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백 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의미의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은 어느새 벌써 옛말이 되었다. TV와 인터넷 등 각종 시각 매체의 발달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보여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즘의 마케팅 활동을 보면 ‘백견이 불여일취(百見不如一臭)’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하다. 많은 기업들이 한층 수준 높아지고 까다로워진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이미 식상해지고 평범해진 시각마케팅 보다는 후각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 ‘향기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위스키 ‘킹덤’의 김홍일 마케팅 과장은 “후각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감각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VIP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마케팅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좋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꽃 향기나 과일향, 신선한 빵 냄새 등이 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왕국의 정신을 이어가는 깔끔한 위스키 하이스코트 '킹덤'은 특별한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시켜 그 향이 더욱 짙고 다채롭다. 일반 오크통이 아닌 ‘쉐리오크통(Sherry Oak Cask)’이 바로 그것이다. 쉐리오크통이란 쉐리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위스키를 숙성시키면 와인의 향이 위스키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달콤한 과일 향이 나게 되는 것이다.
쉐리오크통은 그 특별한 기능으로 인해 최고급 위스키에만 사용되지만 값이 비싸 대다수의 증류소에서는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스코틀랜드로 수입되는 쉐리오크통의 90% 이상이 ‘킹덤’ 숙성에 이용되고 있다.
킹덤 측은 2007년 출시 직후부터 줄곧 ‘쉐리오크통 숙성 위스키’임을 강조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휴가가 시작된 이달 10일부터 강남권 유흥업소 VIP 고객을 대상으로 시향(試香) 이벤트와 입가심 행사도 펼치고 있다.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함을 후각으로 느껴보게 하고 직접 마셔서 깔끔하게 입을 헹궈주는 효과를 보게 하는 것이다.
논현동에 위치한 C룸살롱 관계자는 “킹덤을 주문하는 고객들은 연령대도 비교적 높고 깐깐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고객들이 뉴 SM5의 퍼퓸 디퓨저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인 퍼퓸 스탠드를 전국 영업지점에 설치했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퍼퓸 디퓨저는 차 내부에 향기를 은은하게 퍼지게 해 쾌적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웰빙 옵션 사양으로, 뉴 SM5가 출시된 이래 장착율이 7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향기 마케팅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VIP 고객의 입맛에 맞도록 르노삼성은 프랑스의 세계 최고급 향수 제조업체로부터 원액을 공급받아 목표고객 사전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뒤 6종의 퍼퓸 원액을 선정했으며, 각 사업소 및 A/S 용품점 등에서 추가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향기 나는 백화점 전단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여름 정기세일 직전 백화점의 MVG(Most Valuable Guest) 고객들을 대상으로 3D 기술을 적용한 입체 화보 형태의 DM을 제작해 발송했다. 단순히 상품 소개로만 끝났던 DM으로는 더이상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판단에 고객의 호응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시도를 한 것이다. 리조트룩, 왕골가방, 의류, 화장품, 와인 등 45여개 상품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DM의 화장품 안내 페이지에는 향수를 직접 분사해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적 즐거움까지 더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입체적으로 보면서 향기까지 직접 체험할 수 있어 고객들은 눈앞에서 쇼핑을 즐기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LG전자 디오스 광파오븐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갓 구운 빵과 쿠키 냄새가 난다. 전자제품 매장을 흔히 시각 위주로 꾸미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후각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사와 차별화한 것이다.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 솜씨없는 예비 새댁이나 미시족들도 맛있는 빵이나 쿠키를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매장 직원들은 "빵 굽는 냄새에 대한 호기심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이 는 데다 반응도 호의적이며, 특히 배가 출출해지는 오후 4시 경부터 고객들이 더 많이 모여든다"고 설명했다.
이제 3D를 넘어 4D 영화가 핫 트렌드다. 영화관람료가 일반 2D영화의 2배에 달하지만 4D 영화를 보려는 VIP 고객들은 1~2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할 만큼 그 반응이 뜨겁다.
화면에 따라 움직이는 좌석, 극중 장면에서처럼 관객에게도 튕겨지는 물 등 많은 실감나는 요소들이 4D영화의 인기 요인이겠지만, 바람 부는 장면마다 영화관에서도 바람과 함께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향기 역시 한몫 한다는 평가다.
하이스코트 장병선 상무는 “향기 마케팅은 소비자의 시각과 후각을 만족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며 “최근 많은 기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향기 마케팅의 경우 소비 심리를 파악하고 제품 차별성을 인지시키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의 새로운 측면으로 해석되며, 이러한 뉴로마케팅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