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부동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집을 가진 사람들이 전세로 이동하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빚을 내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 전세로 갈아타는 현상은 집값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거나 버블이 꺼지고 있다는 판단이 들때 나타나는 만큼 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출’을 안고 무리해서 마련한 집은 시세차익은 커녕 집을 팔아도 대출금도 갚지못하는 ‘깡통’이자 ‘짐’이 되고 있다.
◆‘IN’서울… “결국에는 전세집”

▲ 장기화되고 있는 주택시장 침체로 집 가진 사람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용인 성복동에서 신혼생활을 즐기던 김덕환씨(가명·36)는 최근 서울에서 전세집을 찾기 위해 퇴근 후에도 발품을 팔고 있다. 2년전 ‘내집을 갖고 시작하자’는 생각에 자신이 가진 돈 1억원에 부모님에게 빌린 1억원 그리고 은행에 빌린 2억원을 합쳐 내집을 마련했지만 떨어지는 아파트값과 밀려드는 원금, 이자 압박에 결국 ‘전세’를 선택한 것이다.
당시 김씨의 계획은 2~3년뒤 집을 정리한 뒤 남은 원금과 이자를 털어내고 차익과 소지금으로 더욱 넓은 평수의 서울 보금자리를 갖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씨가 마련했던 4억원짜리 112㎡대 아파트는 입주할 당시만 하더라도 시세상승 기대감이 충만하던 때였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와 건설사들의 광고를 보면 말 그대로 살기만해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김씨는 3000만원 이상 떨어진 아파트 시세표를 보며 매달 은행에 원리금만 150만원을 넘게내고 있다. 여기에 이자를 비롯한 각종 세금에 관리비까지 합치자 ‘2세 계획’도 자연스레 연기됐다.
김씨는 “그 돈이면 당시에도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었다”며 “차익을 예상하고 무리한 건데 지금은 3000만원 넘게 떨어진 아파트값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털어놨다.
서울에 내집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전세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4년전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40평형대 아파트를 대출 4억원을 포함해 6억2000만원에 구입한 김지운씨(가명·63)는 “차익을 노리고 이 지역에 온 것은 아니지만 매달 나가는 300만원의 원금, 이자가 부담돼 이 지역에서 전세를 찾는 중”이라며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분양가 할인에 들어간 아파트가 많다는 소리를 들어 그쪽도 둘러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로 갈아타게 하는 ‘불안심리’
내집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원인에 스피드뱅크 조민이 팀장은 “지금 지출되는 원금과 이자비용보다 전세로 갈아탔을 때 발생되는 비용이 더 적게 들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도 주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주택시장을 살펴보면, 서울 매매시장은 거래 부진이 이어지면서 23주째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신도시와 수도권 등도 하락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입주시장 주변은 여전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리인상 가능성 역시 빚을 안은 수요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물론 “시장에 급격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지만 ‘금리인상’요인은 단 몇% 만으로도 구매심리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밀려나올 입주물량도 거래회복에 큰 장애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7월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만 총 8만6000여가구의 입주물량이 쏟아질 예정으로 해당 물량은 일반 매매시세는 물론 전세값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입주를 시작한 용인 성복동 일대 한 대규모 단지 현장소장은 “쏟아지는 입주물량에 분양가 인하 바람 그리고 거래정체 현상 등이 거듭되면서 내집을 가진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주택시장에는 사이클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등 시기는 반드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팀장 역시 “지금 내집에서 전세로 갈아탄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다시 내집마련을 해야하기 때문에 지금 결정이 나중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