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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콜센터 상담사 '산재 범위' 확대해야

황규만 사무총장 기자  2010.07.06 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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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잇따른 아동 성폭력문제가 일어나면서 인간이기를 거부한 파렴치한 성폭력범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결국에는 아동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일명 ‘화학적 거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 6월 29일 본회의를 열어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일명 화학적 거세 법안)’을 처리함에 따라 구체적인 준비 작업을 거쳐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요즘 버스를 타면 전과 다르게 운전사를 폭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투명보호막이 쳐져 있으며, 승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버스 운전 기사 폭행에 관한 처벌 규정을 적시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즉, 둘 사례는 제대로 저항을 할 수 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피해자들이 육체적으로 상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육체적인 상처만을 눈에 보인다는 이유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어쩌면 육체적인 상처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치유를 하면 완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곳이 있다. 요즘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컨택센터 상담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수 많은 고객들의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상담사들이 이런 문제를 보고하면 "다 그런거지 뭐? 이해해야지 어떻게 하겠니?" 하면 그냥 무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느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하다 보니,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고객에 비해 저항할 힘조차 없는 너무도 연약한 상담사들은 무방비 상태로 지금 이 순간도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은 가해자들이 고객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인권위에서 컨택센터 상담사들에게 대한 성희롱에 심각하다고 발표한 적이 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그저 변죽만 울리다 만 것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심각하다.

고객들의 상담을 주업무로 하는 상담사들의 이러한 말 못할 고충은 산업재해로 봐야 할 정도며, 당장 심리 상담사라도 센터마다 배치해 피해 상담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다면 상담사들이 단골로 다니는 병원이 목이 아파서 가는 이비인후과에서 조만간 언어폭력으로 상처 입은 정신을 치유하기 위해 정신과로 바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욕설과 소리를 지르며, 성희롱까지 서슴지 않는 정말 못난 고객들을 위해 상담사들은 그런 고객들을 도와주기 위해 센터에서 하루 종일 전화를 받고 피곤해도 웃음으로 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도 다 누군가의 가족이 아닌가. 이제 우리 사회도 육체적인 폭력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언어 폭력으로 부터 상담사를 보호할 수 있을 지 법적으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술집에서 근무하는 호스티스들이 술꾼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 그를 해소하기 위해 속칭 호스트바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 즉,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상담사들에게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못난 고객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상담사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상담사들에게 스트레스를 푼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되겠지만 혹 그런 일이 있다면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끼리라도 상대 상담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돕지는 못할 망정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사진= 황규만 사무총장>
 
이제 언어폭력은 상담사들이 스스로 삭혀야 할 문제가 아니라 범죄행위로 간주돼야 하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우리 가족들의 문제다.

나는 제안하고자 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리고 상담사들이 약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못난 고객들이여, 지금 즉시 그런 못난 짓을 그만두기를 부탁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동성폭력범에게 화학적 거세가 가해지고, 운전사폭행범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로 3년 이상의 형을 받는 것 이상으로, 못난 입으로 못난 소리는 못하게 하는 형벌을 주는 법안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혹은 스토커들에게 주어지는 형벌로 피해자 근처에 접근을 금지시키거나 전화를 못하게 하는 것처럼, 컨택센터에 전화를 못 걸도록 하는 리스트에 올려 자동으로 전화가 끊기도록 함으로써 컨택 센터에서 격리를 시키는 방안이라도 모색이 되어야 하겠다.

우리의 일이고 우리 가족인 상담사들의 일이므로 모른 채 하지 말고, 힘 있는 고객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피해자인 상담사들에게 참으라고만 하지 말고, 내 아내이자 여동생, 우리 아이의 어머니인 상담사들이 언어 폭력이 없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과 산재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 무형의 고통에 시달리는 그녀들에게 애정어린 관심과 사랑을 보여야할 것이다.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