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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로만 상생’…불법 아니어서 더 문제

박지영 기자 기자  2010.09.13 16: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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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아무리 말해도 상생이 잘 안되니까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나서봤자 결말은 언제나 대기업 쪽이 어느 정도 ‘척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SKC&C와 한 중소기업 A사의 사례를 보면서 새삼 또 느낀다.

다음은 A사가 기자에게 제공한 문건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낸 것이다.

중소기업 A사 팀장은 요 며칠 수치와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밤잠을 설쳐가며 준비해온 프로젝트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된 까닭이다.

사건의 발단은 2008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6124억원 규모의 2호선 차량운행시스템 일괄구매 안을 내놓았다. 이 프로젝트는 두 번의 유찰 끝에 이듬해 2월 현대로템 컨소시엄이 최종 낙찰자로 꼽혔다. SKC&C는 이 컨소시엄 일원으로 통신부문을 총괄했다.

사업은 초반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늘 그래왔듯이 ‘관행’대로 한 게 말썽이었다. SKC&C는 L설계사무소에 도급을, L사무소는 A사에 하도급을 맡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다음은 A사 팀장의 하소연이다.

“2009년 2월 SKC&C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부터 요구사항 기준설계에 맞춰 기본설계에 들어갔고, 곧 기초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그해 11월 기본설계 심의를, 12월 기본설계 승인이 떨어졌죠. 올 1월부턴 입찰서 기준설계, 즉 내용기초 상세 실시설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5월 실시설계 승인요청이 있었죠. 그런데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실시설계 심의위원 1명이 갑자기 설계변경을 요구한 겁니다. 1년 반 동안 가만히 있다 말이죠.”

A사 팀장에 따르면 문제의 심의위원은 “좀 더 나은(업그레이드) 버전의 설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설계변경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변경된 사양은 종전보다 낮은 제품이었다고.

A사 팀장은 또 인천도시철도와 SKC&C 측이 저가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팀장은 “이번 입찰 심사기준은 기술 70%, 가격 30% 였습니다. 그 중 우리 제품이 메가픽셀 고해상 디지털카메라로 가장 우위에 있었고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한 D1급 제품이었죠. 그런데 우리를 포함해 기술부문에서 합격한 4업체를 대상으로 또 다시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곳을 뽑겠다’ 잖아요.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가격도 올라가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더니 결국은 저가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당시 현장PM이던 SKC&C K부장 또한 발주처(인천도시철도)총괄인 S계장에게 ‘실시설계 완료내용은 수정불가능하다. 또 제품도 이게(메가픽셀) 더 낫다’고 전했죠. 그러자 S계장이 ‘향후 보완하면 된다. 그대로 진행하자’고 하니까 결국 K부장도 그냥 눈 감아버리더군요.”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A사 팀장은 특정사-심의위원-인천도시철도 간 로비설을 제기, SKC&C가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사에 따르면 더욱 심각한 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기업의 도덕적 횡포다. 오랜 기간 공들여 왔던 프로젝트인 만큼 A사 팀장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SKC&C에 의해 묵살 당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팀장은 “이의를 제기하자 SKC&C 관계자가 ‘타업체는 가만히 있는데 왜 이렇게 시끄럽냐. 자꾸 시끄럽게 하면 평가에서 탈락시키겠다. 우리가 나서면 50%이하 가격으로도 구매 가능하다. 실시설계서가 변경됐으니 그대로만 하라’고 했다. 대기업의 협박과 중소기업에 대한 폄하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반면, SKC&C 측은 이러한 A사 팀장 주장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SKC&C 관계자는 “당연히 고객은 제품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또 우리가 A사 직원과 대면을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와 A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다. 우리는 L설계사무소와 도급계약을 맺었고 L사무소가 어떤 회사에 하도급을 주던 상관할 바가 아니다. 사실 건설회사도 그렇듯이 아파트 지을 때 일일이 화장실 변기통 납품하는 회사까지 만나고 다니진 않지 않느냐”고 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번 사업 또한 합법적 절차를 통해 진행돼 온 사안이다. A사의 경우 자기네 회사가 뽑힐 것이라고 찰떡같이 믿었다가 다시 경쟁한다니 억울한 심정도 있을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로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니냐. 지금까지 수만수천번 입찰을 통해 여러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지만 A사처럼 이의를 제기한 곳은 처음이다. 우리로써도 황당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 박지영 기자>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를 제대로 따져 보자면 결국 법정으로 가야하겠고,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SKC&C의 불법성이나 불공정 사유가 드러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SKC&C에 대한 A사의 문제 제기를 그냥 넘기기엔 찝찝함이 남는다.

한 중소기업의 하소연이 귓가에 계속 남는다.   
    
문제는 SKC&C 입장대로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러한 탓에 중소기업은 1년 반을 공들여온 프로젝트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도 어느 한 곳 하소연할 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