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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작전세력 활개 치기 누워서 떡먹기

이지영 기자 기자  2010.09.27 11: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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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식투자로 돈 좀 벌어보려다 빚만 떠안게 돼 자살 생각한 적도 있다.”

개인투자자 개미 씨의 속절없는 하소연이다. 재테크에 능하지 않은 개미 씨는 지난해 두 명의 아들 결혼 비용 마련을 위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던 중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주식시장에 처음 입성한 터라 시장 흐름을 지켜보던 개미 씨는 마침내 연일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 종목을 발견, 처음에는 여윳돈 5000만원을 투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좌에 100%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일단 기분 좋게 차익을 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 종목의 상승세가 멈추질 않자, 보유중인 1억원을 바탕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총 3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주식을 매수한 다음날부터 주가는 이유 없이 추락하기 시작해 이른바 ‘점 하한가’를 연일 기록, 보름새 말로만 듣던 ‘깡통계좌’가 돼버렸다. 매도주문을 매일 넣었지만 시초가부터 하한가로 시작한 데다 매도주문이 폭주해 체결이 안 됐던 것.

결국 개미 씨는 팔아볼 기회도 없이 3억원이 증발되는 것을 두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사례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작전세력들의 주가띄우기 작전에 개미들만 물량받이로 이용당한 격이다. 영화 ‘작전’에 묘사된 주식시장에서의 작전세력 활동이 생생해 많은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이미 고전(古典)에 속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세력들의 작전이란 발행주식 수가 적고 거래량이 거의 없는 소외된 기업을 목표로 해 상당한 자금을 투입, 주가를 쥐락펴락하며 서서히 끌어올린 다음,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긴 후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다음은 금융권 ‘큰손’들에게 전해들은 작전세력들의 전형적인 움직임이다.

우선 자금 확보(통상 100억원 이상)가 된 작전세력(A, B, C)은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준비해 발행주식 수가 적고 거래량이 거의 없으면서 BW, CD 등 오버행이슈(단기출회물량)가 없는 기업을 물색해 주주명부를 확보한다. 그 다음 대주주를 비롯해 해당 기업을 합류시킨다. 주가 띄우기를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대(주가)에 ‘재료(모멘텀)’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주가가 정해놓은 가격대에 진입할 때마다 공시를 통해 재료를 노출시킨다. 이는 개미투자자들(D)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같은 물밑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매집단계에 진입한다. A, B, C는 서로 물량을 주거니 받거니 사고팔면서 주가를 서서히 끌어올리며 매력적인 그래프 만들기 작업에 착수한다.

가령, A, B, C가 1만원에서 매집을 시작했다면 2만, 3만, 4만원선에서 재료들을 노출시키며 D를 유인하는 것이다. 3만원선부터 이 종목에 관심을 보이던 D는 4만원선부터 ‘나도 한번 사볼까’하는 마음에 너도나도 몰려들어 주식 매수를 시작한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가 올라가는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주가가 5만원까지 치솟게 되면 A, B, C는 이때부터 개미들에게 물량 떠넘기기 작전에 착수한다. 결국 5만원 언저리에서 물량을 떠안은 D는 그때부터 주가 추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세력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5만원선에서 물량을 사려는 매수자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A, B, C는 4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게 돼 사이좋게 나눠 갖고, D는 깡통계좌로 직행한다.

물론 비정상적으로 오를 대로 오른 주식을 사 줄 마지막 대상, D는 개미들이다. 위 사례에서 개미 씨 같은 개미투자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느슨한 점이다. 작전세력은 간단한 수급조절 하나로 법의 테두리를 요리조리 피하며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개미투자자의 피해는 끊이지 않는다. 

현재 금융당국이 작전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5일 연속 상한가가 지속되면 조회공시와 함께 이상급등 종목으로 분류, 거래정지를 시키는 방안 등이 있지만 당국의 규제 방망이는 소극적이기만 하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돈을 벌려고 작정하고 나선 작전세력에게 이 같은 법령과 당국을 피하는 것은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 루보사태를 꼽을 수 있고, 조선선재, 우성기업, 대한은박지 등 시장에서 조금만 눈여겨보면 수많은 작전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개미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다. 법의 그물망을 좀 더 촘촘히 하고 적극적으로 감시 활동을 펴 주식시장의 물을 흐리는 세력들의 꼼수를 미리 읽고 개미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