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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니콘이 심은 남산 위의 저 벚꽃나무는…

이종엽 기자 기자  2011.01.24 18: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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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흔히 일반적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 아닌 것들로 밝혀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대한민국의 상징물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국기인 태극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국화(國花)로 알고 있는 무궁화는 사실 법률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 이는 국목(國木) 소나무, 국조(國鳥) 까치 등도 매한가지다.

무궁화, 소나무와 까치를 대한민국을 상징한다는 법률적 지정이 없었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하나의 공동체적인 정체성이 성립돼 있어 사실상 나라를 상징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애국가에 등장하는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강인함의 상징이자 어떠한 압력과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불굴의 정신을 내포하고 있어 수도 서울 남산 위에 웅혼히 자리 잡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남산과 그곳을 지킨 소나무의 역사는 참담 그 자체다. 과거 침략 제국주의 시절 일본이 선비 마을인 남산 일대를 자기들 입 맛대로 만들면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벚꽃나무를 심고 높디 높은 계단을 만들어 황국신민화, 내선일체를 강조하면서 조선신궁을 만들어 버리는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어디 그뿐이랴. 남산 아랫자락인 명동은 사실 오욕된 역사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명동(明洞)은 지금의 일본을 만든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주인공인 메이지(睦仁, 1852~1912)의 업적을 기리고 강제 병합한 조선에 그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만든 곳이 메이지정(町)이라는 이름이 변형된 것이다.

때문일까. 명동을 찾는 많은 일본인들은 이곳에서 그들에게 잊혀진 과거의 영광(?)을 답사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니콘이미징코리아가 지난 11일 배포한 보도자료용 사진. 왼쪽 세번째, 니콘이미징코리아 우메바야시 후지오 대표

서론이 길었다. 남산의 중요함과 남산 위의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 기업이 언제든지 자사의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벚꽃을 심을 수 있는 곳이 됐다. 물론,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일반적인 행위다.

지난 11일 기자는 우연히 일본의 대표 카메라 브랜드인 니콘이 남산에 창립 5주년 기념 식수를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1월 11일이라는 숫자는 우리 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는 니콘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우메바야시 후지오 대표는 기념사를 통해 "우수한 기술의 신제품 출시, 고객과의 접점 확대, 영업망 강화 등을 통해 한국 고객을 만족시켜 나가며 대표적인 카메라 브랜드인 니콘의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감이 교차했다. 비록 못난 후손들이 목숨을 바쳐 이뤄낸 선조들의 독립 정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지금도 서울시에서 남산 벚꽃 축제라는 것을 행하고있는 것을 보니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공식 법인명 니콘이미징코리아(대표 우메바야시 후지오)의 남산 위에 심게된 경위는 다소 놀라웠다. 식수까지 무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관계 부처와 조율한 뒤 나무의 크기와 위치까지 정해진 것.

해당 부처는 서울시 산하 푸른도시국. 시 관계자는 "당초 니콘 측에서 여러 주를 심기를 원했으나 남산에서 벚꽃을 없애야 한다는 일부 지적이 있어서 결국 크기 2m, 지름 10cm로 정해서 현재 팔각정 인근으로 식수한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식수한 팔각정 인근 또한 문제가 된다. 과거 국사당 터이자 남산을 상징하는 곳으로 주변에는 소나무만 식생하고 있어서 벚꽃이 만개할 수 년 뒤 남산 팔각정 주변에 피는 유일한 벚나무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니콘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대표 이사 변동이 있었고 니콘이 일본회사라는 시각 보다 글로벌 회사로 보는 것이 옳다"라며 "남산 식수는 여러 후보지 중 관계 당국과 협의해서 선택된 곳"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식수는 민족혼 오염, 일본기업이 일본 상징을 남산에 심는다는 등 역사적인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전혀 의도되지 않은 일반적인 일에 대해 문제 제기한 부분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사실 맞는 말이다. 현행 법과 주무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합법적으로 진행됐지만 남산의 장충단은 일제에 의해 암살된 명성황후를 위해 의기를 떨친 순국한 훈련대 장병들의 제사단이 있고 안중근 의사, 이준 열사, 백범 김구 선생, 이시영 선생, 이한응 열사 등의 기념비와 동상이 있는 곳이다.

모두 일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 바로 남산이다. 비록 의도되지 않았고 한국에서 1위 기업이 되고 싶은 심정은 이해 가지만 한국인의 심정과 정서를 고려 못한 니콘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그리 오래 가지 못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