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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악상기호 없는 청와대 외교 연주

김소연 기자 기자  2010.09.09 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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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피아노를 치다보면 악상기호를 배우게 된다. 이 같은 악상기호는 강약, 혹은 빠르기의 정도를 조절하면서 연주의 묘미를 살리는 맛깔난 양념과도 같은 존재다. 예를 들어, 크레센도(crescendo)는 ‘점점 세게’, 데크레센도(decrescendo)는 ‘점점 여리게’를 의미한다.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악상기호다. 강약을 조절하는 묘미, 그 여운과 매력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아이들의 연주를 듣다 보면 강 혹은 약 일변도로 연주하기 일쑤였다.

기자도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인지, 성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악상기호의 묘미를 이해하게 됐다. 중장년층이 돼야 트로트의 맛을 이해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맛있게 요리하게 된 악상기호의 묘미는 기자 개인의 일상에 윤활유가 됐다. 음악에서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일의 정도를 때에 따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싶은 분이 한 명 있다. 연신 ‘강’ 일변도로 국정을 연주하는 듯 하는 바로 그분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불도저식으로 일을 강행한다는 비판을 받곤 했던 그 분은 미국의 요청을 받고, 우리나라의 여섯 번째 해외건설 수주국이기도 한 이란에 대해 사실상 경제 교류 단절과도 가까운 제재조치를 내렸다.

이란 혁명수비대 등 102개 단체와 24명의 개인 금융거래 중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영업정지조치 2개월, 모든 금융거래의 사전허가를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는 한국 조치에 대해 이란 정부는 이미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이란 부통령은 “한국도 적절하게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이란 파르스 통신도 한국이 이란 제재로 1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트라(KOTRA)는 연 40억달러 규모의 달하는 대이란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이란과 수주계약을 체결한 건설업계, 조선업계는 물론 이란 수출에 100% 의존하고 있는 70여개 기업들 역시 생사가 달린 문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재제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이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북한 개성공단 폐쇄 당시에도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것은 힘없는 중소기업이었다.

불가피한 제재조치라고 하기에는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강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부족하다. 외교 관계가 한 번 틀어지면 회복하는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과거 미국-소련, 한국-일본이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과거 사례에 비춰 좀 더 유연한 대책을 강구할 수는 없었는지, 강경한 이란 제재조치로 중소기업들이 흘릴 눈물이 보이지 않아 이 같은 무리한 외교 연주를 하는 건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