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이철현·김소연 기자 기자 2010.11.01 11:57:30
[프라임경제] 태광그룹 경영진의 정·관계 로비 실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본지는 참여정부 핵심인사가 일정기간 동안 태광그룹 측으로부터 매월 수억원의 거액을 받아온 정황을 포착했다. 태광은 ‘페이백(Pay-back: 되돌려주기)’ 수법을 써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단독입수한 A4 용지 8장 분량의 녹취록을 중심으로 당시 정황을 재구성했다.
2005년 6월 28일, 프로그램공급업자(PP)인 A사 기업은행 통장에 한빛아이앤비(SO)로부터 3468만3000원이 입금됐다. 국내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한빛아이앤비(현 티브로드한빛방송)는 태광그룹 핵심계열사다.
A사 재무담당자는 당혹스러웠다. 한빛아이앤비로부터 이렇게 큰돈이 들어올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한빛아이앤비가 A사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불하는 돈은 월 19만원. 입금날짜를 잘못 알았다손 치더라도 금액 면에서 큰 차이가 났던 것이다.
A사 재무담당자는 곧바로 한빛아이앤비에 문의전화를 걸었다.
“이 돈이 왜 우리에게 입금된 거죠.”
“아, B사에 입금돼야 할 반기 프로그램 사용료가 잘못 입금됐네요. 입금취소처리 해주세요.” (같은 내용의 레저프로그램을 제작, 공급하는 A사와 B사는 회사명까지 비슷해 SO업체들이 간혹 헷갈려하곤 했다.)
A사 재무담당자는 황당했다. 아무리 반기 프로그램 사용료라고 해도 가격차이가 심하게 났기 때문이다.
“반기사용료라고 하면 6개월분을 한꺼번에 입금했다는 건데, 그럼 B사 프로그램 사용료가 월 578만원이 넘는다는 건가요. 우린 고작 19만원인데.”
“A사 프로그램보다 B사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아서 그래요.”
한빛아이앤비 측 말은 사실이었다. 당시 산출된 A사 프로그램 시청률은 0.014%였던 반면 B사 프로그램 시청률은 0.056%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0.1% 미만 시청률 비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른 종합유선방송 관계자의 말이다.
“시청률이 4배가 높던, 5배가 높던 0.1% 미만에서 비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다만 각 PP업체마다 시청률이나 론칭 채널수에 따라 ‘받는 돈(프로그램 사용료)’이 다를 순 있는데 그렇다 치더라도 수신료로 월평균 200만~300만원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시청률 1%대 나오는 곳이 그 정도 받았는데 당시 케이블방송에서 1%대 시청률 나오는 곳이 거의 없었죠.”
◆한빛방송, 또 다른 비자금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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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2005년 6월 28일 A사 통장에한빛아이앤비로부터 거액의 돈이 송금됐다. 원래 이 돈은 B사에 입금될 예정이었다. 한빛아이앤비는 B사로부터 이 돈을 페이백 수법으로 되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 ||
먼저 태광그룹 비자금의혹과 관련, 한 PP업체 사장은 업계 ‘페이백(Pay-back: 되돌려주기)’ 관행에 대해 지적했다.
“티브로드에서 필요 이상의 많은 돈을 받는 업체 사장에게 한번은 ‘우린 굶어죽겠는데 너흰 좋겠다’고 비꽜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쪽 사장 왈 ‘아이고, 사장님. 모르는 소리하지 마세요. 티브로드에서 도로 그 돈 다 가져갑니다.’ 하더라고요.”
이렇게 되돌려진 돈은 대부분 태광그룹 비자금으로 축적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백 관행에 대해) 종종 전해 듣긴 했다”며 “(방송)업계에선 숱하게 돌았던 얘기”라고 말했다.
이러한 페이백 관행은 2001년 1월 PP승인제가 등록제로 전환되면서부터 슬그머니 형성됐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PP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게 화근이었다. 채널수는 81개로 한정된 반면 PP업체는 날로 증가해 SO 횡포를 부추긴 것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된 PP업체는 9월30일 기준 244곳(복수방송채널사업자 포함)에 달한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연루
한빛아이앤비 송금오류 사건은 비자금조성 외에도 또 다른 의혹을 불러오고 있다. 바로 청와대 로비설이다.
“페이백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몇몇 PP대표들이 업계를 대상으로 물밑 조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C사가 티브로드로부터 월 프로그램사용료로 1억6000만원을 받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됐죠.”
C사는 △영화채널 △무협채널 △요리건강채널 등 모두 3개 프로그램을 제작, 납품하는 복수방송채널사업자(MPP)다.
여기서 문제는 C사 프로그램이 유독 티브로드 계열에만 집중 편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C사 3개 프로그램은 티브로드가 소유한 17개 SO에 모두 배정돼 있는 반면 다른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는 6개 정도만 들어가 있다.
티브로드와 각별한 사이인 C사를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또 다른 의혹의 중심에는 C사 대표와 참여정부 핵심인사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C사 P대표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 X씨가 동기동창이란 게 빌미가 됐다.
내용인 즉, 티브로드가 C사 P대표를 통해 X씨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6000만원씩을 일정 기간 매월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본지가 단독 입수한 A4용지 8장 분량의 녹취록에 언급돼 있다.
특히 태광그룹과 청와대 간 유착관계를 입증할 만한 다소 충격적인 증언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심지어 문건은 X씨가 태광그룹 편의를 봐주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인사에까지 입김을 넣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녹취록의 일부다. 이곳에 등장하는 Y씨는 태광그룹 위장계열사 퇴직임원이며, L씨는 X씨의 친한 후배다.
L씨: 그러고 말입니다. 그 ○○○(X씨)이란 사람이 경인민방 건도 휴맥스하고 할 때 힘을 써 줬다는 이야기가 있습디다.
Y씨: 아, 경인민방요? 지금 요번에 된….
L씨: 예, 예. 이번에는 영안모자가 됐지만, 그 전에 휴맥스하고…. 진 사장하고 권○○(공인회계사)하고 한번 이렇게 해보려고 했었거든요.
(중략)
Y씨: 예, 그래서 한번 요게 그 말씀대로라면. 어느 정도 진척이 되고 있고 어느 정도 상황이 파악돼가는 지를 알아봐야겠네요.
L씨: 그러니까 지금, 이게 게이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데 말입니다.
Y씨: 전반적으로 이 업계에 그 많은 좀 비리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금 뭐 재작년(2005년)도부터 검찰이니 뭐 끼어들고 있는데…. 이게 특히나 지금 그, 청와대 관련해 갖고 별 것도 아닌 사람이. 그 사람 하나가 방송위원회 그 어떤 자리 승진이나 이런 거를 다 좌지우지하고
(생략)
◆태광-청와대, 악어와 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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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본지는 최근 태광그룹 비자금 일부가 참여정부 핵심인사에게 전해진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녹취록에는 태광그룹 핵심계열인 티브로드 J 전 대표가 당시 청와대 인사게 일정기간 매월 1억6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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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씨: 예를 들어서 제 말은 그거다 이거죠.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딱히 뭐 내가(X씨) 힘 써줄게 이래가지고 태광에다가 (P대표 회사에) 런칭 해줘. 그 다음에 수신료 많이 내놔. 우리 나눠먹자. 이렇게 하는 것이….
Y씨: 그 제가 알기로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출발된 건데 그 관계를 유지하려면 P대표가 보나마나 그 사람(X씨)한테 뭔가 제안을 안 던질 수가 없는 게 아닙니까? 뭐 그거부터 지금, 공무원들 급여가 뻔하죠, 그 명예직인데….
Y씨: 그래서 인제 그 처음 한해는 그렇게 돌봄을 받고 또 그 거에 대해서 상응한 그 어떤 대가를 치러줬을 것 일거고…. 그 다음 년도에 이제 계속해서 유지될 때는 이미 그 진헌진(티브로드 대표)이하고 뭔가 다시 딜이 생겼겠죠.
L씨: 아, 청와대 쪽하고 진헌진씨하고요?
Y씨: 아, 그 청와대 쪽 사람은 인제 처음에 그 인연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을 거고, 그 다음에는 아마 P대표가 직접 뭔가. 인제 뭐, 그 사람(X씨)을 앞세워 하던가. 아니면 직접 진헌진(티브로드 대표)하고 무슨 딜을 했을 것 같아요.
L씨: 예, 그러니까.
Y씨: 그게 결국은 수신료를 주고 다시 그걸 리턴을 해서 현금으로 되받고….
L씨: 그러니까 결국 월 1억6000만원은 그 Y의 선배님(임○○, C사 자금담당)께서 매달 1억6000만원 받은 거를 서로 어떻게 했을 거 아닙니까?
Y씨: 그쵸, 그거 다시 현금으로 돌려서 그 뭐 진헌진(티브로드 대표)이 통장으로 찍었겠죠.
일련의 의혹사실과 관련 태광그룹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X씨와의 유착관계를 묻는 질문에선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티브로드 문서를 확인해 본 결과 수신료 관련해선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며 “특정 PP에 수신료를 더 챙겨줬단 얘긴 우리를 폄하하려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부정했다.
반면 X씨와 태광그룹 간 사이에 대해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는 지금 처음 들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편 X씨가 방송통신위원회 인사에까지 관여해 태광그룹 뒤를 봐줬다는 녹취록 내용과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며 “참여정부 때 그런 사람(X씨)이 있었는지조차 지금 들어 알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