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내수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그늘에 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던 기아자동차가 현대차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성장 하고 있다. 더군다나 기아차의 성장은 불과 최근 3년 사이에 발생한 결과라 세계시장도 기아차의 위상을 심상찮게 주시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시장은 개방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소비자들로 인해, 규모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탑 브랜드들이 아시아지역 또는 해외 최초로 신차를 선보이는 테스트 마켓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6월 기아차는 승용차 부문에서 최초로 1위에 등극했다. 지난달 다시 현대차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줬지만 더 이상 쉽사리 기아차를 ‘현대차 2중대’라 부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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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08년형 뉴 모닝은 기아차 회생의 주도적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다 |
◆모닝…캐시 카우로 부각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 세계 자동차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2006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아차의 부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 모닝을 비롯한 소형세그먼트의 폭발적 판매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룬다.
지난 2004년 출시 첫해 11만대 이상 출고된 모닝은 2007년까지 매년 14만8000여대가 생산됐지만 대부분 수출물량이었다.
그러나 2008년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경차기준이 1000cc급으로 조정되며 기아차 모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경차세그먼트로 진입한 모닝은 국내시장에서 2008년 1월에만 7800여대 판매와 2만대 출고계약을 달성했다.
출시 이후 2007년까지 국내에서 연 2만대도 판매하지 못했던 모닝은 지난해 10만2000여대(수출 포함 총 20만6000여대)로 기아차 승용부문 내수판매(23만9000대)의 42.6%를 책임졌고, 올해도 내수시장에서 8월까지 6만8000여대를 출고하며 든든한 캐시 카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디자인 기아…글로벌 시장 이미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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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DESIGN 에서 S는 호기심을 나타내는 물음표(?) I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의미하는 전구로 표현했다. |
기아차가 모닝으로 내수시장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면 현재 경쟁력을 완성시킨 것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전 기아차 대표이사)의 ‘디자인 경영’과 ‘지속적인 투자’다.
지난 1998년 12월 현대차로 인수된 기아차는 자신만의 색깔을 잃었다. 자동차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인 엔진과 프레임, 변속기를 공동개발 및 공유됐고 각 모델 별 디자인은 매번 만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지난 2005년 기아차에 부임한 정의선 부회장은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며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할 뿐만 아니라 CI와 브랜드 및 제품 광고에 ‘DESIGN’을 전면배치했다.
기존(2005년 이전) 기아차 디자인은 설계 기술에 맞춰 작업이 진행된 반면, ‘디자인경영’을 선언하며 디자인에 설계기술을 맞추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아우디·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을 엮임 했던 슈라이어 부사장에 대해 ‘명사 마케팅에 불과하다’, ‘자기 복제’ 등 우려가 있었지만,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그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하며 기아차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당시 기아차는 자동차를 디자인 시 소비자 및 전문가 리서치 등을 통한 시장 트랜드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셉트의 차량을 제작했다. 기아차에서 만들었지만 라인업별로 공통된 특징은 엠블럼뿐 (BMW의 키드니 라디에디터 그릴과 같은)전 모델을 관통하는 핵심요소가 없는 상태였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K5 출시 인터뷰에서 기아차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성과를 낸 부분에 대해 “패밀리 필링, 패밀리 룩 등 기아차 정체성을 갖고 기아차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브랜드 정체성 수립에 집중했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면서 자사만의 정체성을 확보한 기아차 디자인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한 프런트 마스크뿐만 아니라 단순하면서도 강인한 ‘직선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과 iF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경영 외에도 기아차 선전에는 신차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포르테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2년여간 2400억원이 투자됐고, K7은 5년간 4500억원, 스포티지R은 3년 7개월간 2400여억원, K5는 4년간 4000억원 등이 투입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아차 신차 R&D 비용에 대해 그룹차원에서 정 부회장을 위한 투자였다고 한지만, 투자의 결실은 정작 정 부회장이 현대차로 돌아간 이후 맺게 됐다.
◆수장 교체…고품질 역량강화 주문
최근 기아차는 정성은 부회장 사퇴와 이형근 부회장 승진 그리고 신종훈 부회장의 업무 확대 등 최고경영진에 대대적 변동이 있었다.
기아차가 최근 한국과 미국, 브라질에서 쏘울, 쏘렌토, 모하비, K7 등 4개 차종 리콜을 실시하며 정성은 부회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글로벌 영업 강화를 명목으로 해외영업기획 및 마케팅담당 이형근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했으며, 그룹의 생산개발·품질·상품전략 등을 총괄하고 있는 신종운 부회장이 정보기술과 글로벌 상황실까지 역임하게 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기아차는 최근 정몽구 회장이 강조한 ‘현장경영’과 ‘품질경영’에 경영 행보를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업활동을 강화할 전망이다.
한편, 지난 3일 기아차는 무파업 노사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이뤄내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공장 라인업 별 잔업 중단 등 분규가 있었지만 지난 20년간의 치열한 노사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