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34년 역사의 토종패션기업, 톰보이가 15일 부도 처리됐다. 톰보이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수출 호조 소식에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고,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기 때문에 업계는 갑작스런 부도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특히 톰보이 상장 폐지로 당장 손해를 면치 못하게 된 투자자들은 연일 경영진의 횡령설 등을 제기하고 있다. 경영진이 패션업과 관계없는 인물인데다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기 때문. 그 내막을 알아봤다.
톰보이는 13일 만기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2차 부도 상태에서 결제기한을 연장했으나 결국 조달에 실패, 최종부도 처리됐다.
문제된 어음은 하나은행에 3억7000만원, 기업은행에 13억원 정도다. 하지만 14일 오전까지만 해도 톰보이 측은 기업은행 논현남지점에 오후 1시부터 금액을 나눠 결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직원들에게도 “자금이 마련됐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져 부도 선택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톰보이 직원과 투자자들은 경영진 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톰보이의 한 직원은 “경영진은 워크아웃 신청도 원치 않았고 현재도 법정관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잘 팔리는 매장은 하루 매출 2억이 나오는데 고작 16억원 때문에 부도가 난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인수하겠다는 업체도 나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부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전했다.
증권업 관계자도 “상장회사니까 다른 회사 인수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억지로 부도 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법정관리 거부 외에도 지나친 주가 관리, 공시 정정, 재무 상태 미공개 등을 근거 삼는다. 특히 창업주 최형로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이후 회사를 인수한 신수천 대표가 증권맨이라 패션업에 맞는 운영보다는 주가 관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한다.
◆증권맨 신수천 대표…매출보단 주가?
실제 톰보이는 신수천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보도자료를 다량 배포해 왔다. 한 달 평균 보도자료가 15~20개에 달할 정도다.
특히 이상봉 디자이너를 고문으로 영입했다는 보도자료는 쌍방 합의 없이 자료 먼저 배포됐다. 다음날 이 디자이너 측에서 근거 없다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항의를 할 정도였다.
이 보도자료 배포는 사실 확인 없이 성급히 이뤄져 전일 공시 정정으로 악화된 투자 심리를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사정은 이렇다.
톰보이는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설에 대한 조회공시에 대해 확정 사항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안심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는 장 중 하락폭을 줄였으나 마감을 앞두고 나타난 투매 세력으로 하한가로 마감했다.
이후 톰보이는 장이 마감된 오후 3시경 부실징후 기업(C등급)으로 분류됐다고 정정공시했다. 그리고 이튿날 이상봉 디자이너 영입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투자자들은 전일 장 마감 전 갑작스런 투매 세력이 나타났다는 점, 투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장 마감 후 공시한 것에 대해 내부 관계자들이 손실 폭을 줄이기 위해 개입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이 같이 투자 심리가 악화된 시점에 절묘하게 보도자료가 배포되면서 디자이너 인지도에 빌어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전시켜 보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단기간에 정책을 바꾸고 말이 많아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며 “주가를 띄우려 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톰보이의 자금 악화가 심각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잇단 자금 확보 불발…유증․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실패
톰보이는 최근 몇 년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세가 꺾여 2007년 260억원에 논현동 본사를 매각하고도 자금 조달에 시달려 왔다.
지난 5월 실시한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청약물량이 없어 불발됐고 6월 말 15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무산된 바 있다.
15일 최종부도 전에도 12일 6억6000만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13일 1차 부도를 맞았으나 이날 오후 가까스로 결제하면서 부도 위기를 모면했었다.
따라서 업계는 톰보이의 부도를 패션업계에 낯선 신수천 사장이 패션사업의 방향을 못 잡아 경영악화를 지속시킨 것이 주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톰보이는 13일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가 발생한 상황으로 상장폐지 예고기간(7/16~7/20(3매매일) 이다.
톰보이의 직원들은 톰보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며 경영진의 결정에 반해 직원협의체를 꾸려 회생철차개시를 신청한 상황이다.
그러나 톰보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 매장이 영업 중지된 것에 이어 백화점 측이 법정관리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나 직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톰보이 마케팅실 직원은 “백화점이 당장 다음 주 매장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국가에서 패션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톰보이는 이대로 진행될 경우 오는 21일부터 29일(7매매일)까지 정리매매에 들어간 이후 30일 상장폐지 될 예정이다.
한국에 창조적 디자인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쌈지’의 부도 이후 또 다른 토종패션기업 ‘톰보이’가 몰락하면서 한국 패션업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