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효성이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증설하는 것을 두고 도마에 올랐다. 사실 국내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능력 1위를 자랑하고 있는 기업의 이 같은 공장 증설 발표는 업계에서도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효성의 이 같은 공장 증설의 배경에는 공식으로 밝힌 것과는 다르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문을 낳게하고 있기도 하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공장 증설의 또 다른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본보는 세 차례에 걸쳐 효성의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증설과 관련된 의문점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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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 등 의식한 급조된 계획”설 모락모락
하지만 이는 표면적으로 밝힌 것일 뿐이고 실상은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효성의 이 같은 공장 증설이 최근 HK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스타플렉스의 움직임 등과 전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플렉스는 지난 7월 6일 HK 채권단으로부터 경북 칠곡에 위치한 HK 제2공장 인수협상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HK공장 인수 제안 가격은 412억원이며 영업 20일 후 본 계약을 체결, 체결한 날 기준으로 2개월 내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시기 HK는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게 된다.
스타플렉스는 광고용 플렉스 원단을 제조하는 업체로 그동안 광고용 플렉스 제조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원사를 국내 및 해외 업체를 통해 구매했는데 이번 HK 제2공장 인수로 약 10~20%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K는 지난 2004년 6월 한국합섬 폴리에스터 원사 제조부분이 물적 분할, 국내 섬유 생산을 주도했던 회사다. 하지만 이듬해 원자재가격 급등, 섬유경기 침체, 금융비용 부담 등의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결국 2007년 5월 28일 최종 파산했다.
현재 HK 제1공장은 기존 화섬 업체들이 시설 및 부지 일부를 매입해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지리멸렬한 상태다. 반면, HK 제2공장은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로 손꼽히며 그동안 여러 기업에서 군침을 흘려온 알짜배기.
한편, TK케미칼과 전력공급을 놓고 소송중인 금강화섬이 연산 7만톤 규모의 구미공장이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각 업체들이 폴리에스터 관련 생산 기지개를 켜면서, 효성도 뭔가를 해야 1위 자리 수성에 성공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고, 이것이 증산 관련 발표를 부랴부랴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교롭게도 효성은 HK 관련 발표 후 불과 13일 만에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연인지 몰라도 발표 시점을 볼 때는 HK를 의식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경쟁 업체를 의식해 급조된 계획을 내세워 증설하게 됐다고 말하는 것은 좀 우스운 내용이니 어떻게든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 증설 계획에 관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1위 업체인 효성이 1위의 자리를 더욱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본보 확인결과 현재 국내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 규모는 효성이 연산 20만톤으로 1위의 생산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TK케미칼(16만톤)과 휴비스(10만톤)가 각각 2~3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위인 TK케미칼과는 무려 4만톤이나 차이가 나 격차가 이미 뚜렷하다.
따라서 이번에 1위 유지 운운한 발표는 다른 업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효성 염두에 둔 2위(?)는 누구? “말할 수 없다” 의혹 증폭
효성 측도 뭔가 어설픈 답변으로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증폭 시키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국내 1위 위상 더욱 공고히’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 “의류용 폴리에스터 원사 부문에서는 그동안 2위 업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며 “2위 업체가 어딘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또 “2위 업체가 TK케미칼은 아니며 회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자료가 다르고 협회 자료도 정확하지 않기에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며 “폴리에스터 원사는 각각 쓰이는 용도가 다른데 특히 의류용에서는 여러 업체가 있어 1위와 2위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지만 이번에 증설을 하면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가 의류용으로 쓰이는 폴리에스터 원사를 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1위와 2위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못한 것, 또 특별한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해당 업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의문이다. 효성은 이번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23만6000톤 규모를 갖추게 된다. 현재 HK의 생산규모는 일 500톤 가량으로, 1년 365일 풀가동을 해도 18만2500톤이 된다. 전체적인 생산양에서는 효성에 뒤지나 상당히 의미있는 숫자로 해석된다.
효성이 구미공장에 증설을 하고 있는 폴리에스터 원사가 의류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 역시 효성이 HK를 신경 쓰고 이번 일에 나선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효성 구미공장은 현재 폴리에스터 원사 장섬유(Polyester Filament, PF)와 단섬유(Polyester Staple fiber, PSF)를 제조하고 있다.
PF는 의류용, PSF는 비의류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PSF의 경우 의류용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HK 제2공장은 PF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효성이 HK에 밀릴 것을 의식한 나머지 PF를 중심으로 공장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이 HK의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을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기자에게 던지며 의미있는 분석을 시도하기도 했다.
◆효성 치킨 게임에만 익숙?… HK잡으려다 시장 망칠라
효성이 이같은 경쟁적 증설에 나서는 점, 특히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어 경쟁 업체와 물량 게임에 돌입한다는 것은 무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2000년 무렵, 폴리에스터 원사는 공급과잉 규모가 20%에 이르렀던 악몽 같은 시기에서 이같은 효성을 위시한 업계의 치킨 게임이 시장 전반을 힘들게 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시 폴리에스터와 스판텍스 등을 둘러싸고 재고 누적 정도가 심하고 해소 방법도 신통한 것이 없는 지경이 됐다. 이는 상당 부분 국내에서 효성, 태광산업이 증산 경쟁에 나서면서 범용 스판덱스에서 공급이 급증하고 폴리에스터 원사의 경우 14개 화섬업체가 대부분 만들고 나서면서 밀어내기식 경쟁으로 흘러갔기 때문.
결국 이번 폴리에스터 증설 경쟁 역시 관련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증설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효성이 업계 1위다운 거시적 판단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여기 동참하거나 이를 부추기는 듯한 기류까지 만드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간만에 살아나는 폴리에스터 시장이 무리한 증산 경쟁으로 과거 휴비스 같은 사업 통합이나 자연적인 기업 퇴출 국면으로까지 흘러가는 치킨 게임 와중에 다시 빠지게 될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알림=제2편에서는 효성의 석연치 않은 공장 증설 계획과 함께 경영능력 한계 드러낸 조봉규 사장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