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효성의 반론,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이철현 기자 기자  2010.08.12 08:43:5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참으로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효성의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증설 의혹을 보도한 본보에 효성 측이 주장한 반론은 마치 본보 기자가 이해를 하지 못했거나 혹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잘못된 기사를 쓴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효성은 최근 본보의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증설 의혹 보도에 강하게 반발하며 왜곡된 기사라고 강조했다. 효성은 본보 보도에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적, 자신들의 제대로 된 입장을 반론보도문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효성은 이번에도 어설프기 짝이 없는 반론으로 본보 기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선 ‘HK를 의식한 급조된 계획’이라는 소문과 관련된 반론이다. 이 같은 소문은 이미 업계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여러 추측이 난무했던 것도 사실이다. 본보 기자는 이처럼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취재, 기사화 한 것이다.

물론 효성이 이번 공장 증설을 계기로 국내 폴리에스터 원사의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유럽 고수익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공식입장도 보도했다. 효성은 ‘HK를 의식한 급조된 계획’ 부분에서 반론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특별한 것도 아닌 “폴리에스터 원사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증설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전부다.

이는 본보가 보도한 효성의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효성 측이 반론한 것 역시 보도자료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해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스타플렉스의 HK 인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두 번이나 강하게 부정한 것이 더 특별하고 새롭게 보였다. 비록 미리 예측이 가능했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효성 측의 말대로 폴리에스터 원사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왜 증설을 결정한 것인가. 업계의 소문대로 HK를 의식한 것인가. “폴리에스터 원사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증설을 결정한 것”이 무슨 큰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인가.

특히 화섬협회 자료를 인용, 국내 업체의 풀리에스터 원사 생산 규모(효성 연산 20만톤, TK케미칼 16만톤, 휴비스 10만톤)를 보도한 부분에 대한 효성 측의 반론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효성 측은 “화섬협회의 자료는 누적 생산능력이며 현재의 생산능력과 생산량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누적 생산능력이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효성이 업계에서 잘 쓰지도 않고 있는 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기들이 필요에 의해서 쓴 것으로 보여진다”며 “몇 년간 누적된 생산능력인지 아니면 몇 일간 누적된 생산능력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니면 지난 1973년 폴리에스터 원사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고작 20만톤을 생산했다는 뜻인가. 만약 이렇다면 효성은 연평균 1만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폴리에스터 원사를 생산한 셈이 된다. 이는 효성의 연간 생산능력으로 직결되며 공장 가동률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보 기자는 화섬협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효성의 연간 생산 규모를 인용했다. 이 같은 자료는 본보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에서 기사를 통해 밝힌 것이기도 하다. 물론 생산 규모에 비해 생산 능력과 양은 수요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공장을 증설한다는 것은 당분간 생산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뜻이 아닌가.

효성 측은 심지어 “화섬협회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말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누워서 침을 뱉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화섬협회의 이 같은 자료는 나름대로 실시한 조사와 함께 각 업체를 통해 받은 자료로 만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화섬협회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그렇게 말한 업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며 “이런 모순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효성 측은 취재 당시에는 “화섬협회 자료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뒤 “자료를 인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후 마치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자신들에게 묻지도 않고 자료를 인용한 것처럼 황당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효성 측은 이어 “보도자료에서 밝혔듯 현재 국내 폴리에스터 의류용 원사는 연간 11만톤 내외를 생산하고 있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화섬협회 자료에는 의류용 원사가 별도로 집계돼 있지 않다. 장섬유와 단섬유로 구분돼 있을 뿐이다. 기사에도 이를 바탕으로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 규모만을 밝혔을 뿐이다.

사실 의류용 원사에 대한 정확한 생산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 없이 효성 측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능성 폴리에스터 원사는 보통 원사 자체에 첨가제를 투입해 섬유 기능을 부각시키는 방법, 원사를 2차 가공해 새로운 기능성 원사로 탄생시키는 방법 등 2가지로 나뉜다. 이 같은 기능성 원사 제조 중심에 폴리에스터 원사가 있는 것이다. 화섬협회 자료를 인용한 것을 알았으면서도 마치 몰랐던 것처럼 반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타사의 생산량에 대한 분석자료는 당사의 영업비밀”이라며 “타사의 생산량에 대한 추정치를 대외에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라고 뒤늦게 해명한 부분도 그저 웃음만 자아낼뿐이다. 취재 당시 ‘대외비여서 알려줄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으면 깨끗하게 처리됐을 부분을 이제 와서 “영업비밀”이라며 단순한 “오해”로 치부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당시 너무 바빠서 대외비라는 것을 깜빡 잊은 것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대외비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잘못 전달한 것이라고 봐야 할까.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효성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폴리에스터 원사 국내 1위’도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내 폴리에스터 원사 시장점유율 1위는 효성(15.2%)이 아닌 TK케미칼(20.7%)이다. 효성 측은 이 같은 수치를 공시를 통해 밝히고 있으면서도 취재 당시 “의류용과 산업용을 합하면 2위와 격차가 크지만 의류용만 놓고 보면 2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며 마치 자신들이 폴리에스터 원사 시장점유율 1위인 것처럼 밝혔다. 물론 효성 측이 공시를 통해 밝힌 폴리에스터 원사 시장점유율은 의류용과 산업용을 합한 것인지, 아니면 의류용만 집계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를 하지 않았다.

구미공장과 관련해서도 본보 기자는 취재 당시 구미공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장섬유와 단섬유를 제조하고 있다고 확인한 뒤 이를 기사에 반영한 것이다. 효성 측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본사와 공장에서 답변하는 것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효성 측의 반론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어설프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같은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효성 측의 이 같은 반론에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급조된 공장 증설 계획 의혹에 이어 반론문 역시 급조된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여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