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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컬처 파워

박광선 기자 기자  2010.09.10 12: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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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기술 선도와 더불어, 문화 취향과 윤리적 흐름을 짚는 우리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만만치 않아졌다. 이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기업과 리더는 조만간 보따리를 싸야 할 것이다!
   


한때 GE의 연간 매출은 소규모 국가의 GDP와 비슷했다. 빌 게이츠의 말 한 마디는 세계를 흔들었으며, 지금은 잊힌 이름이지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역시 유럽에서는 ‘김기즈칸’으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는 거의 대통령 수준으로 대접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세계 경영계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GE는 ‘최대’라는 찬사는 들었어도 친밀감, 영혼, 감성 등의 키워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GE의 주요 관심사는 이윤과 규모, 고용, 주주였고 그로써 단순한 빅 파워지, 미래가 원하는 굿 파워의 모습은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소비자에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다르다. 하나는 ‘독점’이 먼저 떠오르고, 또 하나는 ‘창의’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미국 차세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다니엘 핑크는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넘어 하이콘셉트, 하이터치의 시대가 온다고 주장했다. 하이콘셉트는 패턴과 기회를 포착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며 스토리를 만들고 요소 간의 새로운 의미들을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하이터치는 남과 공감하며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고, 자신과 타인의 즐거움을 유도하면서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그것을 추구하는 능력과 관계된다. 다니엘 핑크는 좌뇌형 인간들이 미국의 금융파생상품이나 신자유주의 등을 유발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 우뇌형 인재가 미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지금 이 시대는 문화와 감성, 스토리 등과 같은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들이 21세기 기업경영, 사회경영의 성공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삼성, 현대, LG 등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도 단순히 브랜드 판매 활동에만 전념하지 않는다. 삼성은 올림픽과 영국 축구단 첼시를 후원하고 자선 이벤트를 개최하는 한편, 학교와 미술관을 세운다. 중후장대의 대명사 현대도 판도의 변화를 감지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어떤 기업보다 LG의 예술경영 활약은 대단하다. LG전자는 브랜드와 예술을 접목시킨 아트 마케팅이 두드러지는데 휘센 합창 페스티벌, 아트 디오스, 한국전자산업대전의 아트 갤러리 등을 통해 문화의 힘을 기업 전략으로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공감과 감성, 스토리, 꿈의 키워드가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의 미션 또한 인간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스스로 자신의 문화적 가치를 향상시켜 소비자와 감성을 교류할 줄 알아야 수명이 오래간다는 것을 기업 스스로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국내외 기업들의 다양한 문화 전략들을 소개하며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의 미래에도 적용될 만한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바로 ‘컬처 파워’다. 예술경영이 돋보이는 LG, 창업자 철학을 기업문화로 이룬 유한킴벌리, 공동체 트레이드 정신이 빛나는 더바디샵, 국가 이미지텔링을 끌어들인 할리데이비슨 등등 여러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물론 백세주, 놀부보쌈 등의 부족한 문화 전략에 대한 조언까지 폭넓은 내용을 전한다. 또한 기업경영에서 문화, 영혼, 스토리, 감성 등이 얼마나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각 장에는 문화 마케팅 현장에서 다년간 활동해온 저자가 기업과 사회에 직접 전하는 네 가지 ‘톡톡 제안’을 실었다. 여기서 저자는 문화 전략가로서 창의적이고 진지한 시각으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뉜다. 1장은 도입부다. 기업과 문화의 만남에 대한 배경이나 오해와 갈등,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에 대해 살펴본다. 2장과 3장은 이 책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실무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문화 전략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소, 문화 전략 매트릭스 등이 2장에서 제시된다. 이 내용은 저자가 그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3장은 이것을 바탕으로 문화 전략의 거시적 비전을 제시하고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들을 풀어보는 장이다. 문화 인구 400만 명을 만들자는 제안과 스토리텔링을 끌어오는 소재로서 신화나 집단 기억, 어린이 코드, 대립 쌍으로 이야기 만들기 등이 제시된다.

2장과 3장에서 기업경영의 전쟁에 쓸 만한 무기들을 건지고 나면 4장에서는 문화 전사의 정신, ‘정화’에 대해 전한다. 정화라는 개념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문화예술 정신이 희박한 사람이 2장과 3장에서 익힌 매트릭스 툴과 3장의 아이디어만 가지게 되면 판단력 없는 어린이가 람보의 M60으로 무장한 것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역설한다.
문화 전략이 기업의 유일한 솔루션이 될 수는 없다. 기술과 품질도 중요하다. 이 책은 기업의 문화 전략이 미래의 시대에 기술과 함께 또 다른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기술 개발에만 집착하지 않고 착한 마케팅, 고객과 교감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세상에 전하는 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다.

■ 저자 소개 | 황인선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 AE를 거쳐 현재 KT&G 미래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기업문화, 트렌드, 브랜드, 하이테크, 유통, 미디어 등에서 전방위로 연구하고 실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제일기획 시절 기획한 패러디 광고 ‘빠삐용’ 편과 숙명여대 ‘울어라 암탉아’ 편으로 국내외 광고상을 다수 수상했고, KT&G가 추진한 대한민국 최대 원정이벤트인 ‘서태지와 상상체험단’ 프로젝트와 ‘온라인 상상마당’을 기획한 바 있다. 한국실험예술제 자문위원, 충무아트홀 서울아트스쿨 문화예술원 강사 및 심사위원, 아리랑세계화 추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헤라 마케팅》이 있고, <월간 CEO>에 칼럼 “황부장의 창의세상 엿보기”를 쓴 바 있다. 현재 <머니투데이> “황부장의 마케팅 톡톡”을 연재 중이다.

신국판 | 296면 | 값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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