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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자회사 성림 ‘21년간 위장계열 편입’ 의혹

[탐사보도-③] 89년 5월 계열사 편입후 신고는 올 3월…공정위 "말 안된다"

이철현 기자 기자  2010.09.08 11: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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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효성그룹에 편입된 계열사가 자사의 편입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효성에 계열 편입된 ‘성림’이라고 하는 회사는 폴리에스터 원사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업체다. 효성의 폴리에스터 공장 증설에 대해 업계가 공급과잉을 우려하며 ‘이유를 모르겠다’는 식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어서 성림의 효성 계열사 편입과 폴리에스터 공장 증설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성림은 왜 효성으로의 계열 편입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을까. 효성은 왜 성림의 계열 편입 사실을 숨기고 있을까. 내막을 살펴봤다.


효성은 공장 증설뿐 아니라 성림의 계열 편입 사실을 뒤늦게 알리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정황 때문에 여러 의혹을 낳게하고 있다.

   
효성은 폴리에스터 공장 증설 이유에 대해 “원사 업계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고 공장 증설을 감행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효성의 입장은 업계의 전망치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효성의 ‘나홀로 행보’에 대해 업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성림을 계열사로 편입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계열사 편입 신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성림 직원들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업계 “시장 예측 어려워 위험한 발상”

효성의 폴리에스터 공장 증설과 관련해 효성 측은 “시장 전체의 볼륨이 내년까지는 커지고 있을 것이고 향후 몇 년간 전망이 밝다”면서 이에 따라 공급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장 증설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효성은 폴리에스터 수요 증가의 원인을 “소비자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소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면서 기능성 폴리에스터 원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의 입장은 이와 전혀 다르다. 업계의 다수 관계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지금 상황이 좋다고 해서 당분간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아웃도어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 효성의 입장과 달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한국패션협회는 “급속하게 진전된 국내 패션시장의 글로벌화로 소비자의 수요가 다변화됨에 따라 미래에 대한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는 실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회와 협회가 지난해 말 제출한 ‘복종별 의류시장 규모 및 점유율 추이’ 보고 자료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하반기 아웃도어로 대표되는 스포츠복과 캐주얼복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11.8%, 38.4%에서 지난해 상반기 12.1%, 43.8%로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다시 11.8%, 35.8%로 하락했고 이후 올해 상반기 전망치는 다시 12.4%, 43.7%로 상승했다.

‘반기별 전체 의류시장 규모 추정’에서도 2008년 하반기 12조4378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1조52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다시 13조5856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전망치는 다시 11조8495억원으로 감소,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위의 수치를 감안하면 향후 시장 전망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능성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해서 당장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이 없다면 반짝 효과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다수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버린 자식 21년만에 신고 왜?

폴리에스터 공장 증설과 맞물려 성림이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효성은 올해 한 중소기업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는데 다름 아닌 폴리에스터 원사 제조업체다.

   
▲ 경북 구미에 위치한 (주)성림) 본사. 효성은 올해 3월 이 회사를 21년전부터 계열사였다고 신고를 했지만 이 회사 관계자들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에 효성이 그동안 성림에 계열사 통보를 고의로 숨기고 있다는 의혹과 함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효성이 최근 공장 증설과 함께 폴리에스터 원사 산업을 키우는 시기에 성림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는 점 때문에 단섬유 시장 확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으로 흘러나온다.

최근 본지 확인결과, 효성은 지난 3월 재생섬유 업체인 성림을 계열사로 편입한다는 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효성은 이 같은 회사의 계열사 편입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부인해 이를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효성은 성림을 21년 전부터 계열사였다고 신고했다. 지난 1983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6년 뒤인 1989년 5월 1일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효성 측의 신고가 늦어져 21년이 지난 올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편입 신고를 한 것.

이는 21년 간 위장계열사임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지연신고는 관련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뒤늦게 계열사로 편입 신고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1987년), 동륭실업(1987년), 신동진(1995년) 등도 역시 최소 15년 이상 늦게 신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1년 내 신고한 다른 업체들에 비해 이들 업체는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를 숨기고 있었던 것. 효성은 지난해 계열사 편입 의무 공시가 폐지된 후 올해부터 그 동안 신고하지 못했던 계열사 4개를 잇따라 편입했다고 신고, 공시에 반드시 공지해야 할 사항을 피하기도 했다.

더욱 이상한 점은 효성과 계열사로 편입된 성림, 제조업체를 조사하는 해당 지자체 모두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심지어 이 같은 사실을 강하게 부인, 계열사 편입과 관련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조현준 사장, 편입 늑장 신고 주인공

   
▲ 효성 조현준 사장.

성림은 폴리에스터 원사 단섬유를 생산하는 업체로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473억원, 영업이익 6억9400만원, 당기순이익 3억6000만원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76명의 종업원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되는 물량은 대부분 수출하고 있으며 일부 물량은 효성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간 약 7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생산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7만톤이면 적게 생산하는 업체는 아니다”며 “자동화설비 시설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생산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는 효성 조현준 사장(23%)과 효성 임원인 권인섭 대표이사(28.5%), 오숙희 이사(6.25%)로 이들 지분을 모두 합치면 57.75%가 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특히 조 사장은 지난 2007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카운티 소재 빌라 2가구 지분을 각각 1/8씩 85만 달러에 취득, 당시 재정경제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사장은 이번에도 효성 임원과 함께 성림 최대주주로 계열사 편입 늑장 신고의 주인공이 됐다. 업계에서는 효성의 최근 이 같은 계열사 편입 지연신고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최소 경고 정도는 받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효성 측을 통해서는 그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계열사를 통해 폴리에스터 원사 단섬유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부인했다. 더욱 이상한 점은 효성 측 역시 성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밝힌 부분이다.

효성 홍보실 간부는 “확인해 보겠다”며 “성림이 계열사로 편입된 사실 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또 “우리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계열사 편입과 관련된 어떠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특히 성림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성림 관계자는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 본다”며 “여기는 일개 중소기업일 뿐이지 효성의 계열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본보가 증거자료가 있다고 전하자 “확실한 것이냐”며 반문한 뒤 “마음대로 하라”고 덧붙였다.

성림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효성의 계열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효성에 납품을 하는 등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효성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계열사로)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어 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본보가 증거자료가 있다고 밝히자 “잘 모르겠다”며 “일 때문에 효성 쪽 바이어들과 만나기도 하지만 그런 얘기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쪽에서도 거래를 하며 관계를 가지고 있는 회사 정도로 알고 있다”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제조업체를 조사하는 구미시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 구미시청 기업산업본부 관계자는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이라며 대기업 계열사임을 모르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구미시에 중소기업을 가장한 대기업 계열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냐고 묻자 “모르겠다”며 “인력이 부족해 2000개가 넘는 기업을 일일이 조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업체에서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효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아무리 작은 회사라고 해도 계열사 편입이 무슨 얘들 장난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편입됐다는 정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며, “왜 그러는지 정말 궁금하고 몰랐다고 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명한 기업으로 보기에도 어렵다는 지적도 했다. “회사는 사장만의 회사가 아니다”며 “회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도 기본적으로 알 권리라는 것이 있는데 그 누구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알려야 할 회사가 그랬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 고위 간부 모르쇠로 일관…계열사가 뭐

효성이 폴리에스터 원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효성은 3만6000톤 규모의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을 증설 중이고 더불어 중국에 2만톤 규모의 폴리에스터 원사 단섬유 공장을 설립, 생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성림을 뒤늦게 계열사로 편입, 또 하나의 절묘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21년전부터 효성의 계열사였던 (주)성림 정문. 효성 측 역시 이 회사를 전혀 모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넘게 위장계열사로 있었다는 것인데 각종 세금포탈의 창구로도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금을 동원하는 것 역시 이런 것과 무관하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림이 효성의 계열사로 편입 했다는 사실을 지난 21년간 숨겨오다 5개월 전 공시를 통해 밝혔는데 그동안 효성과 업계 모두 기본적인 이런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특히 효성 측은 이 같은 사실 조차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고위 관계자들의 행동 또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효성 홍보실 간부는 “당연히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그룹 전체를 맡고 있다 보면 모르는 것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것이 뭐가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고 반문,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이 간부는 또 “우리는 폴리에스터 원사 장섬유를 생산하는 업체고 기업설명회 등에서도 그렇게 알리고 있다”며 “그런 조그만 회사가 계열사로 편입된 것을 두고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7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지만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뒤 “모두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런 것을 굳이 숨길만한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황당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일 그렇다면 분명 뭔가 이상한 것이 확실하다”고 조사를 해봐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어 “계열사 편입은 상식선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 뒤 “특히 계열사 편입 신고를 한 기업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고 계열사로 편입된 사실을 편입된 회사에도 알려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수밖에 없고 아무것도 모른다거나 몇 명만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