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저런 자료를 조사하다 섬뜩한 내용을 접했다. 얼마 전 지인이 강남 한 약국에서 약을 구입했는데 유통기한이 무려 1년이 넘었더라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지인은 약국에 가서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약국 약사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카드결제만 취소했다고 한다.
국내 약국 의약품 판매 실태가 심각하다. 지인의 겪은 황당한 경우처럼, 유통기한이 지난 약들이 약국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약사들의 처방을 신뢰하고 주는 대로 약을 복용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복용할 경우 설사나 두통 등을 앓을 수 있고, 자칫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달 경기도 광역특별사법경찰이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내 의약분업 예외지역 소재 약국 105곳과 대형약국 48곳을 조사한 결과, 오남용 의약품 불법판매 약국 46곳이 적발된 바 있다.
정부 당국의 주먹구구식 의약품 관리를 이대로 보고만 있어야 할까. 의약분업 10년의 현주소를 보면서 실망과 걱정이 교차했다.
최근 경기 광명지역의 한 약국은 유통기한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의약품을 도매상으로부터 공급받았다. 지난 9월 S약품 도매상으로부터 공급받은 H제약의 고혈압약의 유통기한이 4개월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 약국 측은 도매업체에 항의했지만, 도매업체도 ‘지난 7월경에 H제약사로부터 공급받았다’고 발뺌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미뤄 짐작컨대, 의약품 유통 구조상의 문제는 얽히고설킨 고질적 병폐로 보인다. 유통기한을 교묘히 속여 싸게라도 넘겨 팔려는 제약사와 유통기한을 묵인하고 소매업체로 떠넘긴 도매업체간의 불법거래도 문제다. 유통기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구매․판매한 일부 약국 역시 지탄받아 마땅하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뻔뻔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기자는 약사법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판매하는 약국에는 ‘업무정지 3일과 벌금 300만원 이하 혹은 1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법적 제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알고도 대수롭지 않는 체벌이라고 무시하는 약국이 대다수인 것 같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약국에서 수많은 약을 구매하는데 있어 유통기한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는다”며 “만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약을 공급하더라도 유통기한에 관한 도매상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호주에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약을 소비자들에게 싸게 판매한다. 심지어 50%이상까지 할인할 때도 있다. 소비자들에게 유통기한에 대한 보상판매를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제도다.
한국의약품도매협회는 “의약품 유통기한에 대한 특별히 정해진 규칙이 없다. 당연히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오는 것은 반납해야 한다”며 도매업체 스스로 유통기한에 관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유명 제약회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품마다 유통기한이 달라서 납품 의약품에 대한 유통기한 기준이 없다”며 “만일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일 경우 약국이 도매업체에 반납하고 도매업체는 제약사에 반납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별로 전부 다 반품 처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엄격히 다뤄져야 하는 의약품이 ‘제 멋대로 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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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복용하는 이들은 아픈 사람들이다.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는 제약 관련업계가 이런 불량한 유통으로 돈을 버는 일은 어떤 경우라도 용서할 수가 없다.
약사들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고 외쳤다. 약은 약사에 맡겨달라고 해서 국민과 정부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약사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소비자에게 팔고 있고, 제약사들은 약국에 또 그렇게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벌이 때문이다. 국민 건강보다 돈이 훨씬 더 중요한 사람들만이 저지를 수 있는 끔찍한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