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마음에 촉촉한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줄, 갈증을 해소시켜줄 생수 한 병과도 같은, 피로회복제보다도 활력을 불어넣어줄 무언가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바로 여행이었다.
퍽퍽해진 마음을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처럼 만들어 줄 감성여행, 이제 그 첫 발을 내디뎌 본다.
여행이라고 멀리 떠나야 하는 법은 없다.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 하늘을 품은 호수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떠났다. 그리하여 내 발길이 멈춘 곳은 하늘을 품은 호수, 대청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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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길 6코스의 시작, 생태습지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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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전국 곳곳에는 많은 길들이 생겨나고 있다. 올레길, 둘레길, 이제는 호반길까지. 대청호 주위를 도는 길만 해도 11개 코스로 무려 59km나 된다.
이 많은 길 하루에 다 걷는다면, 감성에 물을 주긴 커녕, 진이 빠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택한 길은 예쁜 이름의 국화향연인길과 연꽃마을길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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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습지공원에서 인기 1위, 풍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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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공원 주변을 겹겹이 산들이 병풍을 치듯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데, 빠알간 풍차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살짝 풍기는데 이곳 역시 습지공원이다. 이 풍차는 사진찍는 포인트로, 아마 인기가 제일 많을 것만 같았다. 아기자기한 습지공원을 잠시 둘러보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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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물든 생태습지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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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생태공원을 벗어나서 작은 실개천과 밭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샛길로 걷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걷기 시작. 검은 콘크리트 바닥, 회색빛 하늘과 건물, 무채색에만 익숙했던 눈이 모처럼 호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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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데크길도 끝나고, 이제부턴 흙길이 시작된다. 진정한 자연과의 만남.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도 반갑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혀주는 바람도 반갑다.
발바닥에 닿는 폭신폭신한 흙의 느낌이, 나무 밑둥에 쌓인 낙엽의 내음이 내가 정말 진정한 길을 걷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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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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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 내리락, 산길인지 숲길인지 모를 길들을 걸어서 만난 대청호.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멋졌지만서도 눈길이 가는 것은 호수 표면이다. 산과 하늘을 뚝 접어 펼쳐놓은 듯 물 위에는 데칼코마니가 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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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의 고사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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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결만 이는 호수 위에는 흰구름이 두둥실 떠 있을 뿐이다. 조용한 호수처럼 마음도 고요해짐을 느낀다. 이렇게 내 마음은 위로를 받고 있다. 김동명의 시 “내 마음은 호수요”시가 저절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 순간만큼은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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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향 연인길을 걷는 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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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를 카메라에, 내 마음에 담고, 이제는 6-2코스인 연꽃마을길을 향해 걸어가기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국화향 연인길이라는 길의 이름처럼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으면 정말 좋을 길이다. 호수의 정취를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걷는다면 저절로 행복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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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마을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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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데크길,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것도 잠시, 다시 보드라운 흙길로 이어진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풀벌레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길. 나무의 서걱거림이 무엇보다도 반가운 연꽃마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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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의 황새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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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마을 가는 길에 만난 황새바위. 원래 이 바위에는 이름도 없었다. 하지만 대청호를 하나둘씩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 바위가 마치 황새처럼 보인다하여 이름을 "황새바위"라 붙였다.
바위가 황새처럼 도도하게 목을 빼고 있어야 하나, 태풍으로 인해 바위가 뚜욱 떨어지면서 이제는 황새가 아닌, 우직한 두꺼비 바위가 되었다. 마치 대청호를 지키고 있는 든든한 수호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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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고추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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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수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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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능선을 따라 시선을 쓰윽 옮기다 보니 거북이 하나가 들어온다. 마치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대청호로 헤엄쳐 가는 줄 알았다. 호수에 왠 거북이인가 해서 다시 한번 눈을 부비고, 자세히 보니... 바위였다. 바위의 그럴 듯한 모습에 다시 한번 감탄을 했는데...
알고보니 비가 많이 내려서 대청호 수위가 많이 높아진 상태라서 이 바위도 물에 많이 잠겨서 거북이처럼 보였던 거였다. 원래 더 많은 바위들이 삐죽빼죽 물위로 솟아올라 장관을 이루나, 그 많던 돌들이 모두 물 밑으로 모습을 감춘지라 살짝 아쉬움도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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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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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바위와 거북이바위를 보고 꼬불꼬불 호반길을 따라 걷다보니 도착한 이곳은 6-2코스의 종착지, 연꽃마을이다. 연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이면, 이 마을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연꽃이 많으면 좋겠지만서도 지금은 꽃보다도 풍성한 잎들이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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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하면서도 투명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연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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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향 연인길과 더불어 연꽃마을길까지, 내가 만난 대청호는 인공의 모습이 아닌 자연의 모습이었다. 숲길과 산, 하늘까지도 모두 하나가 되어 한 장의 데칼코마니를 만들어냈다. 그 모습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호반길을 걷다보니 회색빛 마음은 어느덧 초록빛으로, 하늘빛으로 물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일주일을 산다면, 이번주말만큼은 “토요일 일요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감성을 풍요롭게 해 줄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
<대청호반길 6코스 안내>
▶ 6-1(국화향 연인 길)코스 : 추동 시설관리공단주차장~등산로(0.2㎞)~자연생태관(0.5㎞)~데크산책로(1.0㎞)~가래울식당(1.5㎞)~전망 좋은 곳 입구(2.0㎞)~ 전망 좋은곳(2.5㎞)~자연생태공원(4.0㎞)~출발지(4.5㎞)
▶ 6-2(연꽃마을 길)코스 : 추동 시설관리공단주차장~대산농장입구(0.5㎞)~샘골농장(2.0㎞)~황새바위(2.5㎞)~연꽃마을(2.8㎞)~상촌마을입구(3.5㎞)~출발지(6.5㎞)
※ 여행 칼럼니스트 고연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