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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 역사 되찾은 '전남대병원'

당시 일본인 원장 딸, 보관 중인 자료 기증

박진수 기자 기자  2010.09.28 15: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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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100주년을 맞은 전남대병원이 개원 초기 잃어버린 30년의 역사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

묻혀 버릴 것만 같았던 전남대병원 초기의 역사가 다시금 재조명된 데는 1942년까지 광주의원 원장으로 근무했던 시라베 라이스케(調 來助) 원장의 딸인 시라베 초코(調  朝子)씨의 헌신적인 기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8일 열린 전남대병원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시라베 초코 씨는 그동안 보관해 오던 ‘전라남도립 광주의원 연보’원본을 전남대병원에 기증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또 이 자리에서는 함께 보관하고 있었던 1980년 발간 ‘광주회지’ 원본과 광주의원과 관련된 사진 및 당시 신문기사 50점도 함께 제공했다.

‘전라남도립 광주의원 연보’원본은 1940년 창간호로 발간된 것으로 1910년 광주자혜의원으로 개원한 당시부터 1939년 ‘전라남도도립 광주의원’까지의 입원 및 외래환자의 통계는 물론 근무했던 일본인 의사들의 병원생활, 당시 광주의 풍경 등도 함께 기술되어 있다.

이 연보는 그동안 마이크로필름 자료로 국사편찬위원회에 확보되어 있었으나 원본은 일본의 한 대학이 소장한 것만 확인되었을 뿐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았었다.

이로서 공백상태에 있던 전남대병원의 초기 30년간의 역사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
   
▲ 시리베 전 광주의원 원장의 딸과 손자가 1940년에 간행된 ‘광주의원 연보’를 9월 28일 전남대학교병원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김영진 병원장에게 기증하고 있다. 이 연보에는 1910년부터 1939년까지의 통계와 당시 의사들의 진료 소감들이 실려 있다.
그동안 귀중한 자료를 보관해 오던 시라베 초코 씨는 지난 7월 말 일본에서 전남대병원의 과거 자료를 추적하던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김병인 교수팀에게 연구와 복사를 위해 ‘광주의원 연보’ 원본을 대여했었다.

그러다가 전남대병원 박물관건립위원장인 이삼용 교수(성형외과)가 지난 27일 광주에 온 시라베씨 가족에게 “귀중한 자료를 전남대병원에서 소장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이를 승낙, 28일 기념식장에서 기증하게 됐다.

연보기증을 약속한 시라베 초코 씨는 “당시 어려서 생활했던 광주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며 특히 부모와 함께 생활했던 병원장 사택(전 남도예술회관 자리)을 둘러보기도 했다.

손자인 시라베 스스무씨도 “역사의 현장에 연보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증을 계기로 전남대병원 초기 역사가 잘 복원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라베 원장은 외과의사이면서 1937년부터 1942년까지 광주의원 원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1940년부터 광주의학전문학교 설립에도 다각도로 노력하다가 1942년 일본으로 돌아간 뒤 나가사키 의과대학에서 학장을 지내면서 1945년 원폭이 떨어져 많은 시민들이 숨지고 부상을 당하자 부상자 치료에 노력했다.

또 광주의원 생활을 잊지 못해 1968년 전남대병원을 직접 방문했고, 1980년에는 당시 병원 근무자들의 글을 모아 일본에서 ‘광주회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손자인 시라베 스스무(調 潮)씨도 현재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가사키 의과대학 부학장으로 재직 중에 있다.

한편 전남대병원은 이 연보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일부 밝혀지지 않았던 개원 초기의 병원의 역사를 재정리하기로 하는 한편, 광주의 근대지방사를 정리하는데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연보번역을 완료하는 대로 관련 전문기관에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