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투자증권이 노조와 IT아웃소싱 관련 분쟁을 겪고 있다.
11일로 우리투자증권노조의 컨테이너 철야농성은 70일을 맞는다. 사상 유례 없이 긴 분쟁이다. 노조의 투쟁이 중장기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노조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투자증권에 요구하고 있는 아웃소싱 전면 백지화의 처리 방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증권 모르는 인력에 IT 못맡겨!
우리금융지주는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그룹 IT아웃소싱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방안 수립’이라는 주제로 맥킨지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IT인프라 통합으로 연간 60~90억원의 비용이 절감되고, 통합구매 시(우리투자증권 연간구매 금액 적용) 연간 40~80억원이 절감 가능하다는 게 컨설팅 내용의 골자다.
우리금융은 IT아웃소싱 추진에 대해 조직·인력 효율화 방안과 운영비 절감부분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안에 있는 IT부문을 외주화한다면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있는 우리금융정보시스템(WFIS)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노조는 같은 IT인력이라 하더라도 은행 업무 처리 비중이 큰 WFIS에 증권 IT인력을 쪼개 합쳐넣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노조 구희득 위원장은 “인력효율화를 위해서는 WFIS쪽에서 증권 업무를 가져가야 하는데 증권과 관련 개발업무를 해보지 않고서는 IT업무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과 증권의 IT시스템 차이라고 노조는 보고 있다.
구 위원장은 “증권산업과 은행산업은 확연히 다른 산업”이라며 “WFIS는 실제적으로 우리금융 내 3개 은행(우리,경남,광주) 전산부문의 분사 회사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위원장은 “증권은 은행과 달리 실시간 주문과 체결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한다”고 전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최근에는 각종 파생상품 시장의 급성장으로 시스템이 더욱 복잡한 구조로 흐르고 있고, 전산 장애도 복합 장애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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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우리금융은 IT아웃소싱 추진에 대해 조직·인력 효율화 방안과 운영비 절감부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같은 IT인력이라 하더라도 은행 업무 처리 비중이 큰 WFIS에 증권 IT인력을 쪼개 합쳐넣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5월 IT센터 총력 결의대회 모습.> |
IT 관리 부실로 일시적 장애라도 일어나면 은행업 등과 달리 천문학적 피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IT아웃소싱이 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리 속도가 떨어지고, 전문성 결여가 우려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실제로 모 증권사의 아웃소싱과 인소싱 당시 고객서비스 요청서 처리건수 결과가 있다. 아웃소싱 당시 월 120건을 접수하고 처리기간은 16.5일이 소요됐다. 반면 인소싱으로 전환한 후에는 월 290건 접수와 7.5일이 소요됐다. 외주업체를 둘 경우 업무처리시스템 절차가 다르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순한 이의제기는 제외된 것으로 볼 때 아웃소싱의 일처리가 오래 걸린다는 우리투자증권노조의 걱정은 기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B JP모간 등은 인소싱 바람, ‘민영화 국면에 졸속처리하지 마라’
우리투자증권노조가 불안해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글로벌 IB회사들은 IT인소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간, 골드만삭스, UBS 등이 그런 예다. JP모간의 직원 4000명의 경우 지난 2006년 IBM에서 철수했다.
구 위원장은 “(국내) IT아웃소싱 이후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는 보고서는 찾기 힘들다”면서 “초기 1~3년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시간이 경과되면서 IT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IT아웃소싱 회사의 의도대로 끌려 다니다 보면 비용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것이 구 위원장의 주장이다. 모 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말 IBM과 10년간 2000억원대의 IT인프라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다. 증권업계는 계약규모를 2000억원대 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1년 평균 단가는 25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인프라 관련 지출액과 비교하면 수십억원 높은 금액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즉 인체의 중요한 기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심장은 그 중 핵심이고 심장은 남에게 절대 맡길 수 없듯이, 실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증권사의 특성상 몸의 ‘심장’처럼 중요한 영역은 IT분야이며,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은 가운데서는 더더욱 외주를 할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우리투자증권노조의 불만은 또 있다. 우리금융지주 전반의 민영화가 진행 중인데, 과연 누가 새 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같은 큰 일을 단행하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구 위원장은 “누차 우리금융지주에 민영화까지만이라도 아웃소싱 방침을 중단해 달라고도 이야기해 봤다”면서 “새 주인이 증권사의 IT아웃소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구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 CEO가 아웃소싱을 서두르는 건 비도덕적인 처사”라고 지주와 증권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IT아웃소싱으로 인해 업무처리의 신속성 저하와 전문성 결여를 우려하고 있으며 절대로 회사원들의 고용문제로 한정해 이번 사태를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아울러 단순한 회사 내 문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다른 증권사의 2차, 3차 피해를 막기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는 번복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와 노사의 IT아웃소싱 투쟁이 장기전으로 치닫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