 제시하는 등 우리 경제의 입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해 기준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38개국의 무역규모 5136억 달러 및 아프리카 53개국의 4435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규모라는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11개국에 이어 한국이 12번째 무역규모 5000억 달러의 고지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이같은 화려한 성장과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 여건은 그리 밝지 못하다. 외형에 비해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04년 무역의존도 70.3%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만4000 달러 정도로, 무역규모 5000억 달러 이상인 12개국 가운데 중국과 함께 GDP 2만5000 달러에 못미치는 국가로 분류된다.


이는 대외무역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내수와 산업투자가 전체 시장규모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무역액/GDP)는 1960년 18.8%에서 1980년 63.9%까지 오른데 이어 지난해 무려 70.3%에 달했다.


반면 국내 내수와 산업성장률, 기업투자 등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산업생산이 9개월만에 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반도체와 휴대폰을 제외하면 불과 0.3%의 성장률을 보이는데 그쳤다.


더욱이 반도체와 휴대폰 등 ITC산업지수는 24.8% 높아졌으나 경공업의 경우 장기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 등 국내투자 부진


또 기업의 투자지표를 드러내는 설비투자의 경우 1.7% 증가에 그쳤고 향후 설비투자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계수주는 0.9% 증가에 그쳤다.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 증가율도 각각 전년대비 21.2%에서 10.5%, 31.5%에서 22.0%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의존도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내수와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전체 산업의 공동화와 사회의 양극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취약점을 감수해야만 한다.


특히 국내 산업생산 성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의 업종을 일부 대기업에서 독점하는 산업구조의 편중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수출 상위 5개 품목의 비중이 1995년 33.6%에서 2000년 41.5%, 올해 44.9% 등으로 증가하는 등 산업구조가 과다하게 편중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와 휴대폰, 디지털TV, DMB 등 수출주도 산업의 이면에 깔린 부품수입과 로열티 문제도 국내 산업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전자ㆍIT산업은 100% 특허분쟁의 대상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세계 특허권자들은 아직 국내 해당 기업에 대해 자료요청을 하는 등 초기대처에 나서고 있으나 현황파악이 되는 대로 로열티 소송 등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특허업체 로열티 연간 100억 달러


이럴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지상파DMB 등의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는 미국ㆍ유럽의 특허권자에게 대당 8달러 내외의 로열티를 요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로열티를 합산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지불해야 할 잠재로열티 유출액만 연간 1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규모 5000억 달러에 걸맞는 산업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소홀히 했던 기초과학과 부품ㆍ소재산업에 대한 투자확대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부품소재산업 기술력은 2004년 기준 선진국의 8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신제품 개발 기술과 설계기술은 각각 선진국의 77%, 79%에 그쳐 속빈 IT강국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이미 ‘미래 성장동력산업’을 지정, 각 기업에 과제를 부여하고 있으나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품ㆍ소재산업의 취약성은 고질적인 대일무역적자에 그대로 연결된다.


무역규모 5000억 달러의 이면에는 수입 2천600억 달러, 대일 무역수지 악화라는 이면이 깔려있는 것이다. 대일무역적자는 지난해 244억 달러로 정부의 적자폭 감소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대기업들은 국내 부품ㆍ소재산업을 육성하기보다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일본 제품 수입을 선호하고 있다. 당초 부품산업 등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대기업의 지원 없이 영세규모 업체에서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과제이다.


우리나라의 총연구개발비 가운데 기초연구비 비중은 1990년 16.08%에서 2003년 14.47%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정부가 진행해온 자금위주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가 핵심기술 개발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펴나가야 한다.


무역거래 대상국 다변화 등 과제 산적


이밖에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기업의 주식을 저평가하는 주요 요인인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순환출자구조 근절 등 투명한 기업경영체제의 정착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정치권의 처리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금산법 등 관련법 정립을 통해 산업구조를 바로잡을 때 진정한 선진 경제시스템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미국과 일본 등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무역거래 대상국가도 시급히 다변화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 이어 제2위의 수출대상국인 일본과 한국의 경제규모만 따져볼 때 양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GDP의 17.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본의 비중은 세계 GDP 대비 16.1%인 반면, 한국은 1.7%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무역거래 등 경제규모에서의 대일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역거래 5000억 달러 시대를 맞은 한국 경제는 ‘내수 및 국내투자 활성화’와 ‘원천핵심기술 개발’, ‘부품ㆍ소재산업 활성화’, ‘대기업 등 산업구조의 개편’, ‘무역대상국 다변화’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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