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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실적…이름뿐인 ‘최초’ 자부심

[기획취재] 에쓰오일-한진택배 ‘주유소 택배서비스’의 비밀②

이철현 기자 기자  2010.07.02 09: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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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경제] 에쓰오일과 한진택배가 지난해 손을 맞잡고 국내 최초로 시도한 주유소 택배서비스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양사는 이 서비스를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택배서비스에 대한 주변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 이 서비스 실시 이면엔 모종의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양사가 주유소 택배서비스를 실시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또 숨기고 있는 것은 뭘까. 에쓰오일과 한진택배가 실시한 주유소 택배서비스의 비밀을 세 차례에 걸쳐 심층취재 보도한다.


에쓰오일과 한진택배가 국내 최초로 실시한 주유소 택배서비스가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8월 20일 물류거점 활용 및 택배서비스 제공에 대한 업무 협약서를 교환하고 포괄적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회사 측은 이 같은 서비스를 ‘업계 최초’라고 홍보한다는 점. 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 에쓰오일과 한진택배가 지난해 실시한 주유소 택배가 잇단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저조한 실적으로 과거 중단됐던 택배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둔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해 에쓰오일과 한진택배의 주유소 택배서비스 홍보사진.  

에쓰오일과 한진택배는 “고객에게 보다 폭넓은 서비스 이용 혜택과 높은 접근 편리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외치지만, 이미 서비스 실시 경험을 토대로 업계에서는 고객들이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의 실효성 부분에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한진택배는 에쓰오일의 전국 900여개의 주유소를 택배 취급점으로 확충하고 에쓰오일은 한진택배로부터 신개념 택배서비스를 제공 받아 고객 편의를 크게 향상시키는 등 상호 시너지를 창출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의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유업계 4위인 에쓰오일은 가장 적은 폴을 보유하고 있어 타 업체에 비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고객 전무한 국내 최초 택배서비스?

최근 주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택배서비스는 지난 2001년 2월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와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가 공동으로 넥스테이션(현 GS넥스테이션)을 설립, 대한통운과 한진택배, 현대택배와 함께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들 정유사 역시 같은 시기 초기자본금 40억원 규모의 공동출자 법인인 넥스테이션을 설립하고 주유소 종합사이트인 넥스테이션을 개설, 양사의 전국 1만1000여개의 주유소를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해 주유소 운영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용역구입에서 경영컨설팅까지 주유소 경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3월, 넥스테이션은 정유2사의 주유소를 활용해 고객들이 물건을 맡기고 찾을 수 있는 택배서비스를 실시했다.

확인 결과, 한진택배는 2004년 8월 넥스테이션과 제휴에 대해 “업그레이드된 택배서비스로 인기를 얻게 될 것”이라며 이를 대대적으로 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진택배는 넥스테이션 외에도 SK(주)와 손잡고 수도권 230여개 SK주유소에서 서비스를 실시한 적도 있다. 한진택배와의 주장과는 달리 이 같은 서비스는 이 시기에 이미 실시됐던 것.

하지만 이후 이 같은 서비스는 실적 미비라는 참담한 결과만 안기며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주유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물건을 맡기러 오는 손님을 단 한명도 볼 수 없었다”며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고객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매장에서의 제휴를 통한 택배서비스의 실적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특히 주유소는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장소로 이미 검증을 마쳤지만 한진택배는 어떤 식으로든 에쓰오일을 이용해 매출 증대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과 한진택배의 주유소 택배서비스가 최초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알아본 것은 아닐 것”이라며 “만약 지금도 그렇게 얘기한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주유소 택배서비스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며 “마치 (주유소 택배서비스가) 전혀 새로운 것처럼 말하는데 좀 우습다”고 덧붙였다.

대한통운 관계자 역시 주유업계의 이 같은 얘기가 사실임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주유소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다른 업체를 통한 택배서비스를 실시한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쓰오일과 한진택배는 지금도 양사의 주유소 택배서비스가 국내 최초라며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한진택배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 최초로 주유소 택배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한진택배 관계자 역시 “국내 최초로 실시한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한진택배 여전히 오리발

특히 에쓰오일 관계자는 “과거 주유소 내 편의점을 통한 택배서비스가 있었지만 주유소를 통한 택배서비스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실시한 업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주유소 내 편의점) 서비스를 실시한 업체에서 자주 언급해야 하는 것이지 우리가 나서서 밝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그건(주유소 내 편의점을 통한 택배서비스)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또 주유소 내 편의점 택배서비스를 실시한 업체가 있다면 어딘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에쓰오일과 한진택배의 이 같은 입장에 업계에서는 한진택배가 과거 넥스테이션과 제휴를 맺고 실시했던 택배서비스를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조금 생소했던 주유소 택배서비스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흐른 뒤 지난해 이를 전혀 새로운 것처럼 재탄생 시켰다는 결론이 산출되기 때문.

또한 양사의 이 같은 전략은 과거에 실시했던 서비스를 모방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주유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 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 것을 숨기고 있는 게 뭔가 이상하지만 이런 것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룹차원에서 대한통운이라는 산을 넘기 위한 필승전략으로 에쓰오일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같은 서비스를 실시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2007년 에쓰오일의 지분 28.41%를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대한항공(82.5%), 한진해운(14.6%), 한국공항(2.9%)이 공동으로 출자해 같은 해 2월 한진에너지를 설립, 에쓰오일 지분을 인수하면서 2대주주로 등극하며 공동 경영에 나섰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유류 파동 때문에 겪었던 설움이 없어지는 계기가 됐다”며, “안정적인 유류 공급 뿐만아니라 글로벌 상황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정보 수집도 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에쓰오일 인수를 통해 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카드를 갖고 또한 이를 계기로 추가 사업진출, 마케팅 부문에서의 시너지 효과 등 다양한 발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을 했다.

이는 조 회장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07년 3월 에쓰오일 인수 시 “이번 에쓰오일 자사주 매입은 에쓰오일과 한진그룹 양측에 이득이 되는 윈윈거래”라며 “에쓰오일 경영진 및 AOC(네덜란드 석유회사로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다채로운 공동 프로모션 개발 등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활성화 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양사는 최근까지 상생을 위한 모델을 활성화하기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에쓰오일 인수 후 주유소 택배서비스 외 양사가 공동 프로모션 개발이나 상생 비즈니스 모델 활성화 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는 간단한 답변 후 말을 피했다. 

이와 함께 대한통운이 과거 주유소 택배서비스를 실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창피한 나머지 이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면 아무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창피할 것”이라며 “시간도 꽤 지났기 때문에 번복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획취재 에쓰오일-한진택배 ‘주유소 택배서비스의 비밀’은 1탄 ‘대한통운 견제 위한 어설픈 승부수’와 2탄 ‘저조한 실적…이름뿐인 최초 자부심’에 이어 3탄에서는 ‘한진에너지 모호한 실체 논란’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