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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이 더 아름다운 마을로의 여행

전주한옥마을

고연실 기자  2010.10.01 09: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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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며 들어가는 욕실, 겉으로는 잠을 깼지만 속으로는 자고 있는 나와 첫 대면 하는 곳이다. 거울 속에 비친 또 다른 내가 말한다.
“이젠 예뻐질 때도 되지 않았니?”

거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있는 대로 투영한다.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마을 역시 꾸밈없이 있는 대로 현재까지 대대로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 외향도 외향이지만 그보다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꾸미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마을로 향해 떠났다. 우리나라의 멋과 맛, 가락까지 느낄 수 있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였던 전주 한옥마을로의 여행.

인상 잔뜩 찌푸린 하늘, 구름만 많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불길한 예감이 자꾸 나를 쫓기 시작했다. 결국 전주행 버스에 오르자마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가 뭐라고. 이보다 더한 것도 여행길에서 만나봤으니 무서울 것은 없었다. 우산을 펴 들고 돌아다닌 폭우가 쏟아진 날의 전주.

   
전주한옥마을의 어느 갤러리 앞 마당. 마치 우산퍼포먼스를 하는 것만 같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짓밟을 시절, 어느 지역이든 일본인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전주역시 을사조약 이후 일본인들은 대거로 유입되었고 처음에는 서문 밖, 지금의 전주천 주변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곳은 주로 천민이나 상인들의 거주지역으로 당시 성안과 성밖은 신분의 차이가 있었던 곳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의 한옥마을 골목

계급의 차이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존재했던 성곽은, 일본이 양곡 수송을 위해 없애버렸고, 자취는 역사속으로 묻히게 되었다. 성곽이 사라지자 일본인들은 전주 성안까지 진출했고, 전주 최대의 상권을 일본상인들이 쥐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에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지금의 한옥마을 자리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전주 한옥마을을 지금 이곳에 있게 한 이유다.

   
 

담장안쪽 한옥 기와 지붕에서부터 느껴지는 선에는 은은함이 배어있고, 골목 골목마다 전통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간판, 안내표지판에서도 전통의 미가 느껴지는 곳이 바로 이 전주한옥마을이다.

   
곡선의 부드러움을 안은 표지판

그리고 전통의 미와 더불어 위용을 보여주는 장소도 한 군데 있다. 바로 전주의 풍남문이다. 서울, 한성에만 4대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전주에도 4대문이 있었다. 홀로 외롭게 남은 풍남문이 옛 전주의 모습을 말해준다. 동문은 완동문(完東門), 남문은 풍남문(南門), 서문은 패서문(沛西門), 북문은 공북문(供北門)이라고 불렀다.

   
풍남문 : "풍남"이란 풍패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한나라 고조가 태어난 곳을 말하며, 조선왕조의 발원지인 전주를 그곳에 비유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세시간만에 도착해서 그럴까? 벌써부터 시장기가 돈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것, 열이면 열, 모두 전주비빔밥이라고 할 것이다. 비빔밥이 맛있기도 하지만 비빔밥만 먹는다면 입이 허전하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느라 허기가 지는 여행자에게는 아무래도 비빔밥보다도 한 상 가득 차린, 전주백반이 더 반갑다.

   
막다른 골목길 끝자락에서 만난 소박한 백반정식집

아름다운 한옥마을에서 전주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상차림은 바로 백반이다. 흰 밥에 국과 반찬을 곁들여 파는 한 상의 음식인 백반. 소박한 한정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전주백반은 반찬 가지 수가 정말 많다. 신체 기관 모든 곳이 즐거워야 하지만 입이 제일 즐거워 하는 곳은 아마 전주일 듯하다.

   
소담한 한정식 - 전주백반

전주백반은 사대문을 중심으로 전주 토박이들이 즐겨 먹었던 전통음식이다. 읍성을 기준으로 전주 음식을 구분할 수 있는데  콩나물국밥은 성 밖의 음식이고, 백반은 처음부터 있었던 성 안의 음식이었다고 한다. (구)전북도청과 전주시청 부근, 전주덕진공원 앞 등에 괜찮은 백반집들이 모여 있다.

   
한옥마을 어디서든 무선인터넷 이용이 가능. 최첨단을 달리는 한옥마을

   
경기전

평일이든 주말이든 사람들로 바글거리리지만, 한바탕 쏟아진 비 때문에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이곳은 경기전이다. 태조 어진을 모시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무렵에 중건 된, 아픔을 가진 건물이다.

   
예종대왕 태실과 비

경기전 안에는 예종대왕 태실과 비를 비롯해서 전주사고를 볼 수 있다. 특히나 예종대왕 태실은 완주군 구이면에 있던 것을 1970년 경기전으로 옮겼다. 이 태실은 부도와 같은 형태로 전체 높이는 2.35미터이다. 예종대왕의 태를 묻은 것으로, 비석 전면에 [睿宗大王胎室]이라 새기고, 뒷면에는 [万曆六年十月初二日建]이라 보인다. 선조 12년(1578)에 세웠는데, 그후 156년이 지난 영조 10년(1734)에 다시 세웠다.

   
대나무의 푸르름도 만날 수도 있는 곳 -경기전

이른 가을보다도 늦가을 풍경이 특히나 아름다운 경기전은 역사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비롯해서 영화 약속을 찍었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려보면서 걷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전동성당

부드러운 곡선의 지붕들로 가득한 한옥 마을에 독특한 서양식 건물이 눈에 띈다. 한옥마을에서의 성당이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만 상상한다면 참으로 어색할 노릇이다. 하지만 머리 속 상상과 달리 전동성당은 한옥과 잘 어우러져 소박하고 아담한 멋을 뽐낸다.

   
결혼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성당 안

전동성당은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신해박해 때에 처형당한 풍남문(豊南門)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건립되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전우치”를 촬영했던 곳으로 기억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남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서양식 건물로, 비잔틴 양식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돋보이는 곳으로, 주말이면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느라 교회 앞과 안은 문전성시다.

   
 
전통의 맛과 멋을 한옥마을 곳곳에서 찾기는 참 쉽다. 그리고 더욱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소리다. 우리 가락을 한옥마을에서 배울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참 매력적이다.

더불어 전주에서는 판소리에 근간을 두고 세계음악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2001년도부터 소리축제가 열려왔다.

올해에는 ‘시간을 넘는 소리, 세대를 잇는 감동’을 주제로 10월 1∼5일 전주시내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일대에서 축제를 펼치는데, 무료 국악 체험도 가능하며 일부 공연은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한옥 마을의 경기전과 한방문화센터에서는 우리나라 국악인들뿐만 아니라 장르를 초월하여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주에 전주를 찾는다면 전통의 소리를 비롯해 세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 웅덩이에 고인 파란 하늘

어느덧 비도 그쳤고, 한옥마을에 드리워졌던 검은 먹구름은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관광안내소에서 태조로를 따라 걷다보면 우측에 오목대, 구름다리 건너편에 이목대를 만날 수 있다.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 오목대와 이목대

이목대는 태조의 5대조인 목조 이안사의 출생지로 알려진 곳이다. 오목대는 후에 조선을 세운 이성계 장군이 왜구 아지발도의 무리를 정벌하고, 개경으로 돌아갈 때 야연을 베풀었다는 곳이다. 여기에서 이성계는 자신의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야심을 넌지시 비쳤다. 그러자 정몽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홀로 말을 달려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비분강개한 마음을 시로 읊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목대에서 바라본 한옥마을, 뒤로는 현대건물들이 펼쳐져있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예뻐야 여자지”라며 피식 웃을 몇 명도 있을 테지만, 외면 못지 않게 내면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한옥의 곡선을 보면서, 우리 가락을 들으면서, 푸짐한 한상차림에서 볼 수 있는 인심을 느끼면서 마음을 예쁘게 가꿔보는 것은 어떨까? 보고 또 봐도 기품 있는 한옥처럼,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우리 가락처럼 그렇게 질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경기전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1가 26
-다문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82, 063-288-8607 1인 10,000
-오목대와 이목대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1가 산 53-2 외 18
-풍남문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 83-4
-전주세계소리축제 홈페이지 : http://sorifestival.com
-한옥마을한방문화센터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57,
-전동성당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 1가 200-1

 

※ 여행 칼럼니스트 고연실은,

   
 
제주민영방송에서 구성작가로 활동해왔으며 한때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도 일했다. 현재는 여행이 무작정 좋아,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비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