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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태동은 현대차로부터

[기획연재] ‘현대건설 인수전’ 막전 해부 - ①

이종엽 기자 기자  2010.10.13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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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요즘 때 아닌 대기업 집단 정통성 논란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뉴스의 진원지는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 M&A를 두고 현대그룹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 광고였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인수 최종 마감을 앞두고 현대그룹이 선택한 키워드는 바로 정통성. 하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과 함께 정통성을 주장하는 현대그룹은 M&A경쟁사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일대 승부수에서 소위 정통성을 앞세워 기업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 동원력, 경영능력과 비전이라는 인수 핵심적 사안을 비켜가려는 의도로 비춰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현대건설 사옥 전경>
현대건설의 사활이 걸린 안정적인 M&A를 위한 수많은 검증 과정에서 현대그룹이 주장하는 정통성이 인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까라고 묻는다면 현대차그룹은 ‘NO’라고 답해야 한다.

그 이유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정감 어린 흑백사진으로 투영된 감성이 정통성이 아니라 그룹을 일군 ‘청년 정주영’의 ‘미래 정신’이 과연 어디에 있었느냐는 것을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청년 정주영의 미래 정신은 비대해져 자멸한 과거의 현대그룹이 아닌 현대차에 있었다.

◆ ‘現代’ 타이틀 시작은 현대자동차공업사

동방의 등불이라고 불리는 이 땅에 기원전 2333년 단군이 세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는 ‘조선’이다. 조선이라는 이름은 이후 1392년 이성계가 다시금 차용하는데 이후 학자들은 과거의 조선을 구분하기 위해 단군의 조선을 고조선이라고 통칭했다.

고려 역시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 받은 후손이자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려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사용했다.

그만큼 국가와 민족의 동질된 정체성에서 이름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영향력은 사실 무한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세계 속에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는 ‘現代’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진중함과 사명감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라는 이름은 언제 쓰여진 것일까. 대부분 정주영 회장의 유년기 시절의 일화나 건설 신화 등은 널리 알려졌지만 '현대'라는 이름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사진= 1948년 현대자동차공업주식회사 정주영 사장과 직원들의 야유회 모습>

청년 정주영의 시작은 1940년 3월, 일제 강점기 시대 현재 서울시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불과 5000원이라는 돈으로 시작한 ‘아도자동차 서비스’가 지금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의 모태였다.

해방의 기쁨을 맞이한 후 1946년 4월, 정주영 명예회장은 중구 초동에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돌입하게 된다.

바로 이때 처음으로 ‘現代’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이는 곧 정통성의 시작이 어디에 있음을 쉽게 짐작하고 남는 대목이다. 

이듬해 1947년 5월25일 현대토건사가 설립, 1950년 현대건설 설립으로 한국경제사에 거목 정주영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다.

따라서, 정통성은 그 명칭에도 나타나지만 설립자의 기업 정신과 미래 정신이 투영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녹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청년 정주영’의 ‘미래 정신’은 어느 날 불현 듯 날아온 종이 몇 장이 아니라 창업 순간 그가 꿈꾸던 미래 모습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 현대그룹의 의도된 ‘미장센’

이번 현대그룹의 M&A를 위한 이미지 광고는 한 마디로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패착의 원인은 지금의 현대건설이 나아가야 할 미래 청사진에서 현대그룹이 제시한 모습은 지극히 싱크로율이 낮은 감성에 호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1992년 현대 부도의 신호가 나왔다>
기업의 미래를 위한 객관적 선택을 앞 둔 상황에서 주관과 감성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한 것.

현대건설은 한국 건설의 역사이자 절대성을 가진 불멸의 금자탑과도 같은 이름이다. 1인당 국민소득 68달러에서 현재 2만달러 시대에서 현대건설은 우리 국민의 눈물과 환희가 함께한 국민의 기업이자 현대가(家)의 상징이다.

그래서 일까. 생전 정주영 명예회장은 현대건설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지난 1992년 2월, 현대가 10조원에 이르는 부채로 인해 부도 임박설이 나올 당시 대선을 앞둔 정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현대건설·현대중공업 주력 3사의 부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와도 같은 이 말은 정확히 8년 뒤 현대건설의 부도로 이어졌다.

과연, 이 대목에서 유지를 받들지 못한 기업가와 오히려 성장·발전시킨 기업가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85년 1월11일 사장단 세미나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은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경영인은 건전한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기업은 이익이 우선이긴 하지만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는 정신자세가 필요합니다. 즉 최고 경영자가 자신이 하는 일이 국가에 도움을 주고 국가발전 성취에 이바지하는 것인가를 올바로 생각한다면 설혹 하는 일에 있어 일시적인 패배가 있을지라도 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현대건설 M&A를 앞두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핵심인사들에게 남기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첩경을 찾는 일이 바로 경영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라는 것이 바로 창업자 정주영의 큰 뜻이다.

몇 장의 사진과 서류로 지나간 역사와 상처가 사라지지 않는 법. 다가 올 미래의 현대건설과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현대건설의 미래를 그려 봐야 할 것이다.

※ 다음에 연재될 ‘현대건설 인수전 막전해부 ②’에서는 현대건설의 몰락·회생 과정 속에서 현대그룹 계열 분리 후의 현대그룹과 현대차 그룹의 현재 모습을 진단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