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화제가 된 영화 ‘인셉션’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이 있다.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영화가 꿈속의 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연극은 극 속의 극을 오간다.
지난 4일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한 연극 ‘연애희곡’은 현실의 작가 타니야마가 써 내려가는 극본 속의 세상, 그리고 극본 속의 작가가 쓰는 극본 속의 세상, 총 3레벨로 색다른 형식을 선보인다.
일을 중시하는 작가, 가정과 생활을 중시하는 작가, 연애와 사랑을 중시하는 작가.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은 같은 배역이지만 다른 3명의 인물을 표현하며 자신이 갖지 못한 이상적인 스토리를 써나간다.
극 속의 타니야마는 ‘일’과 ‘연애’와 ‘생활’ 중에 맞는 답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도대체 ‘일’과 ‘연애’와 ‘생활’ 중 어떤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극이 끝날 무렵 타니야마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반영하며 현실과 허구, 허구 속의 허구들은 교묘하게 섞여 점차 불분명 해져간다
정신 없이 오가는 각 레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무대에 녹여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함도 빼놓지 않았다. 각각의 레벨은 한 면의 벽과 조명을 이용하여 관객들에게 극 속 내용전개의 변화를 알려준다.
단조롭고 깨끗한 하얀 벽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현실, 외부와 단절된 듯한 벽돌 벽은 일탈을 꿈꾸는 주부의 세계, 정열적인 빨간 벽은 주부가 쓴 자극적이면서도 억지스러운 이야기의 세계를 표현한다.
레벨에 따라 달라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요소다. 연극무대에서 뼈대가 굵은 이지하와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선 보였던 도이성,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실력을 검증 받은 배해선과 떠오르는 신예 뮤지컬 스타 전동석 4명의 배우들은 도발적이면서도 적절한 코믹적 요소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바라보며 정신 없이 웃다 보면, 단순하지만 압축된 배우들의 대사 속에서 지난 사랑, 또는 일에 대한 고민을 생각해보며 각자가 찾을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작가와 연출이 관객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원작자인 코카미 쇼오지는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이가 납득할 수 있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 말한다.
이해제 연출자 역시 “사실 이 연극은 얼핏 보면 상당히 도발적이고 노골적이어서 다소 저속하게 보여질 수도 있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복잡한 문제작이다. 원작자는 ‘연애희곡’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은 인간 감정의 그 본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선이 굵은 작품” 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