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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상승 이끈 ‘환율전쟁’

프라임경제 기자  2010.10.07 08: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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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환율에 관련된 소식들이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수준이다. 치킨게임이라 할 수 있는 환율 전쟁은 한마디로 지면 끝장이라는 일전불사의 모습처럼 비장하며 이러한 상황은 대응 여부를 떠나 다소 우스꽝스럽게까지 비춰진다.
 
분명한 것은 어떤 자산이 되었든 공급 과잉은 가치하락을 가져오기 마련이며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풀린 돈이 향후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상기후와 맞물려 농산물 값의 급등이 지속 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전일 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떨어뜨리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곧 있을 10월 금통위에서 한국의 통화정책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 출처: marketoracle
파죽지세로 1900선을 돌파한 증시의 상승배경에는 이러한 통화전쟁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의 행태들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다. 
 
타협의 여지를 보여주지 않는 시장은 간혹 황당한 사건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 사건이 무엇일지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전 세계가 지나친 유동성 과열의 종지부를 찍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 한다. 본래 물량공세란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싸움이 못된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가격경쟁에 열을 올리는 대형마트를 보면 그로 인한 가격인하의 피해가 중소 제조업체로 전가되어 손해를 감수하고도 납품을 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게 된다. 결국 납품가 후려치기를 버텨내지 못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무너지고 이는 또 다른 경제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현재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가 제조업 중심의 중소업체인지 아니면 대형마트 같은 마켓메이커의 위치인지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히 나온다.
 
시장은 조율을 원하고 있을 뿐 전쟁을 원하고 있지는 않다. 지금의 환율전쟁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 원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어떤 대형마트도 자신들의 매장에 납품하는 회사들이 모두 줄도산을 하거나 카르텔을 형성해서 납품조차 받지 못하는 사태를 유발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필자의 사견으로 보기에는 이번 환율 전쟁은 승자(勝者)가 나오면 안 되는 전쟁이다. 
 
출혈은 있을지언정 한쪽의 완벽한 패배가 선언되는 즉시 이긴 쪽도 언젠가는 거둬들어야 할 막대한 통화환수로 인해  만만찮은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는 전쟁을 벌이는 쪽에서도 충분히 계산된 수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이는 손이든 보이지 않는 손이든 결국 시장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암묵적인 합의가 되었든 누군가의 강력한 의지든 이런 식의 비이성적인 전쟁은 머지  않은 시기에 종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공세적으로 환율을 떨어뜨려 모든 나라가 수출을 늘리겠다고 하면 그것을 사주는 나라들도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수급의 문제를 야기 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위기 이후 부채 문제의 해결이나 구조조정 같은 경제체력을 다지지 않은 채 버블형성에 주력하고 있는 선진국 경제의 향방이 점쳐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제조업 기반을 잃은 선진국들은 자국의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환율 전쟁이 뛰어들었다. 그동안 금융을 기반으로 편하게 먹고 살던 시절에서 위기가 찾아왔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제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자존심을 건 대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지면 재선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오바마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환율 전쟁을 쉽게 양보할 리 없으며 최대한 이슈화하려 들것이다. 너도 나도 이 전쟁에 참여하는 이유도 손 놓고 불구경만 할 수 없도록 계속해서 번지는 평가절상의 압박 때문이다. 
 
물량공세나 다름없는 최근의 외환시장의 행보를 예측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이미 수십조원을 한방에 털어 넣은 일본정부 조차도 대대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절상 폭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이를 바라보는 통화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환율 전쟁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하루 수천억쯤 쏟아 붓는다 해도 큰 무리가 아닐런지도 모른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주가띄우기가 아닌 환율에 있기 때문이다. 증시상승의 강력한 배경을 모른 채 다른 이유를 찾고 있다면 분명한 배경부터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이해만 바탕이 된다면 이번 상승장은 즐길 수 있는 장이며 그럼에도 기민한 대응과 지속적인 관찰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 켐피스(kempis)는 켐피스의 경제이야기(http://blog.daum.net) 운영자이다. 파생상품운용 딜러로 11년간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yahoo 금융 재테크, daum금융 재테크, 아이엠리치(http://www.imrich.co.kr) 등에 기고문과 전문가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