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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카시오페아 공주

박광선 기자 기자  2010.09.03 11: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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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매일 오후 두 시, 온 국민을 라디오 앞으로 모여들게 하는 SBS ‘두시탈출 컬투쇼’. 정찬우, 김태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청취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 프로는 지난 6월 7일에 자체 청취율 18.7%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한데 이 프로의 담당PD가 네 편의 장편소설을 발간한 소설가로 밝혀져 방송가에서 연일 화제이다. 주인공은 이재익PD. 그는 그동안 <소유진의 러브앤뮤직>, <허수경의 가요풍경>, <심혜진의 시네타운> 등의 연출을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어느 날 캐나다 밴쿠버 외곽의 한 호텔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는데, 손을 뻗으면 우주에 닿을 것 같더군요. 그날 이 소설을 쓰기로 다짐했습니다. (…) 해마다 얼마나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실종되는지 아십니까? 멀쩡하게 생활하다가 이유 없이 홀연히 증발해버리는 사람들. 혹 그들이 외계인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이 세상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깐요.

고교와 대학(서울대 영문학과) 시절, 록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는 그는 지난 1997년 문학사상사 장편소설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질주질주질주≫는 문학평론가 권영민(서울대 교수) 씨로부터 ‘우리 문단에 새로운 충격을 던질 수 있는 소설적 주제의 무게와 흥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소설로 이 작가는 신세대 문학의 새 영역을 개척할 만한 역량을 지녔다고 평가된다.’는 찬사를 들었다.
이후 3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이번에 출간된 ≪카시오페아 공주≫는 첫 번째 소설집이면서, 그의 문학적 상상력이 만개(滿開)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집에는 그의 소설적 상상력이 응집되어 있다. 장르도 판타지, 멜로, 미스터리, 호러, 로맨스, 드라마 등 다양하다. 표제작인 중편작 <카시오페아 공주>는 약사이자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주인공과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자와의 만남과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환상적이고 범우주적인 스토리를 통해 복수와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칼 세이건의 유명한 명언인 “이 넓은 우주에 오직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낭비이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외계인과 복수, 용서, 구원 등의 다양한 테마들이 얽혀있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이다.

이번 작품을 담당한 편집자 허윤형(現 황소북스 대표, 前 노블하우스 대표 및 랜덤하우스코리아 소설부문 이사) 씨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전방위 작가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재미와 이사카 고타로의 따뜻하면서도 퍼즐 같은 플롯,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성 짙은 드라마적 요소, 온다 리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두룬 갖춘 작가이다. 무엇보다 내가 만난 최고의 페이지 터너이다.”라고 그를 평했다.
신비스러움을 품고 있는 표지의 그림은 한국에서도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츠모토 시오리(松本潮里)의 <비밀 약속, シークレットプロミス>이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하다. <중독자의 키스>, <미스터 문라이트> 등이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어 영화 제작 중에 있으며, <질주>와 <목포는 항구다>도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들이다. 현직 라디오 PD로서의 삶과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등 소위 ‘트리플 라이프’를 달성하려고 하는 꿈과 노력은 그만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들처럼 인터넷 게임이나 당구 등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주말이면 집에서 작품구상도 하고, 소설도 씁니다. 그런 규칙적인 글쓰기가 제게는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PD라는 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만남들을 통해 다양한 소재들을 얻곤 합니다.”

그는 속필(速筆)로는 유명하다. 이 책에 들어있는 <섬집 아기>는 구상한 지 이틀 만에 탈고했을 정도. 평생 50권의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그가 앞으로 만들어 갈 ‘이재익 월드’는 어떤 모양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다음 작품으로는 90년대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한 고교밴드 이야기를 다룬 ≪압구정 소년 밴드≫(가제), 신데렐라의 거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 판타지 ≪백설공주의 거울은 누가 훔쳐갔을까≫(가제), 강남 ‘텐프로 아가씨’를 소재로 남성의 성적 욕망과 성매매 현장을 리얼하게 그린 ≪아,가,씨≫(가제), 199연패(통산 성적 1승 1무 244패)라는 불승(不勝) 신화를 달성하고 있는 ≪서울대 야구부≫ 등이 있다.

이재익
1975년 생으로 압구정 고등학교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7년 월간 <문학사상> 소설 부문으로 등단, 이듬해 장편소설 3,000만원 현상 고료 장편소설상 당선작인 ≪질주질주질주≫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이상인 감독과 남상아 이민우 김승현 주연으로 <질주>라는 이름의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세기말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예리하게 포착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두 번째 작품인 ≪노란 잠수함≫은 카투사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주한미군의 성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를 몰고 왔으며, ≪미스터 문라이트≫는 ‘새로운 감각의 감성연애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그 후 동아닷컴과 예스24에 소설을 연재했다.
고교시절 록그룹 <ZEST>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는데, 하드록에서부터 헤비메탈, 로큰롤, 프로그래시브록까지 넓은 음악적인 소양은 이때부터 길러졌다. 서울대 영문학과에 입학해서도 록그룹 <LSD>를 결성하여 음악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치 않았던 그는 2001년 SBS 라디오 PD로 입사했다. 그 동안 맡은 프로그램으로는 <소유진의 러브앤뮤직>, <허수경의 가요풍경>, <심혜진의 시네타운> 등이 있으며 현재는 라디오 시청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시탈출 컬투쇼>의 담당PD이다.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 중이며, <질주> <목포는 항구다> 등의 영화 시나리오 등을 작업하기도 했다.

320쪽
값 12,800원
황소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