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지하철 술광고 고삐 채워라

조민경 기자 기자  2010.08.24 11:10:2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주류광고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어 걱정스럽다. TV나 라디오에서는 주류광고의 기준이 설정돼 있지만 길거리 특히 청소년들이 흔히 이용하는 지하철역 등에선 주류광고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날뛰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TV, 라디오에서는 17도 이하의 주류 광고만 허용된다. 또 TV는 22시부터 7시까지, 라디오는 8시부터 17시까지 미성년자 대상 프로그램 전후를 제외하고 주류광고가 허용된다. 하지만 지하철역의 주류광고에 대한 기준은 전무한 상태다.

승강장에 선 사람들은 지하철 도착 시점을 알려주는 TV 모니터를 응시하며 지하철을 기다리곤 한다. 지하철의 위치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모니터 속 광고에 눈길이 간다. 주류광고가 유독 눈에 띈다. 스크린도어 옆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에서도 주류광고가 판을 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주류광고 속 대다수 등장인물은 청소년들이 특히 좋아하는 젊은 유명 연예인들이다. 광고모델들은 환한 미소로 불특정 다수에게 술을 권한다. 아무리 광고 속이라고 하지만, 광고의 목적상 이 광고물들은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누구나 소주를 마시고 싶도록 하는 각종 심리적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런 광고를 보더라도 ‘술이 땡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광고주들은 생각하는 것일까.   

소주광고의 경우 갈수록 광고가 세련미(?)를 더하고 있어 소주를 마시면 누구나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할 지경이다. 어른들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하물며 성적, 수능, 진학 등의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오죽할까.

이런 저런 이유로 주류업체들은 청소년들에게 술 권하는 광고행위를 자진해서 중단하는 게 옳다고 본다.      

지난 4월 박준선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29명의 국회의원은 주류의 방송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오는 10월 상정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주류광고와 관련해 해외에서 여러 조사들이 행해졌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주류광고가 술 소비량과 관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주류광고가 성인들의 음주 소비량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
   
는다 해도 청소년들에게는 술 소비량과의 관계가 아닌 술, 음주 문화를 접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주류광고는 청소년들에게 음주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음주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가능성을 제공한다.

‘고삐 묶인’ TV, 라디오 주류광고의 고삐를 죄기보다 ‘고삐 없는’ 지하철 역내 주류광고의 고삐를 채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