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휘발유 값을 낮추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주유소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농협은 물론, 정유 및 주유업계 모두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관련업계의 반발이 만만찮아 논란이 예상된다.
지식경제부 김영학 차관은 지난해 9월 “농협주유소 400여개와 일반 주유소 900여를 농협주유소 폴로 통일시켜 공동 구매를 통해 정유사로부터 저렴한 기름을 공급받아 판매가격을 리터당 60원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농협 앞세워 정유사 견제
기름값 인하책 마련에 고심하던 중 농협중앙회의 계획에서 힌트를 얻어 NH오일을 일반 주유소로 확대해 전국 주유소 판매 가격의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것. 정부는 유류세 인하, 유가환급금 지급 등은 나라 곳간만 축낼 것으로 판단, 기존 4대 정유사가 96%를 점유하는 주유소 시장에 농협을 대항마로 키워 저렴한 휘발유를 시판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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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NH오일 주유소가 확대되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60원가량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 필요한 유류물량을 정유사들을 상대로 경쟁입찰을 실시, 가장 낮은 가격에 공동구매해 NH오일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정유사가 일반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저렴하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자회사인 남해화학과 지역단위조합이 운영하는 450여개 주유소 중 170여개를 NH오일로 간판을 교체한 가운데 향후 2~3년 내 90% 이상을 섭외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간 공급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충북 진천에 2800킬로리터 저유소를 설치, 추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회원사 이외에 일반 주유소를 상대로 영리행위를 하는 것이 농협 설립취지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당사자인 농협 역시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농협주유소 폴을 일반주유소로까지 확대해 기름값을 인하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농협과 논의된 계획이 아니며 사업정관과도 배치된다”고 우려했다.
농협 정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 및 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NH오일 폴을 일반 주유소로 확대하면 농협의 회원조합 및 조합원이 운영하는 주유소와 경쟁이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협, ‘사업정관 위배’ 난색
이에 회원조합과 조합원이 동의해야만 일반 주유소들도 농협 폴을 쓸 수 있는데 사실상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것.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은 영리추구가 목적이 아닌 회원조합과 조합원을 지원하는 특수조직이기 때문에 이들의 동의가 있지 않고는 정부의 농협주유소 확대 방안을 추진하기 힘들다”고 입장을 밝혔다.
농협 폴 확대 외에도 정부의 마트주유소 확대 추진 입장에 대해서는 이미 주유소협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협주유소 확대 역시 정유업계 및 주유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주유업계 한 관계자는 “농협이 대부분 정유사를 통해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에서 이를 일반 주유소에 공급할 경우 매출과 마진이 줄어드는 정유사의 반발과 압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농협주유소 확대가 기름값 하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농협을 통해 사기업을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며 “리터당 60원 싸다고 하지만 과연 이것으로 기존 주유소를 유인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주유업계 반발 우려
이에 정부 측은 특별하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특별히 농협에 지시를 내리는 등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없다”며 “현재 자체적으로 주유소 숫자를 체크하고 있는 수준이며 기름값 인하를 위해 제도적인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계속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일반주유소로까지 확대하지는 않았지만 농협법이나 정관 등을 개정하면 가능하다”며 “일단 기존 농협주유소를 NH 폴로 모두 전환한 뒤 추후 농림부와 협의를 통해 자세한 사항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경부는 추가로 석유수입사들이 국내 품질기준에 미달해 수입하지 못한 외국의 저가 휘발유가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기환경보건법의 환경기준을 낮추는 방안 등 관련 정책의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환경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다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도 예상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