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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고(高)환율 정책으로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는 와중에도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 주었다. 국민들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기업의 주머니로 이전되는 금전적인 손실에 대해서 무감각 했고 기업은 고(高)환율이라는 날개를 달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일궜음에도 무슨 일인지 그 혜택을 입었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기업의 실적악화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가치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까봐 숨죽였던 것인지 아니면 환율 메카니즘을 몰랐던 무지함이었는지 적어도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환율을 유지한 정부의 대책에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기업과 일반기업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고 공기업에 대한 방만한 경영이나 업무태만을 꼬집어 저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최소한 국민의 편에 서줄 기업이 사(私)기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채규모가 상당한데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인해 LH공사의 구제 방법이 딱히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년 10월말 두바이 쇼크를 보면서 거대 공기업의 몰락이 전체적인 대외 신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경험했다.
이제 LH 해법은 미시적 접근이 아닌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이며 분양가 할인을 통한 미분양 물량 해소나 신규사업포기, 구조조정 등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진다 해도 국가적인 공적자금 투입과 이자감면 같은 통 큰 지원책이 없이 지금과 같은 혹한기의 상황을 버티는 것은 무리이다.
사실 LH의 부실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혁신도시와 각종 국책사업의 중심에 LH는 늘 전면에 나서왔고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 주택과 토지공사와의 합병에 이르기까지 일반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비효율이 부실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개발을 안 해주면 표를 못주겠다는 국민들 앞에서 정치인들은 속수무책이었고 정신이 멀쩡한 일반기업이라면 아무도 손대지 않았을 짐은 LH가 도맡아야만 했던 것이다.
결국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한 정치인들과 지역 이기주의의 팽배 등 몰양심의 합작품이 LH 부실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와서 직원 몇 명 자르고 월급 몇 푼 깎는다고 그 부실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경기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심리를 가지고 버티기도 무리이다.
사업 중에 정말 필요한 사업은 계속되어야 하며 서민주거안정 기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LH의 독자 영역이다. 시의 적절하고 숨통을 화끈하게 틔워줄 수 있는 공적 자금 투입과 함께 한시적으로나마 수익창출 모델을 부동산 시장이 아닌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은 또 다른 해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IMF당시 도산하는 은행들을 외국인들에게 헐값에 넘겨 준 아픈 경험이 있다.
물론 당시 은행이 부실기업대출, 분식회계 등 도덕적인 질타를 받아 마땅한 잘못들을 저질렀기 때문에 은행이 망하게 내버려 두자, 피 같은 세금으로 왜 공적 자금을 퍼 주느냐는 등 감정적 여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적자금이 투입이 되긴 했지만 거의 회수가 된 상황이고 안타깝게도 그 때 넘어간(지금 우리가 거래하는 대부분의) 은행들은 국민정서를 고려한 나머지 이름만 한국 상표만 부착한 외국 은행들이다.
이후 사실상 투자 은행의 영역까지 확대된 은행의 영향력은 금융위기와 함께 반토막 펀드를 양산하는데 앞장섰다.
IMF 이전 10% 대에 머물던 금리에서도 신용불량자나 금융 소외자가 이토록 많지 않았는데 외국의 선진 금융시스템은 초저금리 하에서도 700만명이 넘는 금융 소외자를 양산했다.
그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같은 방법을 동원하는 중에도 은행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미 주주 이익체제가 굳어진 외국인 소유의 은행에게 이익을 도외시한 공적인 업무는 영역 밖의 일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LH 부채 중 54조원은 임대주택과 신도시 택지관련 부채이며, 이는 총 부채의 절반에 해당한다. 어차피 수익 사업이 아닌 임대주택 사업만 포기해도 부채의 1/4이 해결된다.
그러나 임대주택사업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사업이다. 효율성을 따져서 부채를 축소하기에는 사업 분야가 가지는 특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도시 택지 관련 부채의 경우 자산으로 처리해서 부채 규모를 축소시킬 여지도 남아있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팔려나가야 할 땅들이라면 최초 헐값에 매수하는 측에 상당 부분 이익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회계기준 변경도 검토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실제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국제적인 논란에 오르기는 했지만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서 자금 조달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의 기저에는 오죽하면 이런 방법까지 쓰겠느냐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국민에게는 절대 손해 볼 일은 하지 않는 똑똑한 기업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존재감은 분명하게 살려놓아야 할 공기업들을 향해 일반 기업에게 가하는 이윤 창출의 잣대를 계속적으로 들이밀면서 국가로부터 받을 혜택을 고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경제상황이 월등히 나은 지금 같은 시기에 특별법 제정이라든지 한시적으로라도 금융기법을 이용한 이익 창출 등 다양한 방법의 회생안을 마련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열매를 국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멀리 볼 줄 아는 혜안(慧眼)과 위기의 때에도 함부로 쳐내지 않는 합리적인 구조조정, 그리고 전(前)정권과 현(現)정권을 책임 여부를 구분 짓지 않는 책임 있는 대응만이 그나마 국민의 편에 서줄 수 있는 공기업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 켐피스(kempis)는 켐피스의 경제이야기(http://blog.daum.net) 운영자이다. 파생상품운용 딜러로 11년간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yahoo 금융 재테크, daum금융 재테크, 아이엠리치(http://www.imrich.co.kr) 등에 기고문과 전문가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