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조중훈, 조홍제, 최종건, 김종희, 박두병, 김수근, 민후식, 백낙승, 설경동, 강정준, 이양구, 김인득, 박용학, 장경호…
아마 대한민국의 성인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본 이름일 것이다. 이들 이름 앞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창업주'라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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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종엽 기자> | ||
2010년 올해는 유난히 역사적인 의미가 많이 겹치는 해이다. 경술국치 100년, 한국전쟁 60주년, 4.19 혁명 50주년, 광주 민주화항쟁 30주년 등 우리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해이기도 하다. 역사에 대한 정의를 수 많은 철학자들이 나름대로 밝혔지만 쉽게 요약하자면, 아마 '반성과 희망'일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성장은 사실 '기적'에 가깝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1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67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 전국민이 노력해 무려 2만달러에 이르는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들을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중심에는 여러 '창업주'들이 만든 기업 집단의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성과의 열매는 지금 누구의 것인 되묻고 싶다. 이들 '창업주'들의 성장 과정이 과연 정상적이었을까.
결론 부터 말하자면 '아니다'라고 밝히고 싶다. 왜곡된 자본주의 인식으로 만들어진 '재벌'이라는 영원히 세습되는 '괴물'로 점차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기업 집단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룹들은 자신들의 창업주의 '신화 만들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수 많은 서적 편찬과 홍보를 통해 만들어진 성공 신화는 이제 과거의 일을 망각해버린 지 오래다. 이들 '창업주'들의 수 십년 전의 모습을 살펴보자.
1945년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한 일제의 항복으로 광복을 맞이하자 당시 장년의 '창업주'들에게는 '로또'의 기회가 찾아왔다. 다름 아닌 일본인들이 일시에 한국을 빠져나가면서 무주공산이 되버린 적산기업(敵産企業, 일본인이 운영하던 조선 내 기업으로 해방 이후 현재 대부분 그룹의 모체)을 사실상 미군정과 자유당 정권과 결탁해 불하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 불과 60여년 전 위대하신(?) '창업주'들의 모습이다.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적산기업을 정권의 실력자들에게 뇌물과 청탁 등 부정적인 방법을 통해 줍다시피 불하받아 일시에 기업의 덩치를 키워낸 것.
이들 적산기업들은 사실상 일본 자본들이 조선 백성들의 수탈과 압박을 통해 부를 축적하던 곳으로 결국 우리 민족의 '피와 눈물'을 차지하기 위해 하이에나 떼들이 몰려 온 밀림이 바로 해방 직후 우리의 모습이었다.
이들 '창업주'들에게 적산기업 불하와 함께 찾아온 또 다른 황금의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이다. 전쟁 직후 상처를 복구하기 위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막대한 원조 자금은 사실상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인 상황으로 기간 시설 복구는 노다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지, 시멘트, 유리, 면방적기, 염색가공, 자전거, 기계, 등 자본재 산업과 제분, 제당, 섬유 등 소비재 시설 산업에 원조 자금이 집중 투하되면서 본격적인 '재벌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원조 자금으로 이뤄진 정권하에서 가장 큰 성장을 한 곳은 건설업계로 당시 대동공업, 조흥토건, 극동건설, 삼부토건, 현대건설 등은 소위 '자유당 5인조'라 불릴 만큼 정부 발주 공사를 거의 독점하면서 급성장했다.
당시 자유당 정부에서 발주한 공사는 공사 대금 30%는 정치자금으로 납부되고 20%는 이익금으로 분배한 후 나머지 50%만 가지고 공사를 해 '정경유착'을 통해 현재의 부를 축적한 것이다.
결국 일제가 수탈한 역사의 상처를 다시 쥐어짠 뒤 권력에 기생해 벼락부자로 급부상한 것이 지금 우리가 존경해야하는 '창업주'들의 잊고 싶은 과거다.
이러한 과거를 덮기 위해 이들 '창업주'들 한결 같이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라고 항변하지만 그들 역시 일제 시대 일본을 비롯한 해외 유학을 통해 높은 수준의 자본주의 인식이 있었으며, 오히려 친일적인 성향을 표출해 半한국인으로 살아왔다.
일본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민족성을 탐미하면서 그들을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존재로 인식했던 것이 바로 '창업주'들의 한계였다.
짧은 시간에 기업들이 재벌로 급성장한 배경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지적은 의미 심장하다. 투기, 가격 조작, 탈세 및 누적된 인플레이션의 이용 등과 같은 비합리적 과정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정치적 자본가들은 한국의 재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재벌이라고 불리는 집단은 기업 내부적인 자본 축적을 통한 성장이라기 보다 외부 의존적, 상업 자본주의적인 유통상 이익을 통해 자본 축적이 이뤄지며, 창업주들은 기업 경영관리 풍토가 혁신이나 기술 개발 보다는 경영 외적인 능력에 좌우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창업주가 이미 세상을 뜬 현재 시점에서 소위 2세, 3세 심지어 4세까지 등장한 재벌 집단의 후계자들은 사실상 '황금 동아줄'을 잡고 태어나 지금은 존경의 대상이라기 보다 멸시의 대상으로 反국민 정서의 핵심이다.
창업주 이래 정치와 유착된 상태에서 기업이 운영됨으로 폐쇄적인 가족경영체제가 확립돼 배타성을 띠게 되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이나 국민 경제적 기능은 사실상 도외시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 창업주의 후계자들은 상업 자본적 유통 이윤의 획득에 주력해 생산적 투자보다는 부동산, 저금리 자본 획득, 귀금속, 희귀 골동품, 미술품 등의 투기 자산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고 그들이 향유하는 사치품과 승용차, 취미, 연애사 등은 오히려 국민적 반감을 증폭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성숙한 시민들의 불쾌감은 극에 달한다. 차라리 기업 운영은 전문 경영인과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단순 주주로서 역할만 해도 위대한(?) 창업주 후손의 역할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현재 그룹의 창업주들은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다이나믹하지만 그들의 후손은 각종 혜택과 특권의식 속에서 과연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 되묻고 싶다. 어설픈 흉내내기는 바로 공멸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 안될 것이다.