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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득천하 치천하

박광선 기자 기자  2010.08.13 16: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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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애플이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또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노키아가 애플의 8분의 1로 쪼그라든 사실이 확인된 2010년은 21세기 경제전쟁의 일대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는 향후 소위 ‘지식창조경영’에서 패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아이폰 돌풍’으로 상징되는 애플의 비상은 남을 좇아가는 것으로는 결코 1등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주고 있다. 1등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방심하는 순간 후발주자에 의해 이내 역전의 위기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소니의 하청업체에서 출발한 삼성이 하드웨어 부문 최강자로 우뚝 선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삼성도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이내 애플과 구글 등이 선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말할 것도 없고 그간 절대왕자로 군림해온 하드웨어 부문에서조차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할지 모를 일이다.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채찍질이 요구되는 이유다.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장차 애플의 돌풍마저 잠재울 경우 ‘삼성웨이’는 전세계 CEO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이 될 공산이 크다. 이는 삼성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일반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문제는 삼성웨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듯이 삼성웨이는 이건희 회장의 탁월한 ‘인간경영’ 토대 위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동양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에 가능했다.《논어》와 《주역》 《춘추좌전》 《사기》 《삼국지》 《자치통감》 《정관정요》 등 주옥같은 동양고전 모두 어떻게 해야 인간경영에 성공할 수 있는지를 많은 사례를 들어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가든 기업이든 인간경영을 가장 중시한 동양 3국의 역사문화 전통은 21세기 경영전략의 보고에 해당한다. 동양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책은 동양고전을 토대로 이건희 회장의 인간경영 리더십을 정밀 탐색한 최초의 책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서구의 지식창조경영 흐름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을 분석대상으로 삼아 바람직한 21세기형 CEO 리더십 모델을 찾고자 한 것이다.

21세기 현재 위국위민의 선봉 역할을 수행하는 엘리트 집단은 삼성과 같은 초일류 글로벌기업에 투신해 전세계를 무대로 뛰는 ‘비즈니스맨’들이다. 21세기에 들어와 혈세를 가장 많이 내는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삼성이나 LG 등과 같은 초일류 글로벌기업들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이들 회사에 봉직하고 있는 비즈니스맨들이다. 특히 삼성의 비즈니스맨들이 보여주는 활약은 눈부시다. 현재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TV와 LCD, D램 반도체 등 11개 품목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원천기술도 확보해야 하고 아이폰 돌풍이 보여주듯이 소프트웨어를 주요 무기로 내세운 애플과 구글 등의 위협도 미연에 제압할 필요가 있다.

이건희도 이런 사실을 숙지하고 있다. 미국 가전제품 박람회를 둘러보던 중 미래사업 준비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한 바 있다.
“아직 멀었다. 10년 전에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에 구멍가게 같았다. 까딱 잘못하면 삼성도 그렇게 된다.”
선친 이병철이 이건희에게 남의 말을 열심히 들으라는 취지의 ‘경청傾聽’과 사업보국의 외길을 의연하게 걸어가라는 취지의 ‘목계木鷄’를 좌우명으로 내려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목계는 외부의 크고 작은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하게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걸어가는 현인賢人을 상징한다. 이건희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성공적인 인간경영 행보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현재 그가 보여주는 리더십의 덕목은 경청과 목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경청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원모遠謀와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경륜經綸, 상식의 허를 찌르는 독보적인 창견創見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목계는 신속하면서도 통이 큰 과단果斷과 일단 결단하면 반드시 일을 성사시키고야 마는 투지鬪志, 스스로를 쉼 없이 채찍질하며 전진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덕목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삼성이 장차 소프트웨어마저 석권할 경우 이는 아편전쟁 이래 근 200년 만에 동양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상징적 사건이 된다. 격변하는 21세기 동북아를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다면 삼성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령탑인 이건희의 리더십부터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다.

애플로 상징되는 소프트웨어와 삼성으로 상징되는 하드웨어 최강자의 생사를 건 한판 승부는 성격상 유혈전이 될 공산이 크다. 이 싸움에서 이기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틀어 명실상부한 지존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거시사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동서의 힘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네번째 사례에 해당한다.
첫번째 충돌은 1840년대에 빚어진 ‘아편전쟁’이었고, 두번째 충돌은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빚어진 소위 ‘태평양전쟁’이었으며, 세번째 충돌은 1980~1990년대에 벌어진 총성 없는 ‘미일간의 경제전쟁’이었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네번째 충돌은 2010년 후반 애플과 삼성이 격돌한 ‘하드-소프트웨어 전쟁’이다. 주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뀐 것이다. 애플의 하드웨어 시장 잠식은 곧 삼성에 대한 정면도전이나 다름없다.

중국경제는 아직 소프트웨어는 말할 것도 없고 하드웨어에서도 질보다는 양에 치우쳐 있고, 일본도 소니와 도시바 및 히타치 등 아직도 유수한 하드웨어업체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삼성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결국 한중일 3국에서 애플과 싸울 수 있는 업체는 삼성밖에 없는 셈이다.

이 싸움은 삼성에 유리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세기적 결판은 결국 중국시장을 누가 장악하는가에 달려 있는데, 그간 ‘중국삼성’ 등을 앞세워 많은 공을 들여온 삼성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드웨어 부문의 우세도 득점요인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세계 제일의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의 경쟁업체를 제압하기 위해 일로매진해온 삼성에게 소프트웨어는 아직 생소한 분야다. 앱스토어의 규모 차이가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이 또한 그리 염려할 게 못 된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소프트웨어 최강국이 될 만한 여러 요소를 갖고 있다.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은 일본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자유로우면서도 창의적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기업, 학계, 언론 등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심기일전의 자세로 이를 견인해나갈 경우 셀 수 없는 ‘앱’이 등장할 공산이 크다.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세기적 대결은 삼성의 승리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이런 기대를 가능케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말할 것도 없이 ‘왕패병용(王覇竝用)’의 제왕술을 구사하는 이건희의 강력하고도 유연한 ‘제왕적 리더십’이다. 이번 대결은 작게는 한국경제의 성쇠를 좌우하고, 크게는 세계경제의 중심축을 근 200년 만에 동양으로 환원시키는 ‘세기적 대결’에 해당한다. 삼성의 선전을 기원하며 거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지은이 신동준 페이지 422페이지
책 값 18,000원 발행일 2010년 8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