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불길한 징후’를 뜻하는 단어 ‘징크스’의 어원은 딱따구리 일종인 ‘윤그스(Jynx)’란 작은 새 이름에서 유래한다. 주로 개미를 잡아먹어 일명 ‘개미잡이’라고도 불리던 이 새는 괴기한 모습 탓에 고대 그리스시대 ‘흉조’로 여겨졌다. ‘불길한 새’ 윤그스는 목을 상하좌우, 360도 회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이 이 새의 뼛조각으로 점을 쳤던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새의 스산한 기운이 길흉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스인들의 이러한 미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다만 영문표기법에 따라 ‘징크스(jinx)’로 바뀌었을 뿐이다. ‘징크스’ 뜻 또한 ‘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 또는 ‘어떠한 것을 보거나 겪으면 반드시 불운이 따르는 징후’로 미신에 가깝다.
재계에도 몇몇 징크스가 있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줄곧 얽히는 걸 보면 징크스란 단어가 참 유용하다 느껴질 정도다.
◆2대에 걸친 전경련 징크스
SK그룹은 차기 전경련 회장 하마평이 나올 때 마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혹시나 최태원 회장이 후보로 거론되지 않을까’해서다. 실제 SK그룹은 ‘전경련 검찰소환 징크스’로 2대 째 몸살을 앓고 있다.
2003년 3월 초,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1999년 JP모건과 SK증권 간 이면계약 당시 손 회장이 거래상황을 직접 챙겼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SK그룹이 발칵 뒤집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SK㈜ 회장이 같은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고 2월 말 구속 수감된 것.
전경련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손 회장이 전경련 수장을 맡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까닭이다. 일명 ‘SK글로벌 분식회계’로 명명된 이 사건은 결국 SK그룹 ‘쌍두마차’인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을 줄줄이 구속 수감되면서 마무리 됐다.
SK의 ‘전경련 검찰소환 징크스’는 창업주 때부터 시작됐다.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은 1995년 다른 재벌그룹 총수들과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 30억원을 건넨 혐의로 나란히 검찰조사를 받았다. 비록 공소시효가 만료돼 사법처리는 모면했지만 당시 최 창업주가 전경련 회장이었다는 점은 공교롭다.
SK그룹이 차기 전경련 회장 하마평에 바짝 긴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경련 악연 재현 조짐
<사진= 좌측 부터 최종현 전 회장, 손길승 전 회장, 최태원 회장>
이런 와중에 SK와 전경련 간 악연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전경련 회장직을 내려놓음에 따라 차기 회장 하마평이 나돌고 있는 까닭이다.
SK그룹이 이번 전경련 회장 선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윤 이뿐만 아니다. 정재계는 물론 전경련 또한 차기 회장에 4대그룹 수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경련은 대놓고 4대그룹 회장이 10년여 째 전경련 수장직을 고사하는 것에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최근 “전경련 회장은 맡고 싶다고 맡을 수 있고, 맡기 싫다고 안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쌓였던 불만을 표출했다.
그렇다면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는 국내 재계서열 1위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으로 각축된다.
여기에 정관계 입에서 SK관련 발언이 부쩍 잦아진 것도 ‘전경련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고려대 특강에서 “매출 1조2000억원의 네이버는 6000명을 고용한 반면 SK텔레콤은 12조원 매출을 올리면서도 직원은 고작 4500명”이라며 SK만을 콕 찍어 지적했다.
SK를 향한 정관계 압박은 이뿐만 아니다. 대기업에겐 ‘저승사자’로 불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년 만에 재가동된 가운데 SK 계열 몇몇 곳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SK건설이 이면계약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 지난 5월 서울 강남 M엔지니어링 본사를 본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어 이 회사 정 모 회장을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또 SK케미칼 수원 화학공장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본지 ‘SK케미칼, 7000억 특혜의혹… 검찰내사설’ 기사 참조)에 무게를 두고 최근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SK케미칼 검찰 내사설과 관련, 이 회사 관계자는 “업계(법조계)에서 잠시 소문이 돈 건 사실이지만 검찰 쪽에서 우리에게 어떠한 액션을 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