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귀족노조’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인 기아차노조의 찬반투표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기아차노조의 파업을 두고 노사 간 의견이 팽팽해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더욱이 상반기 신차효과에 힘입어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기아차가 파업이 불가피해진다면 상승세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특히 기아차의 K7, 스포티지R, 쏘렌토R, 모닝 등이 각 세그먼트별 1위를 차지하고 K5도 2만여대가 넘는 계약대수나 대기물량으로 중형세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점에서 파업이라는 무리수로 인한 생산중단 결과가 도래한다면 하반기 주가를 비롯해 이미지, 신뢰도 등 기아차가 입을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 노사의 현상황을 살펴봤다.
◆“조정대상 아니다”
기아차노조가 쟁의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불법 파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24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지난 14일 기아차 노조가 신청한 쟁의조정에 대해 “노동쟁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한다”며 행정지도를 내렸다.
중노위에서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행정지도를 내릴 경우 노사는 관련법에 따라 다시 조정 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를 무시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그 쟁의행위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기아차노조가 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면 조정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없어 불법 파업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아차노조는 당초 계획대로 24일 20시30분부터 25일 13시30분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강행하고 있다.
◆‘개정 노동법 준수’ 권고
또한 중노위는 “근로시간 면제한도와 관련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법 제24조4항을 준수하여 노사간 성실히 교섭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전임자 관련 개정 노동법을 준수하라는 취지며, 기아차 노조의 전임자 관련요구는 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 부당 요구임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기아차는 근로시간 면제 등 개정 노동법의 구체적인 적용 방안에 대해서는 2009년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대로 별도 노사협의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기아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법을 위반하는 부당 요구를 철회하고 지난해 합의사항에 따라 별도 노사협의를 통해 근로시간 면제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K5 출고 지연 불가피…신차 돌풍에 찬물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K5와 K7, 쏘렌토R, 스포티지R 등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인기 차종들의 생산 차질과 출고 지연으로 인한 고객 불편이 우려되며,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도 손상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신차 판매호조에 힘입어 지난달 내수시장 점유율 34.5%를 기록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전까지 다소 부진했던 승용시장에서 K5와 K7이 연이어 성공함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의 투쟁으로 신차의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기아차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쏘렌토R, 포르테, K5, K7을 생산하는 화성공장과 쏘울, 스포티지R을 생산하는 광주공장은 특근 없이는 인기 차종들을 제때 공급할 수 없기 때문.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중형 신차 K5는 약 2만명의 고객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어 파업이 강행 되면 고속성장하는 기아차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5는 노조의 양산 지연으로 출시한지 한달이 지난 5월 하순이 되어서야 출고가 시작됐는데 특근 거부에 이어 파업까지 단행한다면 막대한 생산차질과 고객들의 불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장서도 파업반대 목소리 높아
노조 집행부가 임단협은 외면한 채 전임자 급여지급에만 매달려 정치투쟁과 파업으로 협상을 파행으로 이끌자 곳곳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장 조합원들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는 K5 신차 돌풍이 명분 없는 파업으로 타격을 받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기아차 3개공장 생산관리자협회는 지난 22일 배포한 홍보물에서 관행적 파업보다 내실 있는 임단협을 치러야한다고 주장했다. 생산관리자협의회(현장 생산직 반장 모임)는 “노사가 본격적인 협상도 하기 전에 파업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너무나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합원 나모 씨도 21일 개인 명의로 배포한 홍보물을 통해 “입사 이래 요즘처럼 기아차가 각광받고 잘 나갔던 적은 없었다”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명분 없는 파업보다 협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노조 계파 중 하나인 기아노동자연대(이하 기노련)는 소식지를 통해 전임자 임금건으로 파업 엄포는 이제 그만하고 실질적인 임단협에 충실하라며 노조 집행부의 정치 투쟁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 소식지에서 기노련은 “금속노조 선봉대, 대리전에 불과한 투쟁방식은 기아차만 멍든다”며 “조합원의 고용을 불안케 하고 국민에게 손가락질 받는 특근거부를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속적으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건으로 상견례도 못 치루며 노사간의 파행이 거듭된다면 그 피해는 3만4000 조합원이 안아야 하며 고용안정과 회사발전에 전혀 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계파인 기아차 일반직노동자회(이하 일노회) 게시판에도 투쟁만을 고집하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번 기아차노조의 파업쟁의가 심화되고 있는 양산을 보이고 있다.
◆‘노조전임자 늘여라’…회사에 불법 강요
기아차노조는 전임자 급여를 현행처럼 지급함은 물론 줄여야 하는 전임자 수를 오히려 더 늘려달라는 임단협 요구안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고시한 근로시간 면제한도 기준에 따르면 기아차의 경우 현재 181명의 노조 전임자를 19명으로 축소해야 하는 상황인데, 노조는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현재의 단협보다 오히려 강화된 전임자 관련 요구안을 내세우고 있다.
기아차노조의 2010년 임단협 요구안에는 △현행 전임자 수 보장 △상급단체와 금속노조 임원으로 선출 시 전임 인정 및 급여지급 △조합에서 자체 고용한 채용 상근자 급여지급 △전임자에 대한 편법 급여지급 △조합활동 인정 범위를 대의원 및 각종 노조위원회 위원까지 대폭적인 확대 등 노조 전임자와 관련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이는 정부가 추진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전임자 급여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개정 노동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요구다. 기아차노조는 불법을 강요하는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사 측에서 전임자 관련 요구안 철회를 주장하자 이를 빌미로 특근 거부에 이어 쟁의발생 결의를 하고 쟁의조정 신청을 하는 등 불법 관철을 위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내 눈총을 받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전임자 급여 지급은 엄연한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가 처벌을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를 회사에 강요하고 오히려 회사의 준법 의지를 부당노동행위라 단정하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
기아차노조는 전임자 급여지원이라는 불법 요구는 철회하지 않고 일단 교섭부터 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교섭을 빌미로 합법적인 파업의 공간을 확보하자는 노조의 속셈으로 만약 회사가 이를 받아들인 다면 회사도 불법요구를 묵인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 급여 지원이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투쟁 강도를 높이는 것은 결국 기아차 노조가 정치 투쟁의 선봉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아차 원칙 정착의지 고수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가 전임자 급여지원 요구를 수정하기 전에는 교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노조는 “전임자 관련 조항은 임담협 내용의 일부”라며 맞대응 하고 있어 금일 오후 1시30분까지 투표를 마감하는 기아차노조의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파업도 괜찮을 것”이라며 “기아차노조가 파업을 고집한다면 반대로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얻는 효과도 있을 것”이란 의견을 보였다.
기아차 노사의 양보 없는 원칙 고수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어 승승장구하는 기아차의 발목이 잡힐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