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코레일, 삼성회장 ‘초강수 압박’ 이유는?

토지보상금 납부 요청…“이건희 회장님 용산 책임지시죠”

박지영 기자 기자  2010.07.12 10:31:2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용산국제업무지구 책임시공사인 삼성물산에 단단히 화가 났다. 코레일 소유 철도정비창 부지를 8조원에 산 삼성물산이 토지보상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측이 제기한 토지보상금 지불 거부사유도 코레일로선 황당할 따름이다. “글로벌금융위기로 대출이 어려운데다 지금 생각해 보니 땅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 이러한 삼성물산 측 태도에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허 사장은 최근 “더 이상 국민기업 코레일에 손해를 끼치지 말고 16일까지 토지중도금 납부방안을 제출하라”며 공을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로 넘겼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코레일과 삼성물산 간 치열한 신경전 속으로 들어가 본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쓴 소리를 내뱉었다. 그룹계열인 삼성물산이 코레일 소유의 서울 용산구 한강로 철도정비창 부지를 8조원에 사놓고 토지보상금 납부를 차일피일 미룬 데 따른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06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옛 건설교통부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서울 국제업무지구 도심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개발 예정지역은 코레일 소유의 서울 용산구 한강로 철도정비창 부지 35만6492㎡를 포함해 서울 용산구 서부 이촌동 일대 56만6800㎡. 개발 건축 연면적만 코엑스 5배 규모다.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개발 조감도
국제업무지구 재개발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듬해 11월 삼성물산의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가 코레일 소유 용산땅을 8조원에 사들이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국내를 강타하면서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금융권 사업자금 조달이 어렵게 된 것이다. 코레일과 삼성물산 간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삼성 vs 코레일 핑퐁게임 ‘점입가경’

두 기업 사이가 처음 삐걱된 것은 지난해 3월.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한 드림허브가 2차 토지보상금 등을 미납하면서부터다. 당시 드림허브가 지급해야할 금액은 2차 토지매매 중도금을 포함 분납이자, 3차 계약금 등 총 6437억원.

하지만 코레일이 한 발 물러나면서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 됐다. 같은 해 10월 코레일은 시장상황을 고려, 토지보상금 분납기간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계약금과 분납비율을 낮췄다. 이에 드림허브 또한 그해 말 자산유동화증권(ABS) 8500억원을 발행, 미납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올 3월 말 드림허브가 또 다시 토지보상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이해당사자 간 의견충돌이 일기 시작했다. 게다가 드림허브 측이 “애당초 땅값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며 잘못을 코레일로 돌리자 둘 사이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삼성물산 측은 “토지보상금이 처음부터 너무 높게 책정됐다”며 “금융위기 사태로 은행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도 어렵게 된 마당에 미납금액 연체율을 무이자로 바꾸고 토지대금 납부조건도 변경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드림허브는 1차 계약금 및 초기비용은 투자금으로, 나머지 비용 10조원은 PF대출과 분양대금으로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글로벌 금융한파로 은행권 자금줄이 막히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지금까지 드림허브가 미납한 금액은 2차 토지계약분 중도금 3000억원을 비롯 분납이자 835억원, 4차 토지매매 계약금 3175억원 등 총 7010억원.
  
반면, 코레일 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중단하더라도 어림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코레일 측은 “이미 지난해 10월 계약 일부를 변경한데다 불과 3개월만에 아무런 상황변화 없이 또 다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 세금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코레일 “삼성, 국내사업만 홀대”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자 보다 못한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허 사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오는 16일까지 토지중도금 납부방안 등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용산개발사업 자금문제를 해결하라”며 이건희 삼성 회장 앞으로 공문을 보냈다. 코레일이 삼성물산에 업무 관련 공문을 보내면서 수신인을 이건희 회장으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코레일 측은 “최종 수신인을 표기하면서 이건희 회장 비서실을 경유할 수 있도록 수신란에 이건희 회장 비서실을 함께 표기해 공문을 보냈다”며 “그룹 총괄 책임자로서 회사 사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 개발사업에 대한 현재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사업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 달라는 취지에서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사장의 ‘돌발행동’에 삼성물산은 물론 그룹 또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 관계자는 “출자사 참여주주 공동으로 책임져야할 문제지 우리에게만 떠안기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공문을 회장님께 전달하건 말건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삼성물산 관계자 또한 “삼성물산이 토지중도금 납부계획안을 짜는 게 아니라 드림허브 공동으로 마련해야 할 문제”라며 “솔직히 코레일도 PF대출현황이 어렵다는 것을 아니까 자꾸 삼성을 걸고넘어지는 데 국제업무지구 성패의 공은 허준영 사장 의중에 있다”고 답했다.  

실제 드림허브 주주회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25%를 비롯해 △롯데관광개발㈜ 15.10% △케이비웰리안엔피사모부동산투자회사 10% △ASPF II Meguro TK GmbH 7.7% △삼성물산㈜ 6.4%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부동산 사모투자회사 4.9% △SH공사 4.9% △삼성생명㈜ 3% △삼성SDS 3% 등 총 29개사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코레일 측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와 관련 코레일 측은 “그동안 삼성물산이 낮은 지분율을 앞세워 사업 주관사가 아닌 것처럼 주장해왔지만 계열사 6곳 지분까지 합치면 14.5%로 3대주주”라며 “특히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용산역세권개발㈜ 또한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대표이사를 비롯 개발본부장, ENG본부장 등 주요보직에 파견된 사람도 모두 삼성물산 쪽 직원”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측은 이어 “삼성물산이 일부 언론을 통해 땅값이 비싸다 사업성이 없다고 하는데 토지보상금은 흥정을 통해 결정된 게 아니라 사업자 공모시 경쟁사와 치열한 경쟁 끝에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사업입찰 당시 드림허브는 8조원을 경쟁사는 7조8900억원을 써냈다.

코레일 측은 또 “삼성이 ‘부르즈칼리파’ 등 해외사업은 완수하면서 유독 국내 용산사업에만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업이 중단될 시 코레일은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는 국민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